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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미풍? 태풍? 안철수 밑그림 그렸다

4·24 재보선 노원병 출마 계기로 신당 창당 등 재기 프로젝트 본격 가동

미풍? 태풍? 안철수 밑그림 그렸다

미풍? 태풍? 안철수 밑그림 그렸다

3월 11일 귀국 예정인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지난해 12월 19일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미국으로 떠나며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

안철수가 돌아왔다.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4·24 재·보궐선거(재보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안철수의 선택’에 정치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19일 대통령선거(대선) 당일 미국으로 떠난 지 약 3개월 만이다. 안철수 진심캠프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이던 송호창 무소속 의원은 3월 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 전 원장이 새로운 정치를 위해 4월 24일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기로 했다. 그동안 정리한 견해와 자세한 말씀은 (11일) 귀국 후 직접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원장의 노원병 출마에 대해서는 “새로운 정치를 전국적 차원에서 다시 시작하는 출발점으로 서울을 선택했다는 의미다. 안 전 원장과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및 국회를 대하는 태도에 우려를 갖고 있고, 거대 여권에 대한 야권의 견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정치권이 안 전 원장의 컴백 시기를 10월 재보선으로 예상한 만큼 그의 ‘조기 등판’은 전격적이라는 평가다. 물론 고향인 부산 지역구(영도)가 아닌, 서울에 전격 출격해 신당 전초기지를 만들겠다는 ‘안철수의 생각’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알 수 없다. 그가 주장한 새로운 정치의 밑그림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면 제대로 된 비행을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정치권 시선은 안 전 원장으로 향해 있다.

새 정치 선언 절묘한 타이밍



먼저 안 전 원장이 새로운 정치를 표방한 타이밍은 절묘하다. 국회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문제로 여야가 격렬하게 대치하고, 국정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존재감과 비전을 밝혀 국민 시선을 사로잡았다. 안철수 대선캠프 출신인 정기남 전 비서실 부실장은 “대통령 취임 초부터 여야가 대치하는 상황이 안 전 원장으로 하여금 재보선 출마라는 결단을 내리게 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안 전 원장 처지에선 정치를 하려면 원내 입성부터 해야 하는 현실적 문제도 있었을 테고, 지난 대선 과정에서 비판받은 ‘결단력 부족’을 만회할 전격적인 선택도 필요했으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노회찬 진보정의당 대표가 의원직을 잃은 과정을 감안하면, 노원병 출마는 재벌개혁과 검찰개혁, 정치개혁을 선언하는 최적지라는 게 안 전 원장 측근들 해석이다.

그러나 안철수 대선캠프 핵심 관계자 A씨는 “안 전 원장 주변 사람들은 선거 유불리와 정치적 셈법을 하지 않았다고 얘기하지만, 현실 정치는 목표를 세우고 동의를 얻으면서 세력을 키워야 한다. 정치 셈법 없이 불가능한 일”이라며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안 전 원장은) 미국에 머물면서 지난 대선의 잘잘못을 많이 따져봤고, 앞으로 함께 가야할 사람을 추려냈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과 이메일로 소통하면서 캠프 구성이 잘못됐다는 인식을 한 것으로 보였다. 안랩 직원 한 명을 뽑아도 직접 챙겼는데, 정작 중요한 대선캠프 사람들은 특정인이 데려온 이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았다. (재보선 출마는) 그런 반성에서 시작된 게 아니겠나. 국회에 조기 입성해 상임위원회나 의원 모임에서 자연스럽게 의원들을 만나 ‘괜찮은 사람’을 직접 선별하며 세력을 꾸리려는 것이다. 5월 4일 예정된 민주통합당(민주당) 전당대회(전대)에서 친노(친노무현)와 비노(비노무현) 간 대립이 고조되면 의원 영입도 수월해진다. 사실 안 전 원장의 출마 자체가 민주당을 파고드는 효과가 있다. 당장 노원병에 민주당 후보를 내느냐는 문제가 불거질 거다. 친노계는 ‘(후보를) 내자’고 할 테고, 비노계는 ‘아름다운 단일화 정신을 깨선 안 된다’며 맞설 테고…. 민주당 전대에서 비노가 이기면 안철수 실체를 인정하고 영입 얘기도 예상된다. 안 전 원장을 끌어들여 친노를 견제하자는 건데, 자연스레 안 전 원장 몸값은 오르고 운신 폭은 넓어진다. 친노가 당권을 잡는다 해도 안 전 원장은 불만 있는 비노와 협력할 수 있다. 나쁠 게 없다.”

새 정치 야권 재편 토론회 개최

그의 분석을 종합하면 노원병 당선→개혁 성향 의원 영입, 10월 재보선 세력화→원내교섭단체 구성→합리적 대안정당→지방선거와 총선 승리→19대 대선 출마로 요약된다. 10월 재보선에서는 측근들을 당선시키고, 개혁 성향 의원을 영입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뒤 원내협상에 참여해 양강 구도 국회에서 합리적 중재자로 인정받으려는 전략이란 설명이다.

안철수 대선캠프 관계자 B씨 분석도 비슷하다.

“안 전 원장은 민주당 전대 5월 개최 소식을 접한 2월 19, 20일경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선캠프에 몸담았던 관계자들도 ‘조용히’ 바빠졌다. 출마 결심 배경에는 ‘직접 나서지 않아 대선에서 실패했다’는 트라우마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에서 또 한 번 세력을 키운 뒤, 박근혜 대통령 임기 1년 남기고 치르는 제20대 총선에서 승리해 대선후보로 우뚝 서겠다는 거다.”

서울을 재보선 출마 지역으로 선택한 것은 여야 구분 없이 개혁적인 수도권 쇄신파 의원들과 함께 전국 세력화에 나서려는 포석으로 풀이했다.

안 전 원장 측근인 정연정 배재대 교수도 3월 6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한 번에 다 해결하는 방법보다 단계별로 한 가지씩 풀어가면서, 소위 말하는 기반을 하나하나 형성해나가는 방식을 선택했다”고 말한 바 있다. 안 전 원장이 직접 나서면서 신당 창당 동력을 마련하고 빠르게 세를 모은다는 전략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안철수 신당 세력화 움직임도 부산하다. 강동호 전 대선캠프 지역협력팀장 등 대외협력실 출신 핵심 관계자들은 3월 10일 ‘새 정치 전망과 야권 재편’ 토론회를 가진 것으로 ‘주간동아’ 취재 결과 처음 확인됐다. 토론회를 통해 현 정국에서 새 정치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해답을 찾고 야권 재편 방안 등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그라미재단(옛 안철수재단)도 3월 7일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달 말 이사회를 열어 재단 명칭을 동그라미재단으로 변경했다. 동그라미는 ‘기회와 나눔의 선순환’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재단 설립자인 안 전 원장이 재보선 출마 방침을 밝힌 만큼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를 없애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캠프에 참여했던 교수들과 분야별 전문가들은 안 전 원장의 싱크탱크인 아카데미 설립에 나섰다.

대선 과정에서 꾸린 지역포럼도 활동 재개 움직임을 보인다. 지역포럼은 각 시도당위원회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철수 신당의 말초신경 구실을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안 전 원장이 미국에서 지역포럼 활용 문제로 장고를 했다”는 전언도 있다. 비리 전력자와 철새 정치인 등은 지역포럼에서 배제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미풍? 태풍? 안철수 밑그림 그렸다

3월 4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민주통합당 이동섭 노원병 지역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4·24 재보선에서 민주당은 노원병 후보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꽃놀이패를 쥔 형국

민주당은 다급해졌다. 안철수 귀환에 먼저 호남이 술렁인다. 3월 4일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안 전 원장의 출마 찬성 의견이 호남에서 가장 높았다. 53.8%가 안 전 원장 출마를 지지했고 반대는 20.6%였다. 전국적으로는 전체 응답자 46.0%가 출마 반대, 찬성은 34.1%였다. 다른 여론조사기관 조사에서도 안철수 신당이 나오면 민주당 호남 지지율이 10% 포인트 가량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2017년 정권교체를 이루려면 야권이 분열하면 어렵다. 야권연대라도 할 수 있는 그러한 틀을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고 말한 것도 이런 우려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안 전 원장과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의 연대설이다. 안 전 원장의 외교·안보 좌장 구실을 한 윤영관 서울대 교수가 3월 8일 손 고문이 연수 중인 독일 베를린자유대학으로 출국했고,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 역시 11일 같은 대학에서 연수를 시작한다. 윤 교수는 손 고문과 서울대 선후배 관계이고, 김 전 지사와는 노무현 정부에서 함께 국무위원을 지냈다. 현지에서 국내 상황을 보면서 정치적 고민을 나눌 수 있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A씨는 “안 전 원장이 박원순 서울시장, 손 고문 등과 함께 선거전에 나선다면 수도권에서는 그럴 듯한 그림이 된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손학규 캠프에 있던 많은 사람이 안철수 캠프를 도왔고, 대선 과정에서도 조용히 만나지 않았나. 이번 출마와 관련해서도 어느 정도 소통한 것으로 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윤 교수는 3월 7일 ‘주간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안 전 원장이 정치를 한다고 한 상황에서 (노원병 출마는) 당연히 환영할 일이다. 이왕 하려면 현실 정치 경험이 적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국회에 진입해 정치·민생 현안을 다루는 게 맞다”며 정치 복귀를 환영했다. 그러나 신당 창당과 관련해서는 “(안 전 원장과) 논의한 게 없다”고 말을 아꼈다.

어쨌든 현재 정치권 상황을 고려한다면 안 전 원장은 꽃놀이패를 쥔 형국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국(政局)은 언제든 바뀔 수 있고, 탈당은 정치인 생명이 걸린 문제인 만큼 신당 세력화가 만만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선거에서 본격 검증이 시작되면 ‘안철수 허상’이 드러난다는 주장이 기우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은 “지난 대선에서 새 정치 욕구를 확인했다면, 이제는 안 전 원장이 새 정치 실체를 보여줘야 한다”며 “내용을 제시하지 못하면 선거도 어렵다. 정치공학보다 정치쇄신에 대한 내용부터 내놓아야 하는데, 이런 고민은 부족한 거 같다”고 말했다.

결국 ‘안철수 신당’은 안 전 원장이 귀국 후 새 정치라는 가방에서 무엇을 꺼내 보여줄지에 달렸다. 차기 대선은 벌써 막이 올랐다.

4·24 재보선 누가 뛰나

서울-충청-부산 거물들 움직임


미풍? 태풍? 안철수 밑그림 그렸다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의 조기 등판으로 판이 커졌다. 최근 충남 부여·청양이 재보선 지역이 되면서 4·24 재·보궐선거(재보선)는 서울-충청-부산을 잇는 전국 선거가 됐다. 현재까지 확정된 재보선 선거구는 서울 노원병과 부산 영도, 충남 부여·청양. 새누리당은 박근혜 정부 첫 시험대이고, 민주통합당(민주당)은 새 지도부 리더십을 보여줄 기회다. 안 전 원장은 정치 세력화에 시동을 걸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재보선은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정면승부가 예상된다.

가장 관심을 끄는 서울 노원병에서는 안 전 원장 대항마로 새누리당은 이준석 전 비대위원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 지역구 당협위원장인 허준영 전 경찰청장과 홍정욱 전 의원, 안대회 전 대법관, 함승희 변호사도 꼽힌다. 이 전 비대위원은 “새누리당 당원으로서 공심위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에서는 박용진 대변인과 임종석 전 의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연고권을 주장하는 진보정의당은 노 대표 부인인 김지선 씨가 출마를 검토 중이고,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 영도는 새누리당에서 김무성 전 총괄선대본부장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안 전 후보 측에서는 캠프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김성식 전 의원이 거론되지만 본인은 고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김비오 지역위원장, 통합진보당은 민병렬 대변인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어 단일화 여부도 주목된다. 부산 영도는 지역 특성상 ‘영도사람’에 대한 지역연고주의가 강한 곳이어서 선거 결과를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

충남 부여·청양에선 다발성골수증으로 투병하다 완치된 이완구 전 충남도지사가 출마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에서는 지난 총선에 출마한 박정현 충남도 정무부지사와 제15, 16대 총선에 출마했던 정용환 변호사가 거론된다.





주간동아 2013.03.11 878호 (p8~10)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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