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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 이형석의 영화 읽기

미래 ‘서울’은 어떤 모습일까?

라나-앤디 워쇼스키 남매, 톰 티크베어 감독의 ‘클라우드 아틀라스’

  • 이형석 헤럴드경제 영화전문기자 suk@heraldm.com

미래 ‘서울’은 어떤 모습일까?

미래 ‘서울’은 어떤 모습일까?
데이비드 미첼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라나-앤디 워쇼스키 남매 감독(톰 티크베어 공동연출)의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웅대한 규모의 시공간을 배경으로 영화적 야심을 풀어낸 대서사시다. 우주와 인류의 삶, 기원과 종말을 아우르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스크린에 구현하려 한 작품이다.

영화는 1800년대에서부터 2300년대까지 500여 년에 걸친 시간을 배경으로, 미국과 유럽은 물론이고 아시아(대한민국 서울)와 외계에 이르는 우주 공간에서 6개 이야기로 펼쳐진다. 톰 행크스, 핼리 베리, 짐 스터지스, 벤 위쇼, 휴 그랜트, 수잔 서랜던, 휴고 위빙, 그리고 한국의 배두나가 6개 에피소드에 각기 다른 인물로 모습을 바꿔가며 거듭 등장한다.

미국의 저명한 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이 영화를 두고 “이제까지 만들어진 적 없는 가장 웅대한 야심의 영화”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뉴욕타임스’는 “이 영화가 올해 최고의 작품은 아니라 해도 티켓 한 장 값으로 얻을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영화”라고 격찬했다. 반면 시사주간지 ‘타임’은 2012년 최악의 영화로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꼽았다. 이렇듯 1억2000만 달러(약 1300억 원)짜리 블록버스터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철학적 주제로 무장한 상업 영화로, 걸작 아니면 졸작이라는 극단적 평가를 받은 논란의 작품이다.

과거에서 미래까지 6개 에피소드

무엇보다 분명한 것은 몇 년에 한 번 볼까 하는 이례적이고 비범한 작품이라는 점이다. 러닝타임 2시간 52분 동안 시공간을 마구 넘나드는 구성이 관객에게 ‘트랜스포머’보다 더 큰 집중력을 요구하지만, 극적 재미가 상당하고 스펙터클도 놀라운 편이다. 더구나 국내 관객에겐 6가지 에피소드 중 하나의 배경이 되는 미래 서울을 ‘발견’하는 기쁨도 크다. 워쇼스키 남매 감독이 “이 영화의 영혼”이라고 극찬한 배두나의 연기도 국내 관객에겐 매력적 요소다.



시간적으로 가장 앞선 에피소드는 1849년 태평양을 항해하는 샌프란시스코행 상선에서 펼쳐진다. 백인 변호사 어윙(짐 스터지스 분)은 밀항하다 처형될 뻔한 흑인 노예를 구하고, 정작 자신은 정체 모를 병에 걸려 사경을 헤맨다. 동승한 의사가 호의를 베푼 덕에 매일 약물치료를 받지만 어찌 된 일인지 병세는 더욱 악화한다. 음모와 탐욕으로 얼룩진 배 안에서 흑인 노예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살아난 그는 샌프란시스코 땅을 다시 밟게 되자 노예 해방운동에 나선다.

두 번째 에피소드 주인공은 1936년 벨기에의 천재 청년 음악가다. 당시 금기시된 동성애에 빠져 세간의 질시와 의혹을 받던 프로비셔(벤 위쇼 분)는 고령의 저명 작곡가 밑으로 들어가 명예와 성공을 얻으려 한다. 프로비셔는 ‘클라우드 아틀라스 6중주’라는 기념비적 곡을 만들어내지만 이를 질투한 스승이 그 작품을 독차지하려고 음모를 꾸민다. 결국 프로비셔는 파국적인 최후를 맞는다.

세 번째 에피소드 배경은 1973년 미국이다. 석유 회사의 음모 속에 원자력발전소 건립이 추진되고, 여기자 루이자 레이(핼리 베리 분)는 수수께끼 노신사로부터 비리를 폭로할 수 있는 핵심적인 자료를 건네받는다. 하지만 비밀과 진실에 다가갈수록 레이와 제보자들의 운명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세력에 의해 점점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미스터리와 로맨스, 스릴러를 거친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네 번째 에피소드는 블랙 코미디다. 출판업자 케번디시(짐 브로드벤트 분)는 아주 우스꽝스러운 일을 계기로 돈방석에 앉는다. 갱단 일원이던 삼류 저자가 자신에 대해 혹평한 평론가를 멱살잡이 끝에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이를 계기로 책이 ‘대박’ 난 것. 하지만 케번디시는 저자가 소속된 갱단으로부터 “돈을 토해내라”는 위협을 받고, 시달리다 못해 한 노인 요양원으로 피신한다. 최고급 호텔을 기대하고 찾아간 요양원은 기대와 달리 전체주의 규율이 지배하는 감옥이나 다름없었다. 케빈디시는 결국 요양원을 뒤엎을 계획을 세운다.

그다음 에피소드의 무대가 바로 2144년 신(新)서울(네오 서울)이다. ‘순혈인간’들이 ‘페브리컨트’라고 부르는 복제인간을 대량생산하고, 그들을 노동과 성적 유희 도구로 부리면서 착취하는 곳이다. 페브리컨트 가운데 한 명인 손미(배두나 분)는 유니온이라는 혁명단체에 소속된 순혈인간 청년을 만나 자신의 운명을 거스르기로 한다. 순혈인간과 복제인간의 평등과 공존, 자유를 위해 반란에 가담한 것이다.

미래 ‘서울’은 어떤 모습일까?
불교의 인연설과 윤회사상

손미의 반란이 있고 30여 년 후. 문명은 종말을 맞았고, 세계엔 원시적인 삶을 사는 몇 개 부족만 남았다. 그중엔 손미를 여신으로 숭배하는 종족도 있다. 자크리(톰 행크스 분)라는 남자도 그중 한 명으로, 잔학무도한 식인종에게 가족을 잃은 뒤 다른 행성에서 온 메로님과 함께 새로운 희망을 향한 위험한 여정을 떠난다.

각 에피소드는 극중 편지나 책, 영화, 인물 등의 끈을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영화 주제는 손미의 ‘선언’으로 암시된다.

“우리 인생은 우리 각자의 것이 아닙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우리는 타인과 연결돼 있죠. 과거와 현재도요. 그리고 우리가 행하는 악과 선에 따라 미래가 새로 태어납니다.”

‘클라우드 아틀라스’엔 이렇듯 불교 인연설과 윤회사상이 강력한 바탕을 이룬다. 각 에피소드가 비슷한 구도를 반복하는 점도 흥미롭다. 모두 지배하는 자와 억압받는 자가 있고, 기존 질서에 편승해 욕심을 채우려는 자와 세상을 바꾸려는 자로 나뉜다.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부당한 지배에 저항하고 세상을 바꾸려는 자들로, ‘자유’와 ‘진실’을 추구한다. 중요한 순간마다 그들은 조력자를 얻는다. 그러나 약자들이 연대해 세상을 바꾸려는 모험은 대개 실패로 끝나고,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강조되는 것처럼 “인간은 지혜를 갖고 있었지만 그보다 더 강력한 욕망 때문에 멸망했다”고 영화는 말한다.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일종의 묵시록이다. 하지만 영화가 자유와 희망을 찾아간 손미의 ‘잠언’과 자크리 가족을 최후까지 남겨둔 것은 판도라 상자에 봉인해둔 희망의 근거인 셈이다.



주간동아 2013.01.14 871호 (p66~67)

이형석 헤럴드경제 영화전문기자 su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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