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62

2012.11.12

스산함 날리는 노란색 생명력

털머위

  • 이유미 국립수목원 산림생물조사과장 ymlee99@forest.go.kr

    입력2012-11-12 10: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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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산함 날리는 노란색 생명력
    겨울이 가까워져야 빛을 발하는 꽃이 있습니다. 흔히 겨울과 연관된 꽃이라고 하면 예전엔 매화나 동백나무를 떠올렸고, 야생화에 관심이 많아진 이즈음엔 눈 속에서 피어난 복수초를 떠올리지요.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면 이 꽃들은 아주아주 일찍 피어나는 봄꽃과 맥이 닿아 있는 식물들이랍니다.

    참으로 쓸쓸한 계절, 가을 끝자락에서부터 겨울까지 이어지면서 그 붉던 단풍빛마저 스러지고 난 후의 스산한 초겨울을 환하게 해주는 꽃이 바로 털머위입니다. 윤기 나는 잎새에 밝고 아름다운 노란색 꽃이 가득 피면 회백색의 쓸쓸하던 풍경이 금세 생기를 띠지요.

    털머위는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봄에 돋아나는 잎이며 줄기를 ‘머윗대’라고 합니다. 우리가 먹는 그 머위와 같은 집안식물임에도 자라는 장소, 모양, 시기가 모두 다르답니다.

    털머위는 다 자라면 꽃대까지 높이가 50cm 정도 되고, 콩팥처럼 생긴 잎은 머위와 비슷하지만, 잎이 두껍고 색이 진하며 반질반질 윤기가 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하긴 그래야 추위와 바람을 이길 수 있겠지요. 또 겨울에도 푸른 잎이 유지되는 상록성입니다.

    그런데 이 고운 초겨울 꽃을 겨울이 모진 중부지방에선 보지 못하고 남쪽으로 가야만 만날 수 있다는 게 애석합니다. 그나마 온난한 해양성기후 덕분에 바다를 따라 좀 더 북쪽으로 올라와 울릉도에선 흔히 볼 수 있지요.



    그래서 추위가 덜한 지방에서는 털머위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꽃 모양이 아름다운 것은 물론이고 항상 잎을, 그것도 예쁜 잎을 달고 있는 상록성인 데다 꽃이 흔하지 않은 시기에 꽃을 피우니 그 이상 좋을 수 없지요. 제주 같은 데서는 길가에 줄지어 심어 놓은 털머위를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여름과 초가을까지는 잎만 봐도 좋을 정도입니다. 게다가 볕이 드는 길가는 물론이고, 그늘에서도 잘 견뎌냅니다. 숲 속에서도 잘 자라니 나무가 줄 지어 선 곳에 털머위 군락을 만들어 놓으면 어둑한 숲 속이 대번에 환해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분에 담아 키워도 좋습니다. 요즈음엔 잎에 노란 얼룩이 들어간 변이 종도 나와 인기가 높답니다.

    털머위는 관상용 외에도 쓸모가 많습니다. 머위처럼 잎자루를 나물로 무쳐 먹기도 하고, 한방에서는 식물 전체를 연봉초(蓮蓬草)라고 해서 약으로 씁니다. 감기와 인후염에 효과가 있고 종기가 나거나 타박상을 입었을 때는 식물체를 찧어서 바르기도 합니다. 생선의 독성에 중독됐을 때는 즙을 내어 마시기도 한다지요.

    혹시 남쪽으로 길을 떠난다면, 쓸쓸한 생각이 가슴 가득 담겨 있다면, 추위를 앞두고도 밝고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털머위를 꼭 한 번 만나보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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