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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한마당

고백

고백

고백
내 그대에게 사랑을 고백함은

입속에 작은 촛불 하나 켜는 것과 같으니

입속에 녹아내리는 양초의 뜨거움을 견디며

아름다운 동그란 불꽃 하나 만들어

그대에게 보이는 것과 같으니



아무리 속삭여도

불은 이윽고 꺼져가고

흘러내린 양초에 굳은 혀를 깨물며

나는 쓸쓸히 돌아선다

어두운 밤 그대 방을 밝히는 작은 촛불 하나

내 속삭임을 대신해 파닥일 뿐

―남진우

촛불과 달은 자매이거나 형제다. 이 시는 ‘가혹한 세상’에 대한 서시다. 촛불이라, 아득한 저 세월의 그림자가 보인다. 달은 하늘의 촛불처럼 보인다. 신이 촛불을 들고 밤새 서성거리는 우주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 그건 “어두운 밤 그대 방을 밝히는 작은 촛불 하나”가 아닌가 싶다. 까마득한 한 시절 촛불을 켠 채 책 읽고, 시 쓰고, 실연해서 울고, 친구와 웃었던 시절이 있었다. 사람은 가도 그 시절은 남는다. 시는 그 사람이 간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다. 오늘 밤, 향 촛불을 켠다. 이제는 잊었다고 생각한 그대의 얼굴이 떠오른다. 나는 살아 있다. ─ 원재훈 시인



주간동아 2012.10.22 859호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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