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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꽃 산책

나물뿐 아니라 흰 꽃도 일품

참취

  • 이유미 국립수목원 산림생물조사과장 ymlee99@forest.go.kr

나물뿐 아니라 흰 꽃도 일품

나물뿐 아니라 흰 꽃도 일품
일주일 만에 숲에 나가니 가을빛이 완연합니다. 성큼성큼 가을이 다가오고 있음을 절로 알겠더군요. 아직은 초록이지만 그 때깔은 한풀 죽어 은근함이 깊어지고, 가지 끝에서는 성급한 나뭇잎 몇 장이 노랗게 혹은 붉게 물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숲가에 참취 꽃이 한창입니다. 참취 꽃은 흰빛이지만 한여름에 어울리는 투명한 흰빛이 아니라 딱 지금의 가을빛에 잘 스며드는 그윽한 흰빛이어서 마음에 더욱 애잔하게 와 닿습니다.

참취라고 하니 꽃이라기보다 나물이라는 생각이 든다고요? 사실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주로 가을에 꽃이 피는 국화과 식물 중에는 참취를 비롯해 수리취, 곰취, 서덜취 등 이름에 ‘취’라는 글자가 들어가는 풀이 여럿이고, 이들은 각각 나름의 맛을 지녀 나물로 쓰이는 경우가 많죠.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그래서 그냥 ‘취나물’이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참취입니다. 혹시 ‘나물에도 꽃이 피나?’ 하는 의문이 든다면 정말 식물들에게 크게 결례하는 것입니다. 고등식물은 모두 꽃이 피고, 그 식물의 잎이나 뿌리, 줄기를 우리가 나물로 무쳐 먹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이 맛있고 향기로운 취나물의 주인공 참취가 더운 여름을 이겨내고 피워낸 꽃들을 한번 보세요. 얼마나 순결하고 기품 있는지 말입니다.

참취는 우리나라 산야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사람들은 봄마다 열심히 이 식물의 잎이며 줄기를 뜯어 가지만 그래도 왕성한 생명력으로 살아남은 줄기들이 자라 여름 끝 혹은 가을 초입에 하얀 꽃송이를 피워내죠. 크지도 작지도 않은 꽃송이(실제로는 여러 꽃이 머리 모양으로 둥글게 달리는 꽃차례)들이 갈라진 줄기마다 달려 아름다움을 뽐냅니다. 나물로 쓰이면서도 이렇게 고운 모습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참 인상적입니다. 대부분 한쪽으로 치우친 우리 삶과 대조적인 모습이지 않나요?

참취는 정상적인 조건에서 제대로 크면 1m 넘게 자랍니다. 우리가 나물로 뜯어먹는 잎은 줄기가 길게 올라오기 전 뿌리 주변에서 나는 근생엽입니다. 심장 모양으로 생겼죠. 이 잎들은 꽃이 필 때쯤 없어진답니다. 줄기에 달리는 잎은 좀 달라서 더 작은데, 밑부분의 잎은 잎자루가 길며 날개가 있어요. 모양도 달걀 같고요. 그러니 먹는 잎이 날 때의 참취는 잘 알아도 꽃 필 때의 참취는 모르는 이가 많답니다.



참취는 당연히 나물로 쓰일 때가 최고죠. 대표적인 묵나물, 즉 삶아서 말려뒀다가 두고두고 먹는 나물입니다. 정월 대보름에 부럼과 함께 먹는 취나물을 기억하시죠? 봄에 생잎을 먹기도 하지만 쓴맛이 있고 향취가 너무 강해 봄에 먹으려면 일정한 작업을 거쳐야 합니다. 줄기가 올라올 무렵, 순을 잘라 소금 넣은 끓는 물에 데쳐 잘 헹군 뒤 연한 부분을 골라 나물로 무쳐 먹기도 하고, 고기와 깨를 넣어 볶은 밥을 초밥처럼 싸서 먹어도 특별한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참취는 또 약으로도 씁니다. 특히 머리가 아플 때 말려둔 참취를 달여 먹는다고 하네요.

제가 권하고 싶은 것은 마당 한켠에 야생화로 흐드러진 참취 꽃입니다. 서로 어우러져 한껏 피어 있으면 현란하지 않아도 풍성하고 깨끗하며 싱그럽죠. 텃밭처럼 만들어 봄에는 어린순을 따서 나물로 즐기고, 몇 포기는 남겨 가을 들꽃으로 즐기는 것도 향기로운 삶이지 않을까요.



주간동아 857호 (p74~74)

이유미 국립수목원 산림생물조사과장 ymlee99@fores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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