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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 건강에 답하다

고대광실에 살면 몸 좋아질까

‘여씨춘추’의 풍수 건강법

  • 안영배 기자 ojong@donga.com

고대광실에 살면 몸 좋아질까

고대광실에 살면 몸 좋아질까

경기도 용인의 한 타운하우스 내부 모습.

얼마 전 명절 연휴에 경기 용인시 근처에 있는 친지 집을 방문했다. 요즘 유행하는 타운하우스였는데, 이국적 외양에 실내도 서구식 건축 양식으로 설계되어 있었다. 1층 거실 천장이 2층까지 뻥 뚫려 높은 모양새를 하고 있는 데다, 실내 전용 넓이가 198㎡(60평)가 넘는 규모였다. 1, 2층 합쳐 널찍한 방만 6개에 이르는 이 집에 사는 식구는 단 3명. 부부와 초등학생 아이가 살기엔 집이 너무 커 보였다. 고급스러운 실내 인테리어를 갖추고 손님을 맞이하는 이 집의 규모에 같이 간 친지들도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듯했다.

기자는 고대광실(高臺廣室) 같은 이 집을 보면서 ‘여씨춘추’에 나온 한 구절을 떠올렸다. 중국 천하를 일통(一統)한 진(秦)나라 때 간행된 ‘여씨춘추’의 맹춘기(孟春紀) 중기(重己)편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실내가 넓으면 음기가 많아지고(室大則多陰) 대가 높으면 양기가 많아진다(臺高則多陽). 음기가 많아지면 각기병에 걸리고, 양기가 많아지면 풍에 걸려 잘 걸어 다니지 못한다. 이것은 음기와 양기를 적절히 조절하지 못해 생기는 병이다. 그래서 옛날 훌륭한 왕들은 넓은 실내에 거처하지 않았고, 높은 대를 짓지도 않았다.”

‘여씨춘추’는 계속해서 옛날 훌륭한 임금의 행적을 예로 들면서 적절한 건축 규모를 강조한다. 훌륭한 임금, 즉 ‘무언가를 좀 아는’ 사람은 정원, 과수원, 연못을 만들 때 관상(觀賞)을 하고 몸을 적당히 수고롭게 할 정도의 크기로만 했으며 사당, 침실, 정자를 만들 때도 햇빛과 이슬을 가리기에 충분할 정도의 크기로만 지었다는 것이다.

‘여씨춘추’는 옛날의 성왕(聖王)이 검소함을 좋아하고 낭비를 싫어해서 이렇게 한 것이 아니라고 밝힌다. 몸과 거처를 적절히 조화시켜 본성(本性)을 잘 다스림으로써 평안하고 장수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였다고 친절히 부연 설명한다.



실제로 천장이 엄청 높거나 아득히 넓은 공간에 홀로 들어선 순간 왠지 위축되거나 겁을 먹은 경험을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이는 지나친 음기 혹은 양기에 몸이 잠시 적응하지 못해 생기는 일반적인 반응이다.

이 때문에 풍수학자들은 집이 무조건 넓다고 좋은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아파트를 예로 들면, 한 사람당 20㎡(6평) 정도의 넓이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한다. 4명 가족으로 환산하면 약 80㎡(24평)가 적절한 규모라는 것.

가족 수에 비해 지나치게 집이 크면 남은 공간의 기운에 사람이 상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양택(陽宅) 풍수론자들은 빈 방이 생길 경우 그대로 놓아두기보다 옷방 등으로 만들어 수시로 식구가 드나들도록 하거나 방문을 열어놓음으로써 사람의 기와 실내의 기가 서로 통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사람과 집의 기운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야 편안히 지낼 수 있다는 게 양택 풍수의 핵심이다.

내가 사는 집이 조화로운 기운을 갖췄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바로 겨울에는 훈훈하고 따뜻한 느낌이 들고, 여름에는 창문을 열었을 때 상쾌하면서도 시원한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집이 이른바 ‘명당’ 기운을 가진 곳이다. 이는 양기와 음기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 명당에서는 기온이 일정하게 유지돼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런 집에서는 비록 규모가 작더라도 지내는 사람이 답답함을 느끼지 않고, 아무리 피곤에 지친 몸이라도 자고 일어나면 피로가 싹 가신다고 한다. 사람만 명당 기운을 느끼는 게 아니다. 명당 기운을 갖춘 집에서는 화초도 잘 자라고 꽃도 잘 핀다는 게 풍수학자들의 이야기다. 내가 사는 집은 과연 어떠할까.



주간동아 857호 (p80~80)

안영배 기자 oj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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