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Art | 서양화가 박희숙의 미술관

에라, 이 짐승보다 못한 놈아

야동과 롤리타 신드롬

에라, 이 짐승보다 못한 놈아

에라, 이 짐승보다 못한 놈아

‘허니’, 메이플소프, 1973년, 흑백 사진, 개인 소장.

성폭행하려고 남의 집에 들어가, 자고 있는 아이를 이불째 납치한 전남 나주시의 고종석 사건은 온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전형적인 롤리타 신드롬을 반영한 사건이지만, 가장 안전하다고 믿었던 집 안마저 범죄에 노출되면서 이제는 집 안에서조차 안심하기 힘들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롤리타 신드롬은 어린 소녀에 대한 중년 남자의 성적 집착을 가리키는 말이다. 러시아 출신 미국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가 1955년 발표한 소설 ‘롤리타’에서 유래했다. ‘롤리타’는 30대 후반의 주인공 험버트가 12세 의붓딸 롤리타와 어울리다 스스로 파멸한다는 내용이다.

어린 소녀를 성적 대상으로 본 작품이 로버트 메이플소프(1946∼88)의 ‘허니’다. 공원 벤치에 앉은 어린 소녀가 다리를 벌린 채 발바닥을 긁고 있다. 다리 사이로 속옷을 입지 않은 소녀의 성기가 적나라하게 보인다. 어린 소녀의 동그랗게 뜬 눈은 사진을 찍는 사람을 보고 놀란 모습을 나타낸다.

1973년 영국을 여행하던 메이플소프는 공원에서 노는 네 살배기 로지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찍어 88년 섹스를 주제로 한 전시회 ‘완벽한 순간’에 내놓았다. 그해 동성애자인 메이플소프가 에이즈에 걸린 사실이 알려지자 미술 전시기획자들이 그가 죽기 전에 회고전을 준비한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으로 전시회는 논란에 휩싸였다. 어린아이를 섹스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어린 소녀가 등장하는 ‘야동’(야한 동영상)을 반복적으로 보면 어느 순간부터 어린 소녀와 섹스하는 꿈을 꾼다. 반복 학습의 폐해다.



어린 소녀와의 섹스를 그린 작품이 발튀스(발타자르 클로소프스키 드 롤라·1908~2001)의 ‘기타 레슨’이다. 의자에 앉은 여자가 자신의 무릎에 누운 소녀의 성기를 어루만지고, 소녀는 손으로 여자의 유두를 잡고 있다. 바닥에는 기타가 놓였고 구석에 자리한 피아노는 뚜껑이 열려 있다. 피아노와 기타는 음악수업 중임을 나타내며, 여자와 소녀가 스승과 제자 사이임을 암시한다. 하얀색 스타킹과 분홍색 머리 리본, 치모가 없는 성기는 소녀가 사춘기 연령대임을 나타낸다.

여자가 소녀의 머리를 잡은 모습은 소녀를 성적으로 학대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곧추선 유두는 성적 흥분 상태를 나타낸다. 한 손으로 소녀의 머리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성기를 만지는 여자의 자세는 흡사 기타를 잡은 모습과도 같다. 이 작품에서 기타와 소녀를 동일시한 것은 연주자에 따라 음색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기타 연주와 섹스가 같다고 봤기 때문이다.

발튀스는 가학적이고 변태적인 섹스에 관심이 많아 이 작품을 제작했다. 성기를 쓰다듬으면서 쾌락에 못 이겨 소녀의 머리를 움켜쥔 여자의 모습은 작가 자신을 표현한다. 아동학대와 동성애, 사도마조히즘을 거침없이 표현한 이 작품은 1934년 발튀스의 첫 개인전에 전시돼 비난을 받았다.

성폭행은 어린 소녀에게 정신적 충격을 주는 것은 물론, 미성숙한 몸에 평생 지울 수 없는 고통을 남긴다.

에라, 이 짐승보다 못한 놈아

‘기타 레슨’, 발튀스, 1934년, 캔버스에 유채, 161×138, 개인 소장(왼쪽). ‘베아트리체 첸치의 초상’, 레니, 1662년경, 캔버스에 유채, 64×49, 로마 국립고대미술관 소장.

성폭행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소녀를 그린 작품이 귀도 레니(1575~1642)의 ‘베아트리체 첸치의 초상’이다.

16세기 중엽,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베아트리체는 빼어난 미모로 로마를 넘어 이탈리아 전역에 이름이 알려졌다. 그녀의 아버지 프란체스코 첸치는 딸의 아름다움에 반해 그녀가 14세가 되자 성안에 가둬놓고 겁탈했다. 베아트리체는 16세 때 그녀를 동정한 계모 덕분에 성에서 탈출하고 계모, 오빠와 함께 계획해 아버지를 살해한다. 베아트리체는 아버지의 죽음을 사고사로 위장하려고 시신을 발코니 밖으로 내던지지만 결국 발각됐다.

아버지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그녀의 처지를 많은 사람이 동정했으나 프란체스코 첸치의 재산을 탐낸 교황 클레멘스 8세는 여론을 무시하고 사형선고를 내렸다. 산타첼로 광장에서 공개 처형되는 베아트리체를 보려고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베아트리체 첸치의 초상’은 그녀가 참수형을 받기 직전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흰색 천을 머리에 쓴 소녀가 힘없이 앞을 바라보고 있다. 슬픔에 잠긴 큰 눈망울과 달리 입가의 엷은 미소는 가혹한 운명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데 대한 홀가분한 감정을 전달한다.

이 작품은 스탕달 신드롬의 시초로 알려졌다. 스탕달 신드롬은 뛰어난 미술품을 감상하고 난 후 격렬한 흥분에 휩싸이는 상태를 가리킨다. 프랑스 작가 스탕달은 19세기 레니의 이 작품을 보고 정신을 잃을 정도의 흥분을 느끼고 1개월 이상 치료받았다고 한다. 이후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 가운데 미술품을 감상하고 같은 증세를 호소하는 경우가 생겨나 스탕달 신드롬이라고 불렀다.

취미도 가려서 즐겨야 한다. 야동을 취미로 생각하는 순간, 그 남자는 평범한 인생에서 멀어진다. 평범한 인생이 가장 잘 사는 인생이다.

박희숙은 서양화가다. 동덕여대 미술학부, 성신여대 조형대학원을 졸업했다. 개인전을 9회 열었다. 저서로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클림트’ ‘그림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등이 있다.



주간동아 854호 (p58~59)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317

제 1317호

.12.03

위기의 롯데, 절대로 잘리지 않는 기업은 옛말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