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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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환상 내려놓고 진짜 연애

뮤지컬 ‘김종욱 찾기’

  • 현수정 공연칼럼니스트 eliza@paran.com

    입력2012-09-03 10: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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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사랑 환상 내려놓고 진짜 연애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도, 잃어버리는 사람도 많아지는 계절, 가을. 이래저래 로맨틱 코미디가 관객 마음을 잡아끄는 때다. 대학로 극장가에 가면 적잖은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을 만나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김종욱 찾기’는 오랜 기간 폭넓은 관객층의 마음을 설레게 하며 롱런한 작품이다. 지난해에는 영화로도 개봉해 관객층을 더 넓혔다.

    ‘김종욱 찾기’는 로맨틱 코미디의 단골 소재인 ‘첫사랑’을 다룬 뮤지컬이다. 그렇지만 여느 첫사랑 이야기와는 사뭇 다르다. 이 작품은 흔한 소재임에도 색다른 이야기를 이끌어낸다. 첫사랑에 대한 아이러니한 심리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스토리는 복잡하지 않다. 어느 날 한 여인이 ‘첫사랑 찾기 주식회사’에 찾아온다. 첫사랑에 집착하느라 매번 선 자리를 거절하는 딸내미를 보다 못한 아버지가 억지로 끌고 온 것. 그런데 그녀가 아는 첫사랑에 대한 정보라는 것이 딸랑 ‘김종욱’이라는 이름 석 자에 “턱선 각도가 외롭고 콧날에 날카로운 지성이 흐르는” 이미지뿐이다. 게다가 7년 전 인도 여행에서 단지 하룻밤을 함께했던 남자라는 것. 그녀는 운명이라면 다시 만나리라 생각하고 그를 잡지 않았다.

    첫사랑 찾기 주식회사 운영자는 그야말로 ‘한양서 김서방 찾기’(실제 넘버 제목이기도 함)를 시작한다. 여자와 운영자는 함께 전국 방방곡곡을 뒤지고 돌아다닌다. 그 과정에서 티격태격 싸우기도 하고, 길을 잃고 함께 산속에서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 두 사람은 그렇게 미운 정을 키우며 서로의 마음에 자리를 잡아간다.

    그런데 김종욱 찾기를 포기할 즈음 황당한 사실이 밝혀진다. 여자가 김종욱의 신분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그녀는 마음만 먹으면 김종욱을 찾을 수 있었는데도 숨겼던 것. 결국 여자는 김종욱과 대면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작품의 결말이다. 여자는 첫사랑과의 재회를 꿈꾸면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 김종욱이 아닌, 김종욱을 함께 찾아 헤맨 그 남자와 함께.



    첫사랑 환상 내려놓고 진짜 연애
    이 작품에서 ‘김종욱’은 하나의 환상이며 이상형이다. 여자가 묘사하는 내용만 봐도 순정만화 속 주인공 같은 단면적 이미지로, 그녀의 욕망과 바람이 투사된 존재인 것이다. 이 때문에 제목은 ‘김종욱 찾기’지만, 김종욱의 자리는 비어 있다. 이를 반영하듯 김종욱은 무대 위에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환상을 극대화한다. 극중에서 첫사랑을 찾아주는 남자가 일인이역으로 보여줄 뿐이다.

    그런 점에서 ‘김종욱 찾기’는 ‘성장담’을 다룬 뮤지컬이다. 여주인공이 운명적인 사랑에 대한 소녀적 환상에서 벗어나 진짜 연애를 시작하는 이야기인 것이다.

    주인공 남녀 이름은 배우 이름에 따라 변한다. 전병욱, 김지현, 김태한, 오만석, 엄기준, 오나라를 비롯해 수많은 배우가 이 작품에 참여했다. 현재 김종욱을 찾는 그와 김종욱 역으로 강동호, 최원준, 윤석현, 그녀 역으로 문진아와 한수연이 출연한다. 서울 대학로 예술마당 1관, 오픈 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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