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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길의 놀라운 편집의 힘

스토리텔링은 마음을 여는 주문

단순 나열 절대 금물

  • 김용길 동아일보 편집부 기자 harrison@donga.com

스토리텔링은 마음을 여는 주문

스토리텔링은 마음을 여는 주문
7월 개봉한 영국 영화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은 황혼기 남녀 7명의 인도생활 정착기를 다룬다. 영국에서의 고단한 삶을 잠시 정리하고 인도 시골 메리골드 호텔에 머물게 된 이들이 각양각색의 개성과 사연으로 노년을 긍정하는 로맨스물이다.

영화에는 “두려워해야 할 것은 현재와 똑같은 미래일 뿐. 변화가 온다면 기뻐하라” 같은 명대사가 줄줄이 나온다. 그중 발군은 “결국 모든 게 다 괜찮아질 것이다. 괜찮지 않다면 그건 아직 끝난 게 아니다(Everything will be alright in the end. So if it is not alright, it is not yet the end)”라는 명문장이다.

영화는 스토리에 영상과 대사, 음악, 음향을 버무린 종합예술이다. 객석에서 2시간 동안 꼼짝하지 않고 스크린에 몰입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 덕분이다. 영화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 스토리는 위 한마디 대사가 대변한다. 죽음만 기다리는 조용한 노년으로 살지 말고 자기 내면에 솔직한 도전을 시도하라는 긍정적 스토리가 가득하다.

왜 사람들은 멋진 스토리에 열광할까. 사람들이 즐기는 스토리 구조는 고난에 빠진 주인공이 위험을 무릅쓰면서 끝없이 도전한 끝에 위대한 성취를 이루는 해피엔딩이 기본 얼개다. 독자나 관객은 주인공의 도전과 사탄의 음모에 감정이입히면서 긴장한다. 스토리는 사실의 단순한 나열이 아니다. 영국 소설가 포스터는 “‘왕 사망, 왕비 사망’이라는 팩트를 ‘왕이 죽었고 그다음 왕비도 죽었다’라는 스토리로 바꿀 수 있고, 더 나아가 ‘왕이 죽자 슬픔에 겨운 왕비도 죽었다’라는 사건 플롯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면서 스토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실의 단순 나열은 정보의 무작위적인 배치일 뿐이다. 시간 순서에 따라 선후 인과관계를 부여하면 궁금증을 유발하는 스토리가 되고, 논리적 인과관계로 플롯 편집을 입체적으로 하면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 대본이 된다. 근거를 갖춘 이야기의 향연은 사람을 절로 모여들게 한다. 보편적 감동을 동반한 지적인 스토리는 대중 뇌리에 쏙 들어온다. 정보·뉴스·이미지 과잉 시대에 매력적인 콘텐츠가 되려면 스토리를 입혀야 한다.



1. 자기소개서는 스토리텔링으로 한 편의 영화처럼 써라

대학입시철이 다가왔다. 대입 수시모집에서 자기소개서 비중은 크다. 이에 따라 논술학원 등 사교육 전문 업체들이 건당 50만~100만 원을 받고 맞춤형 자기소개서를 대필해준다는 뉴스가 잇따른다. 대학은 대필한 자기소개서를 걸러내는 시스템을 마련하느라 골머리를 앓는다.

자기소개서는 대학 진학 후 하고 싶은 일과 그 일을 하려고 지금까지 노력한 근거를 논리적으로 제시하는 과정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자신만의 스토리를 압축한 개성 있는 내용이다. 주인공인 자신의 주관과 철학을 분명히 하고 어떤 모험과 도전을 해봤는지를 6하 원칙(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왜, 어떻게)에 따라 기술한다. 막연한 추상적 다짐은 피하고 구체적 경험 속에서 얻은 교훈을 결론으로 제시한다. 체험한 실제 사례도 단순 나열하지 말고 자신의 성장에 기여한 순서대로 인과관계로 엮어야 설득력이 생긴다.

2. 스토리가 자신의 브랜드다

청개구리는 전래동화 때문에 타인 뜻에 무조건 반대하는 우화적 스토리의 상징이 된다. 이솝우화 덕분에 거북이는 꾸준히 성실하게 노력하는 동물이 되고, 속담 탓에 꼴뚜기는 어물전 망신의 대명사가 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되는 것처럼 자신만의 이야기를 묵혀둘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스토리로 발굴하고 편집할 필요가 있다. 스토리 편집력을 추가한 자기소개서, 제안서, 기획서는 인상적인 스토리에 목마른 판정관에게 크게 환영받는다. 애플 신제품에서는 스티브 잡스의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여전히 묻어 나온다. 미국 최초 흑인 대통령 오바마에게는 어린 시절 좌절을 딛고 일어선 세계 청소년의 롤 모델 스토리가 배어 나온다. 고난 극복 과정에 촉촉한 감동스토리를 입혀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는 일, 이번 18대 대통령선거 승리의 열쇠이기도 하다.



주간동아 2012.09.03 853호 (p74~74)

김용길 동아일보 편집부 기자 harri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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