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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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관 바꿔야 2040 잡는다

박근혜 지지율 50% 문턱서 횡보, 확장성 한계 여전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2-09-03 09: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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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관 바꿔야 2040 잡는다

    8월 26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서울 마포구 서교예술실험센터를 방문해 대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8월 20일 새누리당 대통령선거(이하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된 박근혜의 ‘광폭 행보’가 관심을 끈다. 후보 선출 직후 경남 김해군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 집권 시절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분신한 전태일 열사를 기념하는 재단 방문을 시도해 화제가 됐다. 박 후보의 이런 행보는 대선 승리 가능성을 높이려는 화해 제스처로 해석됐다. 그럼에도 대선 지지율 조사에서는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 본선 안정권이라는 양자구도 지지율 50%에 아직 2% 부족한 상황.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확정됐음에도 여전히 양자구도에서 40%대 중반, 다자구도에서 30%대 후반에 머물고 있는 박 후보의 현재 지지율로는 대선 승리를 확신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광폭 행보로 3~4% 포인트 올라

    48.7%, 47.2%, 46.3%, 45%, 43.3%.

    박 후보가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된 이후 실시한 각종 대선 여론조사 결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가상 대결에서 ‘박 후보를 지지한다’고 응답한 비율이다. 조사기관과 조사일, 표본 수는 달라도 박 후보는 일관되게 40%대 중·후반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박 후보에 비해 안 원장은 각각 45.3%(리얼미터 8월 넷째 주 조사), 45.1%(리서치앤리서치, 8월 21~23일), 45.4%(한길리서치, 8월 24~25일), 37%(한국갤럽, 8월 20~24일), 47.2%(코리아리서치, 8월 25일) 지지율을 기록했다. 굳이 승패를 따지자면 박 후보가 5전 4승 1패를 거뒀다.

    박 후보가 안 원장과의 일대일 양자구도에서 다승을 거둔 비결은 새누리당 경선 종료에 따른 컨벤션효과 덕분이란 시각도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김태호 의원, 안상수 전 인천시장,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등 박 후보와 경선에서 맞서다 탈락한 네 후보 지지층이 박 후보 지지로 돌아서며 지지율을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7월 말과 비교해 새누리당 대선 경선 이후 박근혜 후보 지지율은 다자 대결구도에서 10% 가까이 올랐다”며 “김문수, 김태호, 안상수, 임태희 등 비박(비박근혜) 후보 4명이 경선 이후 다자 대결구도에서 빠지면서 지지율 단일화가 이뤄져 5~6% 올랐고, 후보 선출 이후 광폭 행보로 3~4% 더 올랐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는 “안철수 원장과의 양자 대결구도에서는 48% 대 45%의 시소게임을 지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자구도에서는 컨벤션효과가 확인되지만, 양자구도에서는 지지율 쏠림 현상이 눈에 띄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은 컨벤션효과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그는 “컨벤션효과에 대한 절대적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경선 전후 지지율이 급격히 상승했을 때 컨벤션효과 덕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며 “박근혜 후보가 안철수 원장과의 양자구도에서 1위를 달리지만 오차범위 내에서의 1등이라 순위가 바뀌더라도 틀린 조사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비박 후보 4명 역시 미미하지만 일정한 지지율을 기록했던 만큼, 경선 이후 박근혜 후보가 네 후보의 지지율을 흡수했을 수는 있지만 상승 폭이 크지 않아 컨벤션효과라고 부르기에는 민망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박근혜-이명박 경쟁구도로 진행된 2007년 한나라당 경선 이후에는 후보로 선출된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15%포인트 이상 크게 올라 컨벤션효과가 확실히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 경선 이전에도 박 후보는 새누리당 지지층과 보수 성향 유권자로부터 절대적 지지를 받았고, 경선 역시 박 후보 독주로 진행돼 이미 지지층의 절대 다수를 흡수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컨벤션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역사관 바꿔야 2040 잡는다
    2040세대와의 인식 차이

    그럼 박 후보가 후보로 확정된 이후 보인 ‘광폭 행보’는 지지율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실장은 “봉하마을 방문 등 반대편에 선 유권자에게 다가가려는 박 후보의 행보가 불통 이미지를 해소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면서 “다만 지지해줄 만한 지지층을 다 끌어 모은 상황에서 광폭 행보를 시작해 실행 대비 효과를 체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이 100일 이상 남은 만큼 박 후보의 광폭 행보는 아직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40대 중도층의 반감을 누그러뜨리고 우호적 정서와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점에서 지지율 추가 상승의 토대를 만든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택수 대표도 “경선 이후 단일화 효과에 광폭 행보가 더해져 다시 안 원장을 앞서는 조사결과가 나왔다”며 “중도층을 지지층으로 끌어들이는 데 광폭 행보의 공이 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지지율 확장성 문제는 남는다. 이 대표는 “양자구도에서 50%를 꾸준히 넘는 조사결과가 이어졌다면 확장성의 한계를 극복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4월 총선 직후 1, 2주 정도 50%대 지지율을 기록한 이후 지금까지 리얼미터 주간 단위 조사에서 50% 지지율을 기록하지 못했다”며 “이 같은 결과는 박 후보가 여전히 확장성 한계라는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박 후보가 본선 안정권 지지율로 올라서지 못한 요인으로는 ‘5·16 군사정변’에 대해 “최선의 선택”이라고 언급한 것이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윤희웅 실장은 “5·16이나 박정희 정권에 대한 2040세대의 역사관과 박 후보의 인식에는 큰 차이가 있다”며 “광폭 행보나 정책적 접근으로는 이 같은 인식 차이를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박 후보에 맞서 안철수 원장과 민주통합당 등 두 진영에서 후보가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대선구도가 명확하게 자리 잡을 때까지 박 후보가 안정권에 진입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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