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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 건강에 답하다

권력과 돈이 좋다지만 ‘내 몸’만 못하다

전국시대 철학서 ‘열자(列子)’

  • 안영배 기자 ojong@donga.com

권력과 돈이 좋다지만 ‘내 몸’만 못하다

중국 전국시대 사상가 맹자(孟子·BC 371~289)는 자신을 논쟁을 좋아하는 호변가(好辯家)라고 여기는 세간의 평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를 따르는 제자 공도자(公都子)에게 “내가 어찌 논변을 좋아하겠느냐, 어쩔 수 없이 그런 것”이라고 두 번이나 변명했을 정도다. 맹자는 자신이 논변을 하는 이유로 두 사람을 꼽았다.

“양주(楊朱)와 묵적(墨翟·묵자·BC 480~390)의 이론이 천하(전국시대)에 가득 차 여론이 양주의 이론을 찬성하거나 묵적을 찬성하는 쪽으로 돌아갔다. 양주는 위아(爲我)를 말하는데 이는 임금을 무시하는 것이고, 묵적은 겸애(兼愛)를 내세우는데 이는 자신의 아비를 무시하는 것이다. 자기 아비를 무시하고 임금을 무시하는 것은 새나 짐승이 하는 짓이다.”

특히 맹자는 양주에 대해 “자신의 털 한 가닥을 뽑으면 온 천하가 이롭게 된다 해도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극단적 이기주의자”라고 몰아붙였다. 맹자에 따르면 양주 같은 사람은 남을 위해 죽을 일이 전혀 없으며, 특히 나라나 임금을 위해 자기 몸을 희생할 줄 모르니 “무군(無君·임금이 없음)의 무리”라는 것이다.

맹자가 그토록 비난했던 양주는 누구인가. 양주의 생존 연대는 확실치 않다. 다만 겸애설로 유명한 묵자와 맹자가 활동하던 시기에 생존한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양주에 대해서는 ‘열자(列子)’라는 책에 소개돼 있다.

‘열자’는 전국시대 열어구(列禦寇)가 지었다고 전해지는 책으로 모두 8편으로 구성됐는데, 전한(前漢) 말기에 유향(劉向)이 교정해 8권으로 편찬했다. 우공이산(愚公移山), 조삼모사(朝三暮四). 기우(杞憂) 같은 고사성어로 유명한 이 책 ‘양주편’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금자(禽子)가 양주에게 물었다.

“선생은 몸뚱이에 있는 한 가닥의 털을 뽑아버림으로써 천하를 구제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시겠소?”

양주는 이에 “천하는 본래 한 가닥의 털로 구제할 수 있는 게 아니오” 하며 답을 회피했다. 금자가 더 직설적으로 “만약 구제할 수 있다면요?” 하고 추궁하자 양주는 더는 답하지 않았다. 금자는 양주와 나눈 대화를 맹손양(孟孫陽)에게 말하니, 맹손양은 “당신은 선생의 마음을 알지 못하였소. 내가 그것을 말하리다” 하고는 금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권력과 돈이 좋다지만 ‘내 몸’만 못하다

중국 전국시대 사상가로, ‘몸’을 중요시하는 양주의 이론을 맹비난했던 맹자.

“당신 살갗에 상처를 내 만금(萬金)을 얻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하시겠소?”

금자는 망설이지 않고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이에 맹손양이 다시 물었다.

“당신의 몸뚱이 한 마디를 절단해 한 나라를 얻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하시겠소?”

금자는 이에 대해서는 한동안 답을 할 수 없었다. 그때 맹손양이 다시 말했다.

“한 가닥의 털은 살갗보다 작고, 살갗은 몸뚱이 한 마디보다 작소. 그러나 한 가닥 털이 모여 살갗을 이루고, 살갗이 모여 몸뚱이 한 마디를 이루오. 한 가닥의 털은 원래 몸뚱이의 만분의 일도 안 되는 것이지만 어찌 이것을 가벼이 여기겠소?”

노자는 아예 한술 더 떠 “제 몸을 천하같이 귀중히 여기는 사람에게는 천하를 줄 수 있고, 제 몸을 천하같이 아끼는 사람에게는 천하를 맡길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 우리는 양주와 노자의 말과는 달리 여전히 부나 권력 등 외부의 물(物)을 얻기 위해 ‘아낌없이’ 제 몸을 희생하며 산다. 뭔가 주객이 전도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열자’를 읽으면서 해본다.



주간동아 851호 (p80~80)

안영배 기자 oj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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