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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내 스타 이름으로 기부할래요”

‘소녀시대 우물’ ‘2NE1 숲’ 등 팬들 자발적 사회공헌 문화 정착

  • 김민지 인턴기자 이화여대 경영학과 4학년 kimminzi4@naver.com

“내 스타 이름으로 기부할래요”

“내 스타 이름으로 기부할래요”

7월 29일 2NE1 월드투어 콘서트 현장. 2NE1 팬들은 아프리카에 망고나무를 기부했다.

캄보디아 따므치 마을에 ‘소녀시대’ 멤버의 이름을 딴 우물 9개가 생겼다. 소녀시대 이름으로 팬들이 선행을 한 것이다. 이에 동참한 한 팬은 “8월 5일 소녀시대 데뷔 5주년을 기념한 것”이라며 “오래전부터 소녀시대와 함께 좋은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소녀시대 멤버 9명을 상징하기 위해 후원금도 999만9999원으로 맞췄다. 캄보디아 현지에서 사업 진행을 맡은 비정부기구(NGO) 월드쉐어의 이혜림 간사는 “따므치 마을은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이라면서 “팬들의 선행으로 현지 주민 수천 명에게 깨끗한 물을 전할 수 있게 됐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팬덤문화’ 성숙 단계로 진입

2NE1 팬들도 지난달 아프리카 남수단 지역에 ‘2NE1 숲’을 조성했다. 팬클럽 관계자는 “2NE1의 월드투어 콘서트를 기념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현재 망고나무 1295그루를 전달했고 10월에 숲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2NE1 숲’ 조성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트리플래닛 관계자는 “‘2NE1 숲’은 아프리카의 환경을 살리는 동시에 숲을 조성한 후에도 현지 주민들에게 망고 재배 교육을 지원해 장기적으로 주민의 자립을 돕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 이름으로 1억 원이 넘는 장학기금을 조성한 팬들도 있다. 가수 겸 연기자 김현중의 팬들은 아름다운재단에 ‘김현중 장학기금’을 조성하고 3년에 걸쳐 장학금 총 1억3000만 원을 ‘시설 퇴소 대학생’들에게 전달했다. 해당 팬클럽 대표 전은주 씨는 “김현중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마음을 모아 장학기금을 만들었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 밖에도 스타의 기념일에 불우이웃에게 쌀을 기부하는 ‘스타 응원 쌀화환’은 이미 팬덤 사이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최근 2년간 전달된 쌀이 600t을 넘었을 정도다. 이에 대해 노승구 ‘쌀화환드리미’ 대표는 “팬들이 스타와 ‘함께’ 좋은 일을 했다는 데서 보람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스타 팬덤의 사회공헌은 보통 팬클럽 운영진이 팬 커뮤니티에 봉사 활동이나 기부 활동에 대한 모집·모금 정보를 몰리고, 이에 팬 개개인이 참여 의사를 댓글과 이메일 등으로 밝히면 이뤄진다. 팬클럽의 기부 활동 모금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김모(14·중학생) 양은 “1000원 단위나 만 원 단위로 자발적으로 기부한다”며 “좋은 일도 하고 내가 아끼는 연예인의 이미지도 좋게 할 수 있어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김미경 아름다운재단 이사는 “스타를 위한 선물공세에서 벗어나 스타 이름으로 이웃을 돕는 팬덤문화가 정착했다”면서 “긍정적인 사회참여 활동과 기부문화를 통해 팬덤문화가 성숙단계로 접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공헌형 팬덤은 기존 팬덤이 스타 이미지를 고려해 선행을 베푸는 형태로 진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어려운 이웃을 돕는 봉사인 동시에 스타에게 하는 일종의 조공 개념도 들어가 있어 양면적이다. 즉, 이웃을 위한 봉사이면서도 선한 일을 하면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가 덩달아 ‘개념연예인’ ‘좋은 팬을 거느린 좋은 스타’로 주목받으니 일종의 스타를 위한 봉사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타 이름으로 홀몸노인 돕기에 참여한 이모(여·36) 씨도 “쪽방에서 무더운 여름을 보내는 어르신들을 돕게 돼 뿌듯하다”며 “한편으로는 팬으로서 우리 스타가 출연하는 드라마가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도 함께 보탠 것”이라고 말했다.

“내 스타 이름으로 기부할래요”

7월 28일 뮤지컬배우 임태경의 팬클럽은 쌀 3.5t을 홀몸노인들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 팬들의 선행과 기부 금액 등이 공개되면서 ‘내 스타의 기부액이 다른 스타의 것보다 많아야 한다’는 경쟁의식이 생겨난다는 지적도 있다. 노승구 대표는 “요즘 팬덤이 경쟁적으로 쌀화환 기부를 하다 보니 ‘쌀화환 배틀’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고 말했다. 게다가 일부 팬클럽의 경우 사회공헌을 하고 나서 보도자료를 만들어 배포하는 등 마치 기업의 사회공헌처럼 ‘보여주기 위한 선행’으로 변질되기도 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사회적 책임을 의식하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생각하는 팬덤으로 성장해간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일부 팬덤의 선행이 일종의 사회적 과시 수단처럼 ‘어느 스타 앞에 더 많은 쌀이 쌓여 있나’ ‘얼마나 더 이슈가 되나’ 하는 식의 경쟁으로 이어져 선행 본뜻이 변질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결국 ‘내 스타 챙기기’밖에 안 되는 것이다. 선행을 하되 홍보 효과를 노리는 선행이 아니라 수혜자를 생각하는 ‘진짜 선행’, 사회적 책임을 의식하는 선행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나눔 전하는 자체로 큰 의미

홍보를 위한 선행이나 경쟁에 의한 선행은 경계해야겠지만, 나눔을 전하는 것 자체는 큰 의미가 있다.

‘사랑의쌀나눔운동본부’ 기획홍보팀 김현진 씨는 “팬덤의 경우 한 번에 몇 t씩 대규모로 쌀을 기부하는데, 실질적으로 많은 이가 도움을 받는다. 도움의 손길이 절실함에도 정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소외계층이 많은데, 다행히 스타 팬덤들의 기부로 도움을 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노승구 대표도 “최근 2년간 ‘스타 응원 쌀화환’이 600t이 넘었는데 모두 소외계층에게 전달됐고, 이러한 문화가 최근에는 결혼식과 취임식 등에도 쌀화환을 기부하는 문화로 확산돼 기부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소녀시대 우물 파기 사업을 진행한 이혜림 간사는 “팬덤의 사회공헌이 스타 홍보 측면도 있지만,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눔을 전하는 것 자체는 큰 의미가 있다. 다만 팬덤 처지에서 그 선행이 갖는 의미와 변화에 대해 한 번 더 짚어보고, 이를 계기로 개인적 차원에서도 나눔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2.08.13 850호 (p42~43)

김민지 인턴기자 이화여대 경영학과 4학년 kimminzi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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