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입주를 앞둔 인천 영종도 하늘도시. 이 일대 하늘이 낮인데도 밤처럼 어둡기만 하다.
이에 따라 잠잠해지던 부동산 폭락론이 또다시 고개를 들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아예 연말과 내년 초 부동산시장 전망 자체를 꺼린다. 글로벌 경기가 워낙 럭비공 튀듯이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그것이 국내 경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놓은 5·10 부동산대책과 금리 인하도 약발이 먹히지 않아 부동산 저점론이나 바닥론은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도 부동산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할 수 있는 몇 가지 신호가 보인다. 최근 미국과 중국 등 해외 부동산시장이 꿈틀거리고, 우리나라 역시 부동산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도 거래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상징적인 지표가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부동산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한상분(‘트렌드를 알아야 부동산이 보인다’ 저자) 씨는 서울 아파트 거래 현황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이 눈에 띈다고 말한다.
“서울 아파트시장은 여타 수도권 부동산시장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데, 서울 등 수도권에 전국 인구의 절반이 산다. 따라서 서울 아파트 거래 현황을 유심히 살펴보면 한국 부동산시장의 큰 흐름을 찾아낼 수 있다.”
전년 대비 81% 거래량
서울시는 인터넷을 통해 자치구별로 매달 부동산 거래 현황을 알려주는 서비스(서울 부동산정보광장, land.seoul.go.kr)를 실시한다. 이 자료는 부동산 거래를 신고한 신고일(거래 계약일로부터 60일 이내)을 기준으로 하며 아파트, 단독 및 다가구, 다세대 및 연립으로 구분해 매달 집계를 낸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서울 소재 아파트 거래량 현황으로,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의 향방을 제시하는 나침반 구실을 한다는 게 한상분 씨 주장이다.
물론 이와는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정책실장은 “부동산 거래는 이사 철이나 비수기 등 계절별 특수성을 가지므로 단기적인 거래 현황 비교만으로 부동산시장을 전망하는 것은 무리고, 현재처럼 글로벌 경기가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는 더욱더 점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분기별, 연도별 등 장기적 접근에 의한 거래량 분석으로 향후 부동산시장을 전망하는 것은 그 나름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7월 31일 기준 과거 1년간(2011년 8월~2012년 7월) 서울 소재 아파트 거래량은 4만5378건으로, 그 전 1년간(2010년 8월~2011년 7월) 거래량(5만6230건)의 81% 수준을 기록했다( 참조).
수치상으로는 분명 거래량 감소다. 그런데 여기서 지난 1년간 전 세계가 극심한 금융위기를 겪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2011년 8월과 2012년 5월 두 차례에 걸쳐 유럽발 재정위기가 터지면서 전 세계는 경제적으로 타격을 받았고, 국내 경제 역시 예외일 수 없었다. 부동산시장에서도 매수 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점을 고려한다면 전년 대비 81% 거래량은 결코 부동산시장이 위축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게 한씨의 주장이다.
“지난 1년간 4만5000건이 약간 넘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부동산이 비정상적으로 폭등해 버블 피크를 기록할 당시(2006년 8월~2007년 7월)의 거래량 10만 건에 비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서울 부동산 1년 평균 거래량 6만여 건이 ‘평작’ 수준이라고 할 경우 그리 저조하지 않은 수치다. 결국 거래량으로 볼 때 부동산 폭락 상황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고, 오히려 부동산시장은 금융위기에도 정상 작동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실제로 2007년 버블 피크 이후 서울 아파트는 평균 거래량 6만 건 위아래를 넘나든다. 2007년 8월~2008년 7월은 7만9000여 건으로 마지막 버블 후유증을 겪는 시기였고, 이후 차례로 5만3000건(2008년 8월~2009년 7월), 5만8000건(2009년 8월~2010년 7월), 6만5000건(2010년 8월~2011년 7월)을 기록했다. 6만 건을 넘어선 2010~2011년 거래 실적은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가 전세대란이라는 소문에 힘입은 결과다.
저가 위주 실수요자 시장
흥미로운 점은 또 있다. 서울 자치구별 지난 1년간(2011년 8월~2012년 7월) 거래량을 보면 상대적으로 활발했던 그 전 1년간(2010년 8월~2011년 7월) 거래량보다 오히려 증가한 곳도 있다는 점이다. 강북구(101%), 금천구(107%), 중구(112%)가 이에 해당한다. 또 동대문구(96%), 마포구(92%), 송파구(90%), 중랑구(99%)는 2010~2011년 거래량의 90%를 넘길 정도로 거래가 활발했다. 이들 지역의 경우 어느 정도 부동산시장이 저점으로 진입했다는 심리가 강해 저가 위주의 실수요자 시장이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재건축 대상 아파트와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곳은 상대적으로 거래량이 부진했다.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을 선도했던 강남구(63%)와 서초구(52%)는 모두 65%를 넘지 못했다. 아직도 저점을 확인하고 싶은 욕구가 개입된 지역이라는 게 한상분 씨 해석이다.
단기 바닥 친 곳은 바로 여기
저가 위주의 실수요자 시장에서 현재 부동산 매수 희망자들의 관심사는 어디가 단기적으로 바닥을 친 곳인지 찾아내는 일일 것이다. 이는 의외로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단기 바닥은 지난 1년간 월평균 거래량 대비 2012년 6월 한 달간 거래량을 보면 가늠할 수 있다.
6월 거래량이 주요 기준점이 되는 이유가 있다. 6월 거래량은 실제로 4월 말부터 6월 말까지 계약된 부동산 거래량이다. 이 기간은 유럽발 금융위기가 심화해 매수심리가 얼어붙었고,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가 재차 하락한 시기다. 이에 따라 잠잠해지던 부동산 폭락론이 또다시 고개를 들던 시기이기도 하다. 주식시장으로 치면 주가가 폭락할까봐 사람들이 두려움에 떠는 ‘공포지수(VIX·변동성지수)와 비슷한 개념으로 볼 수 있는 게 바로 6월 거래량이다.
이 6월 거래량이 지난 1년 월평균 거래량보다 높게 나오거나 비슷한 거래량을 보이는 지역은 부동산이 단기적으로 바닥을 친 곳이라 볼 수 있고, 이보다 낮게 나오는 지역은 여전히 조정 여지가 있는 곳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용산구와 마포구는 6월 거래량이 각각 65건과 137건을 기록해 1년 월평균 거래량인 57건과 126건을 웃도는 114%, 109%에 달했다. 한마디로 이들 지역은 단기적으로 거의 바닥을 확인했다고 할 수 있다. 양천구, 서대문구, 동작구도 각각 172건, 90건, 122건으로 1년 월평균 거래량의 98%(1년 평균 175건), 90%(1년 평균 99건), 89%(1년 평균 137건)에 이르러 바닥에 근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와 참조).
특히 목동 아파트단지로 대표되는 양천구에서는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아닌 일반 아파트 거래가 늘었다는 게 현지 부동산업자의 설명이다.
“목동이나 신정동 27평 아파트 일부에서 심리적 마지노선인 6억 원대가 무너지자 매물이 나왔고, 대기하던 수요자도 이쯤이면 부담 없겠다 싶어 매수한 것이다. 재건축과 관계없는 20~30평형대 아파트에서도 가격 하락이 일어나 매매가 성립됐다.”
한상분 씨는 목동의 경우 매수자 처지에서는 충분히 가격 조정을 받았다고 여기거나 현재도 괜찮은 일자리가 계속 창출되는 서울 서북권에서 그나마 양호한 주거지라는 믿음이 형성된 때문이라고 본다.
서울 나머지 자치구도 상당수는 70% 넘는 거래량을 보였다. 하지만 은평구(67%), 서초구(64%), 광진구(61%), 구로구(60%)는 6월 거래량이 1년 평균 거래량보다 현저히 낮았다.
그렇다면 부동산의 반등은 어떻게 될까. 서울에 있는 아파트는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2009년 초 반짝 반등하는 듯하더니 내내 거래 부진에 시달렸다. 그러다 전세대란 여파로 2010년 가을부터 2011년 봄까지 급작스럽게 대량 거래가 터졌다. 특히 2010년 12월(10월 말에서 12월 사이 계약), 2011년 3월(1월 말에서 3월 사이 계약)에 집중적으로 부동산 매매가 이뤄졌다.
여하간 이 당시의 최고 거래량을 돌파하는 거래가 이뤄져야 부동산 매도자 관점에서는 본격 반등이 시작되거나 전저점보다 높은 새로운 지지가격이 설정됐다고 볼 수 있다. 주식 차트에서 흔히 말하는 ‘전고점’에 비유되는 지점이다.
가격 반등은 지역 따라 달라
최대 거래량 대비 7월 거래량을 살펴보자.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의 7월 거래량은 각각 161건과 114건으로, 최대 거래량 753건과 663건의 21%, 17%에 불과했다. 송파구와 양천구도 7월 거래량이 각각 201건과 127건을 기록해, 최대 거래량 대비 각각 40%와 29%에 그쳤다.
이들 4개 구는 일반적으로 교육환경이 좋고 재건축 투자 수요가 많다고 알려져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을 선도하던 곳이다. 당연히 고가 아파트가 많은 이들 4개 구는 현재 최대 거래량의 50% 선 밑에서 거래 침체에 시달린다.
이에 비해 동대문구(최대 거래량 대비 2012년 7월 거래량 기준, 이하 동일) 74%, 금천구 71%, 강북구 67%, 중랑구 63%, 종로구 62%를 기록해 그리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다. 오히려 지난 3년간 최고점을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리하지 않고 매수할 수 있는 저가 아파트, 혹은 도심 및 강남 접근성이 좋은 교통 우수 지역에서는 그나마 매수세가 유지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런 지역으로 선호도가 바뀌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역시 향후 부동산시장은 지역 간 차별화가 불가피하며 그 시기 역시 지역별로 달리 나타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서울의 부동산 거래 현황 자료를 통해 부동산시장을 분석하는 시도는 지금껏 없었다. 한상분 씨는 “이런 분석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겠지만, 현재 부동산시장을 분석하는 도구나 수단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조만 KDI 실물자산연구팀장(국제정책대학원 교수)은 “부동산시장은 소비재이면서 투자재이고, 거시경제와 대외 환경 변화에 민감하며, 재고 자산과 신규 자산이 혼재하는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아 이를 진단하고 예측할 수 있는 지표나 툴을 개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부동산 관련 간접투자 상품이 출시되는 상황에서 앞으로는 예측 가능한 지표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는 부동산 가격선이나 거래량도 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