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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으로 들어온 한 권

성장 멈춰야 병든 지구 구해낸다

불온한 생태학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성장 멈춰야 병든 지구 구해낸다

성장 멈춰야 병든 지구 구해낸다

이브 코셰 지음/ 배영란 옮김/ 사계절/ 360쪽/ 1만8800원

“이제는 앞만 보고 달리던 폭주기관차를 멈춰야 할 때인 것이다. 어차피 더는 집어넣을 연료가 없어 얼마 못 가 곧 멈추고 말겠지만, 갑자기 제동이 걸려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것보다는 아직 열차를 멈출 연료가 남았을 때 간이역에라도 서서히 열차를 세우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는가?”

프랑스 환경부 장관을 역임했으며 녹색당 소속 유럽의회 의원으로 활동하는 저자는 “과학기술 발전에 기고만장했던 인간이 스스로 망쳐놓은 환경 속에서 자멸할 위험이 높다”며 섬뜩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 유럽 금융위기 그림자가 지구촌을 덮쳤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성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지금 위기도 성장엔진만 가동하면 탈출할 수 있고, 과학기술 발전이 환경 문제까지 한 방에 해결해줄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성장의 달콤함에 취한 지구인들이 과연 폭주기관차를 스스로 멈출 수 있을까.

더 많은 소득, 더 좋은 자동차, 더 좋은 소비재에 대한 끊임없는 욕망으로 자란 성장제일주의는 인간의 모든 가치를 성장에 맞춘다. 따라서 성장제일주의에 발을 거는 일은 지금까지 우리가 살았던 방식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목을 ‘불온한 생태학’이라고 붙인 이유이기도 하다.

환경은 넓은 의미에서 지구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공공재다. 마을 목초지를 파괴하는 ‘공유지의 비극’을 예방하려면 먼저 마을 사람 전체가 합의를 해야 한다. 1972년 스톡홀름 유엔환경회의 이후 수많은 협정과 회의가 열렸다. 모두가 하나뿐인 지구의 환경 위기를 막으려는 모임이었다. 하지만 각국 이익에 막혀 장기적, 체계적인 환경 개선책은 여전히 말뿐이다. 저자는 “지키지도 않는 환경회의에 기대를 거는 것보다 산유국을 설득해 석유 공급을 줄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힐난한다.

“생태계는 기호 조절, 폐기물 재활용, 질병 억제 등과 같은 조절 기능을 맡아왔다. 그러나 온실가스가 과도하게 배출되면서 생태계 조절 기능이 훼손됐다. 생태계가 우리에게 주던 문화적 서비스도 인간의 과도한 이용과 무분별한 개발로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탈(脫)성장’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성장을 멈추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탈성장을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먼저 에너지와 식량은 지역에서 자급자족으로 해결해야 한다. 또한 권력의 지방분권화를 통해 지역 중심의 경제체제를 구현해야 한다. 거기에 무분별한 자원 낭비를 막으려면 합의에 따른 계획경제와 할당제 중심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것 역시 실천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아무것도 아닌 듯하지만, 개체인 인간은 환경을 파괴함으로써 전체인 지구에 영향을 미치고, 전체인 지구는 개체인 인간에게 환경 재앙의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이다. 저자가 생태학을 일부분이 아닌, 체계론적으로 접근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책은 또 왜 사람은 생태적인 삶을 실천하지 않는지, 왜 현대 문명은 반(反)생태적인지, 고전주의 경제학에서는 왜 환경 문제를 고려하지 않는지도 함께 다룬다.

세상일이란 ‘더 많은’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또한 ‘더 적은’ 것이라고 더 나쁜 것도 아니다. 지구는 신음하는데 우리는 여전히 앞만 보고 있다. ‘닥치고 성장주의’를 멈추지 않는다면 환경 역습은 예상외로 빨리, 불현듯 찾아올 것이다.



주간동아 2012.08.06 849호 (p66~66)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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