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49

2012.08.06

재미있다고 빠져드는 것은 아니다

업무 몰입도

  • 김한솔 HSG 휴먼솔루션그룹 수석연구원 hskim@hsg.or.kr

    입력2012-08-06 10: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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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있다고 빠져드는 것은 아니다
    “방 과장, 요새 무슨 일 있어?”

    방 과장의 팀장인 최 부장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묻는다. 평소엔 깔끔하게 처리하던 일에서 요즘 들어 부쩍 실수가 많아졌다는 것.

    “아닙니다. 아무 일 없습니다.”

    “그런데 요즘 왜 그래? 일이 힘들어? 몇 달째 계속해오던 일이잖아.”

    “네.”



    기운 없이 대답하는 방 과장을 최 부장이 격려한다.

    “날씨가 더워서 좀 지쳤나 본데, 하루 정도 푹 쉬고 기운 차려. 알겠지?”

    자리로 돌아온 방 과장. 팀장 지적처럼 요즘 방 과장은 도통 일에 집중이 안 된다. 왜 그런지 자신도 이유를 모르겠다. 사무실에서 들리는 전화벨 소리, 앞자리 박 과장이 전화로 부부싸움하는 소리, 옆에 앉은 황 대리의 이어폰 음악소리 등 모든 소리가 자신의 일을 방해하는 느낌이다. 방 과장의 업무,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최근 글로벌 컨설팅 기업 타워스 왓슨이 충격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 중국, 일본, 미국 등 28개국 3만1900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업무 몰입도’에 대해 조사했는데, 우리나라 직장인 10명 가운데 8명 이상(84%)이 ‘나의 업무에 지속적으로 몰입하지 못한다’고 응답한 것.

    그 이유가 뭘까. ‘일’ 자체가 재미없는 것이니 몰입이 힘든 건 당연한 결과 아니냐고? 하지만 ‘몰입’과 관련해 세계적 권위자인 칙센트미하이 미국 클레어몬트대학 피터드러커대학원 교수는 전혀 다른 주장을 한다. 재미와 몰입도는 별개라는 것. 그러면서 미국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일상에서의 몰입도 측정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실험 결과 ‘여가시간을 즐길 때’보다 ‘일을 할 때’몰입 빈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실제로 타워스 왓슨 조사에서 중국인 절반 이상(53%)이 업무에 몰입한다고 응답한 걸 보면, 재미가 몰입을 결정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중국인에게만 일이 ‘개그콘서트’처럼 재미있는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그럼 업무에 몰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최고의 업무 몰입도를 보이는 ‘수술하는 외과의사’ 사례를 들어 몰입 요소를 설명한다. 먼저 이들은 명확한 목표를 갖고 있다. 소아과나 내과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처방이 아닌, 눈앞에 벌어진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표가 있어 몰입도가 높다는 것.

    재미있다고 빠져드는 것은 아니다
    목표 내용뿐 아니라 수준도 중요하다. 목표 수준이 항상 일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 외과의사들에겐 간단한 수술도 있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야 성공 가능한 수술도 있다. 이렇게 다른 난이도가 의사의 몰입도를 더 높인다고 한다.

    목표를 세우는 것이 개인 차원의 노력이라면 조직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즉각적이고 계속적인 피드백의 중요성을 지적한다. 외과수술은 수술하는 도중이나 수술이 끝난 후 성공 여부를 바로 알 수 있다. 그리고 성공이든 실패든 그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있다. 이처럼 일의 성공과 실패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통한 학습이 몰입도를 높이는 데 큰 영향을 끼친다고 말한다.

    영업이익률을 3배 넘게 차이나게 만든다는 업무 몰입도. 당신 팀원이 혹시 매일 비슷비슷한 일을 하며 ‘편하게’ 지내고 있는가. 혹은 ‘이미 지나간 일은 깨끗하게 잊자’고 생각하는가. 그러면 당신 조직의 몰입도는 빨간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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