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국제

미·중 싸움에 등 터지는 동아시아

힐러리 클린턴 라오스와 몽골 전격 방문, 중국 포위 전략 본격화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l.com

미·중 싸움에 등 터지는 동아시아

미국이 중국 주변국에 적극적인 포용정책을 펴면서 대(對)중국 포위망 구축에 나섰다. 특히 라오스와 몽골을 중국 포위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고 관계를 강화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라오스, 몽골은 중국과 국경을 맞댄 내륙 국가로 인도차이나반도와 중앙아시아의 전략 요충지다.

미국은 이미 태평양 지역에선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베트남, 필리핀을 비롯해 싱가포르 등과 반(反)중국 연대를 꽤 진행한 상태다. 미국은 또 친중 국가인 미얀마와도 관계를 개선하고 있다. 미국이 동아시아 재개입이라는 큰 정책 틀에서 볼 때 라오스, 몽골과 관계를 강화한다면 중국을 견제하는 데 전략적으로 유리해질 게 분명하다. 그 때문에 미국 외교정책 수장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양국을 직접 방문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라오스는 중국 ‘앞마당’?

라오스는 중국, 베트남, 북한, 쿠바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공산주의 국가다. 인도차이나반도 중앙에 자리한 라오스는 동쪽으로 베트남, 남쪽으로 캄보디아, 서쪽으로 태국, 북서쪽으로 미얀마, 북쪽으로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1949년 7월 프랑스 식민지배에서 벗어난 라오스는 입헌군주제를 유지해오다, 1975년 인민혁명당이 정권을 잡으면서 공산화됐다. 유일 정당인 인민혁명당은 지금까지 독재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국토는 한반도 넓이의 1.1배이지만, 인구는 655만 명밖에 안 된다. 국내총생산(GDP)은 79억 달러, 1인당 국민소득은 1204달러다.

라오스는 흔히 ‘은둔의 땅’ ‘신비의 땅’이라고 부를 만큼 그동안 국제사회와 별다른 교류가 없었다. 하지만 중국이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인도차이나반도의 내륙 물류기지 기능을 하면서 2008년 이후 연 7%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라오스의 최대 수출 품목은 구리와 금을 비롯한 광물로 전체 수출의 60%, GDP의 20%를 차지한다. 라오스의 전체 광물자원은 현재 30%만 확인된 상태라 앞으로 성장 잠재력이 상당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정부는 라오스를 자국 영향권에 두려고 그동안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왔다. 중국 차기 최고지도자인 시진핑 국가부주석은 2010년 라오스를 동남아 지역의 중국 상품 수출 전진기지로 만들겠다며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약속하기도 했다. 중국은 라오스의 최대 투자국이다. 지난해에만 5억4000만 달러를 투자했고, 윈난성 성도(省都) 쿤밍에서 라오스 루앙남타를 거쳐 태국 방콕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 공사도 진행 중이다.

중국 윈난성과 국경을 접한 라오스 북부 지역에는 중국인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호텔과 카지노 등이 우후죽순 생겨나 사실상 중국 경제권에 편입한 상태다. 수도 비엔티안에서는 중국어 간판들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중국의 진출이 활발하다. 현재 라오스에는 중국인이 80만 명 거주하고 있다. 이 때문에 라오스는 중국 ‘앞마당’이라는 얘기를 들어왔다.

반면 미국과 라오스의 관계는 최근까지도 상당히 소원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베트남전쟁의 ‘유산’ 때문이다. 라오스는 베트남전쟁 당시 ‘호찌민 루트’의 주요 거점이었다. 호찌민 루트는 북베트남(월맹)에서 라오스와 캄보디아를 거쳐 남베트남(월남)의 베트콩에게 군수물자를 보내던 수송로 이름이다. 당시 라오스의 공산 게릴라 세력은 베트콩과 연합전선을 구축한 바 있다. 미국은 눈엣가시였던 호찌민 루트를 대대적으로 폭격했다. 라오스에 투하한 폭탄 규모만 200만t(2억7000만 개)으로, 이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과 일본에 투하한 폭탄보다 많은 양이다. 그중 약 30%가 불발 상태로 남아 지금까지 라오스 주민 2만여 명이 불발탄이 터지는 바람에 목숨을 잃었으며, 농업에도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있다.

소수민족인 몽족에 대한 라오스 정부의 탄압도 양국 관계에 걸림돌이었다. 라오스 북부에 거주하는 몽족은 베트남전쟁 때 미국 지원을 받아 월맹에 대항했다. 당시 몽족 게릴라는 한때 4만여 명에 이르기도 했다. 라오스가 공산화한 이후 몽족 주민 가운데 상당수는 박해를 피해 태국으로 피신했다가 미국으로 이민 갔다. 현재 미국에 사는 몽족은 25만 명이다. 미국과 라오스는 남은 몽족의 안전과 인권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다.

미국의 ‘역도미노’ 전략

클린턴 장관은 7월 11일 미국 국무장관으로는 1955년 당시 존 덜레스 장관 이후 57년 만에 라오스를 공식 방문했다. 클린턴 장관은 통싱 탐마봉 총리와 통룬 시술리드 외무장관 등을 만나 “미래 동반자가 될 방법을 찾는 데 과거의 비극적 유산들을 활용하자”고 제의했다. 클린턴 장관은 불발탄이 터지는 바람에 양손과 시력을 잃은 피해자를 위로하기도 했다. 두 나라는 미국이 투하한 폭탄 중 불발탄을 처리하고 미군 유해 발굴을 확대하는 데도 합의했다. 클린턴 장관은 또 라오스 정부에 미국 기업들의 수억 달러 규모 투자를 약속했으며, 메콩 강 개발 프로젝트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클린턴 장관은 미국이 향후 3년에 걸쳐 메콩 강 주변 5개국에 총 5000만 달러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5개국은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태국이다.

라오스는 과거 한 국가가 공산화하면 주변국도 연쇄적으로 공산화한다는 도미노이론의 핵심 국가였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미국 대통령은 퇴임 당시 존 F. 케네디 신임 대통령에게 “만약 라오스가 공산주의자 손에 떨어진다면 나머지 동남아 국가들도 잃게 될 것”이라고 충고한 바 있다. 클린턴 장관의 방문은 라오스를 자국 편으로 만들어 동남아 전체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역(逆)도미노’ 전략인 셈이다.

양국 관계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라오스의 적극적인 관계 개선 움직임이다. 라오스는 그동안 중국의 지나친 영향력 확대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라오스 국민은 최근 중국에 반감을 표시하고 있다. 중국이 2009년 동남아시아게임(SEA Game) 스타디움과 도로 등을 무상으로 건설해주는 대신, 반대급부로 비엔티안 인근에 5만 명 거주 규모의 차이나타운 용지를 요구하는 등 라오스를 마치 식민지처럼 취급했기 때문이다.

라오스에선 경제가 중국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 때문에 라오스 정부는 중국의 영향력을 어느 정도 견제하려고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이유는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중국과 대립하는 베트남이 라오스에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조언했기 때문이다. 라오스는 원래 베트남과는 동맹이라고 부를 정도로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몽골 경제성장률 연 15∼20%

미·중 싸움에 등 터지는 동아시아

몽골의 타반톨고이 유연탄 광산.(위) 미군 병사가 몽골군 병사들에게 사격 자세를 가르치고 있다.(아래)

몽골은 중국과의 국경이 4670km, 러시아와의 국경이 3000km나 된다. 그런가 하면 중앙아시아 관문이자 전략 요충지이기도 하다. 인구는 250만 명이지만 국토 넓이는 한반도의 7.5배다. 석탄, 구리, 우라늄, 형석, 몰리브덴 등을 풍부하게 보유한 세계 10대 자원 부국 가운데 하나다. 몽골은 과거 유목으로 생활했지만, 지금은 광업이 주력 산업이다. 광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2%, 전체 수출의 80.7%이다. 지하자원이 몽골을 먹여 살리는 셈이다. 몽골 GDP는 88억 달러, 1인당 국민소득은 4500달러다. 몽골 경제는 2011년에 이어 올해도 15∼20%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몽골의 최대 약점은 내륙국이라 자원을 개발해도 수출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이다. 자원을 수출하려면 중국의 ‘도움’이 필요하다. 중국도 이 점을 이용해 몽골과 경제협력을 강화해왔다. 몽골이 중국의 ‘뒷마당’이라는 말을 들어온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몽골과 중국의 관계는 역사적으로 그리 좋지 않았다. 과거 몽골제국은 원나라를 세워 오랫동안 중국 땅을 지배했다. 원나라가 망하자 몽골은 내분으로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다 1688년부터 청나라의 지배를 받았다. 청나라는 고비사막을 경계로 몽골을 막남(漠南)과 막북(漠北)으로 나눠 통치했는데 막남은 내몽골, 막북은 외몽골이다. 외몽골은 1924년 11월 소련의 지원을 받아 세계에서 두 번째로 공산주의 국가가 됐다. 내몽골은 중국에 편입되면서 네이멍구자치구가 됐다. 그 때문에 몽골 국민은 자국 영토를 사실상 점령한 중국에 반감이 크다. 외몽골은 1990년 소련 붕괴와 함께 민주주의 국가가 됐다.

미국은 그동안 몽골의 민주주의 체제 구축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2008년부터 5년간 몽골에 2억8500만 달러를 무상 원조하고 있으며, 학생 수천 명의 유학도 허가했다. 또 평화봉사단을 파견해 몽골 교육도 지원해왔다. 미국은 몽골군의 현대화를 위해 통신장비 등을 지원했으며,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미국 대통령으론 조지 W 부시가 2005년 몽골을 처음 방문한 바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워싱턴을 방문한 차히아긴 엘베그도르지 몽골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의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몽골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군대를 파견하는 등 미국과의 유대를 돈독히 해왔다.

클린턴 장관은 7월 9일 몽골을 방문해 엘베그도르지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자유와 민주주의가 서방권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주는 탁월한 사례가 몽골”이라고 극찬했다. 실제로 6월 28일 실시한 몽골 총선에서 그동안 민주화를 이끌어온 야당인 민주당이 제1당이 돼 앞으로 몽골의 민주주의 체제는 더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 장관이 몽골의 민주주의 체제를 높이 평가한 의도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클린턴 장관은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국제여성리더십포럼에 참석해 연설을 통해 “정치개혁이 담보되지 않은 경제적 성공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중국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경제 개방과 언론 자유의 폐쇄를 병행하는 국가는 비용을 치르게 돼 있다”면서 “그런 접근법은 지속가능한 성장에 필수적인 혁신과 기업가정신을 말살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클린턴 장관이 몽골에서 동아시아의 민주주의에 대해 역설함으로써 ‘베이징 컨센서스(Beijing Consensus·北京共識)’를 공격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컨센서스는 정부가 시장경제를 주도하며 권위주의 체제를 지지하는 국가 모델을 뜻한다. 베이징 컨센서스와 대립하는 개념으로 ‘워싱턴 컨센서스’가 있는데, 민주정부에 시장경제가 결합한 국가 모델을 가리킨다.

동남아 국가들의 고민

클린턴 장관의 몽골 방문은 경제협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재 중국 국영기업인 센화에너지와 미국계 다국적기업인 피바디 에너지가 고비사막 인근의 타반톨고이 유연탄 광산을 개발하려고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이곳에는 세계 최대 규모인 9억t의 유연탄이 매장돼 있다. 품질도 뛰어나 대부분 제철소 연료로 사용되는 코크스용이다. 미국은 몽골의 우방이자 최대 원조국이라는 점을 내세워 피바디에너지를 강력히 밀고 있다. 입찰 결과가 미국과 몽골의 미래 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올 정도다.

한편 몽골은 최근 외국의 투자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특히 몽골 민주당은 의회에서 자원과 은행 등 핵심 전략산업에 대한 외국 기업의 지분투자 한도를 49%로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7억5000만 달러 규모 이상의 계약과 해외 국영기업의 투자에 적용되는 이 법안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몽골은 그동안 경제적으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경계해왔다.

그렇다고 몽골이 무조건 미국 손을 들어줄 수도 없는 상황이다. 몽골이 광물 대부분을 중국으로 수출하고 있는 데다, 최악의 경우 중국이 국경을 폐쇄하면 수출 길이 막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몽골 전체 수출의 90%가 중국을 상대로 한 것이었다. 중국은 2002년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몽골을 방문하자 이에 대한 보복조치로 국경을 폐쇄한 바 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본격적인 포위 전략 가동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의견을 반영해온 관영 신화통신은 “미국이 라오스 등 동아시아 중소국가들을 끌어들여 중국에 대한 포위망을 구축하려는 의도를 보인다”고 비난했다. 중국으로선 미얀마의 경우처럼 라오스 등 주변국들이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한다면 그동안 들였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 그 때문에 앞으로 주변국들에 대해 외교 공세는 물론 경제 분야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중국의 동아시아 중소국가들에 대한 헤게모니 다툼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동아시아 중소국가들은 자칫하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이 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간동아 847호 (p40~43)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l.com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317

제 1317호

.12.03

위기의 롯데, 절대로 잘리지 않는 기업은 옛말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