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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길의 놀라운 편집의 힘

복잡한 내용 하나로 묶어라

행정 편집력

  • 김용길 동아일보 편집부 기자 harrison@donga.com

복잡한 내용 하나로 묶어라

01 뒤엉켜 있는 것은 가닥을 잡아라

복잡한 내용 하나로 묶어라

서울 명동 버스정류장에 있는 용인-서울 간 광역버스 M5115 버스노선 표시블록.

예전 한 서울시민이 민원상담을 하려고 담당 공무원과 전화 통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70분이었다. 대표전화로 걸어 몇 단계를 거쳐야 했고, 담당자는 회의와 출장으로 자리를 자주 비워 직접 통화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서울시 본청 아래 16개 산하기관과 25개 자치구에 총 69개 민원전화가 있었다. 시민들은 특정 민원이 생겼을 때 어디로 전화를 해 궁금증을 풀어야 할지 잘 몰랐다. 연결된다고 해도 “어디로 알아보라”는 면피성 응대가 대부분이었다. 자연히 민원인의 불만과 불평은 커져갔다. 업무시간에 시도 때도 없이 민원 문의전화가 들이닥치는 통에 공무원들 역시 불만이 많았다. 전화 응대를 하다 보면 직접 방문한 민원인이 불만을 제기했다.

서울시는 2007년 전화민원서비스 다산콜센터를 만들었다. 다산(茶山)이라는 명칭은 조선 실학자 정약용의 위민(爲民)사상에서 따왔다. 전화번호 ‘120’만 누르면 교통, 시정, 일반상담 세 종류로 구분된다. 자신의 원하는 분야의 번호를 누르면 상담원과 연결돼 정보사항을 알 수 있다. 500여 명에 이르는 다산콜센터 상담원은 24시간 근무한다.

상담원은 검색 달인이기에 만능 도우미로도 인기가 높다. 전원 정규직이라 직업만족도도 높다고 한다. 이제 서울시민은 뭐든 궁금하거나 시 행정에 불만이 생기면 전화번호 ‘120’만 누르면 된다. 미국 등 선진국 공무원들의 필수 견학코스로 자리잡았다. 난마처럼 얽힌 것을 하나로 통합하는 행정 편집력이 시민을 행복하게 만든다.

02 무질서에서 질서 뽑아내는 편집력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건너편 명동 버스정류장엔 25개 노선버스가 지나간다. 출퇴근시간에는 수많은 노선버스가 엉키는 데다 도로 중간에 정차해 시민들은 곤욕을 치른다. 특히 저녁시간이면 밀려오는 버스들의 번호를 확인하고 남보다 빨리 달려 버스 출입문에 매달린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서서 가지 않으려면 남보다 빨리 버스에 타야 하기에 퇴근길 버스 문 앞 승강이는 불가피하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 버스 자리잡기 경쟁은 말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불편하고 무질서한 풍경을 한 번에 바로잡는 해법이 등장했다. 바로 버스업체들이 설치한 버스노선 표시블록이다. 버스노선 표시블록은 태양광 충전식이라 밤에도 환하게 빛난다. 승객들은 목적지에 맞게 해당 버스번호 표시블록에 줄을 선다. 해당 노선버스 운전기사는 그 표지블록 앞에서만 승객을 태운다. 이제 시민이 우왕좌왕하며 버스를 타려고 몰려다니는 불편이 사라졌다. 무질서는 혼돈을 초래하고 이기적 다툼을 부른다. 질서정연하게 줄선 모습은 선진사회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문화 편집력이다.

03 공익 추구적 편집력을 발휘하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에게 시간 단축의 우선권을 주는 제도가 버스전용차로제다. 도로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기능은 사람 수송이다. 자가용은 최대 5명이 타지만 일반 시내버스는 평균 50명이 탈 수 있다. 운송 승객 분담률이 10배나 많다. 공공성의 가치가 월등한 공용버스에 빠르고 편리한 주행권리를 먼저 보장해주는 제도가 버스전용차로제다. 특정 차로에 주행우선권을 보장함으로써 사회적 물류 속도와 대중교통의 만족도를 동시에 높이는 수단이다.

하지만 도로에서 가장 느린 하위차선인 인도 쪽에 버스를 배정한 탓에 버스 속도 증가는 기대치보다 낮았다. 택시, 영업용 차량이 자주 끼어들고 특히 교차로 부근에서 버스전용차로의 장점이 사라지는 결과를 초래하자 가장 빠른 주행선인 상위차선(1차선)을 버스에 배정하는 버스중앙차로제가 등장했다.

속도가 빨라지자 버스 승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인구밀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한국 수도권 교통망에선 불가피한 선공후사(先公後私)적 가치판단이다. 한 사회의 공공성은 자꾸 넓어지고 깊어져야 사회 구성원 모두가 안심하고 일상을 영위할 수 있다. 국가기관이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 시민 행복을 증진하는 공익 추구적 편집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공익을 침해하는 사익 추구 행위를 엄벌하는 것은 물론이다.



주간동아 2012.07.16 846호 (p43~43)

김용길 동아일보 편집부 기자 harri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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