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43

2012.06.25

대한민국 최남단 부는 바람이 다르다

남해 제주 마라도

  • 글·사진 양영훈

    입력2012-06-26 17: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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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최남단  부는 바람이 다르다

    마라도의 깎아지른 해안 절벽.

    국토 최남단에 위치한 마라도는 전체 넓이가 0.3km2에 불과하다. 해안선 길이도 4.2km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제주 서남부 해안의 송악산에서 바라보면 마치 망망대해에 위태롭게 떠 있는 가랑잎 같다.

    마라도에 닿은 배는 날씨와 파도에 따라 동북쪽의 살레덕선착장이나 서북쪽의 자리덕선착장을 이용한다. 어느 쪽으로 상륙하더라도 동선(動線)은 시계 방향으로 이어져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게 돼 있다. 섬 전체를 한 바퀴 둘러보는 데는 잰걸음으로 1시간, 소걸음으로 느긋하게 걸어도 1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마라도에서 가장 높은 곳의 해발고도는 36m다. 그곳에 마라도 상징인 등대가 서 있다. 1915년 처음 불을 밝힌 마라도등대는 섬 자체보다 더 유명하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해도(海圖)에 제주는 없어도 마라도등대는 반드시 표기돼 있다고 한다. 48km 밖 해상까지 뻗어나가는 이 등대의 불빛이 제주 남쪽 바다 항로를 지켜주기 때문이다.

    마라도등대와 거대한 옹기를 엎어놓은 듯한 성당 옆을 지나치면‘大韓民國最南端(대한민국최남단)’이라 새겨진 푯돌이 보인다. 마라도에 상륙한 관광객은 거의 어김없이 이 표석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사실 마라도의 가장 큰 의미와 가치도 대한민국 최남단 국토라는 상징성에 있다.

    대한민국최남단비 인근에는 마라도 주민이 신성시하는 장군바위가 있다. 천신이 지신을 만나려고 내려오는 길목이라 해서 예전에는 해마다 해신제를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마라도의 본향당은 섬 맨 북쪽에 자리한 ‘아기업개당’이다. 주민을 대신해 억울하게 죽었다는 아기업개(보모)의 넋이 서린 곳으로, ‘처녀당’ 또는 ‘할망당’으로도 부른다.



    대한민국 최남단  부는 바람이 다르다

    마라도등대.

    줄곧 남쪽으로만 뻗어가던 길은 대한민국최남단비를 지나면서부터 다시 북쪽으로 휘어져 서쪽 해안을 따라 이어진다. 마라도의 상점과 민가들은 대부분 서남쪽에 몰려 있다. 상주 인구가 100명도 안 되는 섬인데도 민박집과 펜션, 짜장면집, 카페, 교회, 절, 성당, 파출소, 경로당, 복지회관, 초등학교 등 다양한 건물이 들어서 있다. 그중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장이 눈길을 끈다. 선생님 한 명에 학생이 세 명뿐인 초미니 학교지만, 해안절벽 근처 초원에 자리잡은 학교 건물이 퍽 멋스럽고 독특하다. 또한 울타리는 제주 특유의 현무암 돌담이고, 교문은 3개의 구멍이 뚫린 돌기둥에 나무막대를 걸쳐놓은 정낭이다.

    학교 뒤쪽 풀밭을 가로질러 가파른 계단을 내려서면 자리덕선착장이다. 선착장 주변 해안절벽에는 ‘남대문바위’라 부르는 해식동굴이 형성돼 있다. 끊임없이 몰아치는 파도에 깎여 만들어진 동굴이 자못 웅장하다.

    대한민국 최남단  부는 바람이 다르다
    1 마라도등대

    해발 36m로 마라도에서 가장 높은 동남쪽 해안절벽 위에 자리한다. 1915년 처음 불을 밝힌 이 등대는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해도에 반드시 표기돼 있다.

    2 마라도성당

    마치 큰 옹기 같기도 하고, 전복이나 소라를 형상화한 것 같기도 하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에 성전을 짓는다는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에서 지었다.

    3 애기업개당

    섬의 맨 북쪽 바닷가에 위치. 주민을 대신해 억울하게 죽었다는 아기업개(보모)의 넋이 서린 곳으로 ‘처녀당’ 또는 ‘할망당’으로도 부른다.

    4 대한민국최남단비

    대한민국 가장 남쪽 땅에 세운 비석이다. 이곳 남쪽으로는 광활한 태평양이 펼쳐진다.

    5 남대문바위

    자리덕선착장 부근의 해식동굴. 가파도는 낮고 평평한 반면, 마라도는 높고 우뚝하다. 그래서 깎아지른 해안절벽과 옴폭한 해식동굴이 많다.

    6 자리덕선착장

    모슬포항과 마라도를 잇는 정기 여객선이 주로 이용하는 선착장이다. 이 일대가 사시사철 자리돔 낚시 포인트여서 그런 지명이 붙었다고 한다.

    7 마라분교장

    섬 남쪽에 위치한, 대한민국에서 가장 작은 초등학교로 1958년 개교했다. 한때는 한꺼번에 학생 30여 명이 재학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학생 세 명을 교사 한 명이 가르친다.

    여/행/정/보

    맛집마라도에는 짜장면집이 많다. 마라도 바다에서 “짜장면 시키신 분”을 외치는 어느 통신사의 CF가 빅히트한 뒤로 우후죽순 생겼다. 마라도를 찾은 관광객도 둘 중 하나는 짜장면을 먹는다. 자타가 공인하는 원조집은 마라도짜장면(064-792-8506)이다. 이 밖에도 마라도돔의나라(생선회, 064-794-9919), 제일횟집(생선회, 064-792-8512, 011-9662-2774) 등의 식당이 있다. 민박집 대부분이 식당을 겸한다.

    숙박마라도펜션(064-792-7272), 팔도민박(064-792-1441), 제일민박(064-792-8512), 별장민박(064-792-3322), 최남단민박(064-794-5507) 같은 민박집이 있다.

    교/통/정/보

    여객선 ●모슬포↔마라도 모슬포여객선터미널에서 삼영해운(064-794-4590)의 21삼영호와 모슬포호가 일일 8회(09:00~16:30 매시 정각) 출항하며 30분 뒤 마라도에서 출항한다. 이용객이 몰리는 주말과 휴일에는 미리 왕복 선표를 예약하는 게 좋다. 송악산 산이수동선착장에도 마라도행 유람선이 있다.

    ※ 여객선은 회사 사정에 따라 출항 횟수 및 시간이 변경될 수 있으니 사전에 문의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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