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43

2012.06.25

“해외서 봉사하는 젊은이들 지구촌 인재로 커나갈 겁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박대원 이사장

  • 정호재 동아일보 기획특집팀 기자 demian@donga.com

    입력2012-06-25 10: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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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서 봉사하는 젊은이들 지구촌 인재로 커나갈 겁니다”
    여름은 휴가철이자 해외 자원봉사활동이 가장 활발한 시기다. 요즘 웬만한 교육기관은 물론 종교계, 심지어 기업까지도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사회단체와 인연을 맺지 않은 곳이 드물다. 최근 몇 년 사이 해외 자원봉사활동이 부쩍 활발해진 가운데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이 해외 자원봉사활동을 꿈꾸는 이들 사이에서 최고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개발도상국 국민에게 코이카는 희망의 상징이기도 하다.

    박대원(65) 코이카 이사장은 매년 4000명에 달하는 해외 자원봉사단의 총책임자를 5년째 맡고 있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공적개발원조(ODA)도 지휘한다. 외무고시 8기 출신으로 1974년 외무부에서 일하기 시작한 이래 38년째 국제관계 분야에서 몸담고 있는 베테랑이다.

    해외 자원봉사단 매년 4000명 파견

    6월 13일 제71기 코이카 해외 자원봉사단 발대식이 서울 서초구 교육센터에서 있었다. 코이카를 통해 해외로 나가는 젊은이들의 열정과 자질은 매년 성장하고 있다. 2년 임기의 단원을 선발하는 과정은 대기업 입사 수준을 능가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우리나라의 개발원조 규모도 미흡하긴 하나 꾸준히 늘고 있다. 이날 경기 성남시 코이카 본부에서 만난 박 이사장은 느닷없이 ‘명칭’에 대한 고민부터 털어놓았다.

    “한국의 대외원조가 급격히 늘어나는 시기라 용어 정리가 시급해요. 특히 봉사단원의 명칭이 중요하죠. 우리 정부만 해도 5개 부처 7개 해외 자원봉사단을 통해 매년 4000명 가까이 해외에 파견하거든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죠. 단순히 ‘코이카 단원’이라고 부를 수 없어서 이것을 통칭하고 싶었는데….”



    이런 이유로 3년 전 국민 공모를 통해 탄생한 브랜드가 ‘전 세계인의 든든한 힘이 되는 친구’라는 의미의 ‘월드프렌즈코리아(World Friends Korea)’다. 이를 줄여서 WFK라고 부르며 지난해부터는 민간기업과 비영리단체(NGO)도 WFK에 참여하고 있다. 문제는 ‘더블유에프케이’조차 발음하기 까다롭다는 것. 말을 새로 만들어 알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코이카’를 국민이 인식하는 데만도 십수 년이 걸렸다.

    “얼마 전 이어령 선생께 찾아가 자문을 구했더니 즉각 답을 내놓으셨어요. ‘친구야(Chinguya)’라고 부르라는 거예요. 무릎을 탁 쳤습니다. 앞으로 애칭으로 사용하려고 해요. 향후 전 세계 개발도상국 국민 사이에서 ‘친구야’라는 표현이 유행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멋지지 않나요?”

    우리나라 정부 차원의 해외 자원봉사단 역사는 1990년 코이카를 통해 스리랑카 등 아시아 4개국에 44명을 파견한 것이 그 시작이다. 당시 파견된 단원들이 낯선 땅에서 대한민국 이미지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아프리카, 중남미를 넘어 아직도 폐쇄적인 중동 등으로 확대됐다. ‘도움 받는 나라’에서 ‘도움 주는 나라’로 인식을 확실하게 바꿨다.

    “코이카에 대한 젊은이와 외국인의 인식은 날로 좋아지고 있는데, 문제는 해외 자원봉사활동에 대한 기성세대의 오해와 편견이 아직 곳곳에 남아 있다는 거예요.”

    박 이사장의 장탄식이 이어졌다. 얼마 전 그는 TV에서 방송한 한 인기 시트콤에서 사랑에 실패한 여고생이 탈출구 삼아 2년 동안 아프리카 자원봉사를 생각하고 있다는 내용을 접했다. 그것이 바로 ‘코이카 봉사활동’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시트콤 작가를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면서 “제발 해외 자원봉사활동을 도피 이미지로 그리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의 해외 원조 콘셉트에는 ‘감사하는 대한민국’이라는 키워드가 포함돼 있다. 그래서 특별히 6·25전쟁 참전국 가운데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에티오피아, 필리핀, 콜롬비아 등 3개 나라에 대한 지원을 늘렸다.

    “전에는 아프리카 원조를 주로 탄자니아와 모잠비크 중심으로 했어요. 6·25전쟁에 참전한 은인인 에티오피아에 대한 관심이 적어 조금 이상하다고 느꼈죠. 그래서 지금은 이왕이면 우리가 신세진 나라부터 신경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식 오다’ 공적원조의 모범

    사실 박 이사장은 아프리카 전문가다. 외무부에 들어간 이후 카메룬, 모로코, 알제리 등지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했다. 특히 알제리 대사를 끝마치면서는 경험을 토대로 현지 공용어인 프랑스어로 ‘알제리 2028, 도전은 끝나다’라는 일종의 미래서를 쓰기도 했다. 지금도 아프리카로 파견 나가는 새까만 후배에게 “말라리아에 걸릴 정도로 오지에서 최선을 다했다”며 은근히 자극을 주기도 한다.

    “문제는 30년 전 제가 아프리카에서 처음 일할 때와 오늘날의 상황이 똑같다는 거예요. 유럽과 미국의 원조가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원조와 컨설팅을 하면서 대부분의 수혜를 자기 몫으로 다시 챙겨가려는 시스템이거든요. 그들과 다른 한국식 원조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점을 알리고 싶어요.”

    오죽하면 그는 공적개발원조를 뜻하는 ODA를 ‘오디에이’라는 미국식으로 부르지 않고, ‘오다(五多)’라고 부른다. 앞으로 전 세계가 한국식 공적개발원조를 가리켜 ‘오다’라고 부르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그가 말하는 ‘오다’란 교육, 보건의료, 행정제도, 산업, 농어촌 등 5개 분야에 집중해 우리가 축적한 빈곤 탈출 노하우를 전파한다는 의미다.

    “결국 ‘한국식 오다’가 전 세계 ODA를 선도하도록 만들고 싶어요. 현장에서 만난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서구인과 눈빛 자체가 달라요. 오지에 대한 선입견이나 두려움이 없어서 주민들과 접촉하고 현지어를 배우는 데도 적극적이죠. 이런 젊은 인재들을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로 키우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요.”

    박 이사장의 마지막 비전은 코이카를 대한민국 인재 양성 요람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봉사자들의 저술활동을 지원함으로써 현지 전문가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하고, 대기업들과 양해각서(MOU)를 맺어 취업 알선은 물론 장학금과 창업자금을 지원할 여건도 갖췄다. 코이카를 거친 젊은 인재의 체계적인 사회 진출을 돕기 위해서다.

    “우리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대기업에서 아프리카로 파견 보내려고 하면 직원들이 사표를 쓰겠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아프리카는 우리가 국가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미래의 땅’이 분명해요. 그 현장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봉사하는 코이카 단원들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세요. 이들이 바로 미래 주역입니다.”

    “해외서 봉사하는 젊은이들 지구촌 인재로 커나갈 겁니다”

    코이카 자원봉사단의 해외 활동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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