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7

2012.05.14

봄날 꽃 같은 서연이의 감동과 희망 노래

엄마, 미안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12-05-14 09: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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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날 꽃 같은 서연이의 감동과 희망 노래

    노경희 지음/ 김령하 그림/ 동아일보사/ 200쪽/ 9800원

    생후 6개월, 원인을 알 수 없는 출혈 때문에 한 아이가 입원했습니다. 열 번이 넘는 수술을 거치는 동안 아이는 병원에서 말을 배우고 걸음마를 뗐습니다. 어느덧 아이는 네 살이 됐고, 웬만한 주사를 맞아도 울지 않는다고 해서 별명이 ‘아야’입니다. 그러나 아야가 맞는 주사는 바늘이 굵습니다. 또한 맞아야 하는 주사도 여러 가지라 매일 몇 대씩 주삿바늘을 꽂아야 합니다. 그래도 아야는 잘 참아냅니다. 예방주사를 맞으러 병원에 가기만 해도 겁에 질려 우는 아이들과는 다릅니다.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아이가 바로 아야 최서연입니다.

    서연이는 주사와 쓴 약으로 가득 찬 어린이 병동의 마스코트입니다. 간호사 이모들과 의사 선생님이 서연이의 친구입니다. 아, 물론 병마와 힘겹게 싸우며 어린이 병동을 들락날락하는 오빠, 언니들과도 친합니다. 엄마는 밝은 서연이가 무척이나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론 미안합니다.

    서연이의 꿈은 소박합니다. 유치원에 다니며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동요도 배우고 싶습니다. 줄곧 병원에 있었던 서연이는 다른 아이들처럼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쇼핑을 가거나 외식한 일도 많지 않고, 놀이동산에 놀러 가거나 여행을 다니지도 못했습니다.

    서연이는 혼자가 아닙니다. 강원 강릉에 세 살 터울의 쌍둥이 언니와 오빠가 있습니다. 원래는 서울에서 살았지만 서연이가 입원하면서 쌍둥이는 어쩔 수 없이 엄마와 떨어져 강릉 외갓집으로 갔습니다. 서연이 아빠는 집을 짓거나 건물 리모델링을 하는 건축 공사장에서 현장 감독으로 일해 전국을 다닙니다. 아빠는 주말이면 병원으로 오거나 쌍둥이 언니 오빠를 보러 강릉으로 갑니다. 그래서 온 가족이 모이는 일은 몇 달에 한 번밖에 없습니다.

    어느 날 서연이는 외출 허락을 받았습니다. 이상 증세를 보이면 언제든 병원으로 돌아올 것을 먼저 약속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강릉 외갓집에서는 웃음꽃이 피어납니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출혈이 시작된 서연이는 아빠가 오면 온 가족이 소풍 가자고 한 약속을 뒤로한 채 서둘러 구급차를 타고 서울로 향합니다.



    채혈을 위해 병원 침대에 오른 서연이의 작은 몸으로 주삿바늘이 여기저기 들어갑니다. 팔과 손등, 발등에 온통 멍이 든 서연이가 고통에 눈물을 뚝뚝 흘립니다. “엄마, 미안.” 서연이의 말에 엄마는 목이 멥니다. 그러나 서연이의 병세는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며칠째 중환자실에 입원한 서연이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출혈이 계속됐고, 장기 곳곳에 피가 흥건히 고여 또다시 수술을 받아야 합니다. 이번이 열세 번째 수술입니다. 4시간을 훌쩍 넘기는 대수술을 마친 서연이는 회복을 위해 중환자실로 옮겨졌습니다.

    요즘 서연이는 아침이면 밥을 먹기가 무섭게 대문 밖으로 달려나갑니다. 유치원 버스를 타기 위해서입니다. 맞습니다. 서연이가 마침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오후가 되면 학교에 갔다 온 쌍둥이 언니 오빠와 마당에서 돗자리를 펴고 놉니다.

    이제 서연이는 병원에 안 가도 될까요. 아직까지는 건강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밤이면 영양 주사를 맞아야 하고 정기적으로 수혈도 받고 있으니까요. 집과 병원을 오가는 생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연이 이야기는 ‘MBC 휴먼다큐 사랑’을 통해 전국에 알려졌습니다. 서연이를 돕겠다는 인터넷 카페가 만들어지고 회원 수도 만 명이 넘었습니다. 시련 앞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고 예쁘게 웃을 수 있는 서연이는 희망이자 기적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쓴 동화는 감동이 두 배입니다. 5월은 사랑이 넘치는 가정의 달입니다. 모든 아이가 아프지 않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엄마, 미안’ 영상 보기 www.imbc.com/broad/tv/culture/spdocu/love/love_2011/ 1795648_3990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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