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5

2012.04.30

신청자 급증에 등급 판정 까다로워

노인장기요양보험

  • 김동엽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은퇴교육센터장 dy.kim@miraeasset.com

    입력2012-04-30 09: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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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청자 급증에 등급 판정 까다로워
    “부모님 용돈 많이 드리고, 자주 찾아뵙고….”

    얼마 전 텔레비전 예능프로그램에서 초등학교 6학년 아이가 “부모님에게 어떻게 효도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내놓은 답이다. 기특한 대답이지만 부모를 모시고 살지는 않을 생각인 모양이다. 그렇다고 이 아이를 불효자라고 탓할 수는 없다. 아이가 보고 배운 게 그것일 테니까.

    요즘 40, 50대 중 부모를 부양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다고 자주 찾아뵙는 것도 아니다. 2010년 통계청에서 부모와 떨어져 사는 가구를 대상으로 ‘부모님을 얼마나 자주 찾아뵙는가’를 조사했더니 ‘한 달에 한두 번’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39.2%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 응답자의 36.5%가 ‘일 년에 몇 번’이라고 답했다. 먹고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명절이나 생신 때 찾아뵙고 용돈 드리는 정도가 전부인 셈이다.

    그렇다고 40, 50대에게 걱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핵가족화로 부모를 부양할 자녀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양가 부모 중 누가 병이라도 나면 간병 부담을 자신이 짊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6개월 이상 혼자 생활 어려운 경우가 대상



    평균수명이 60~70세 안팎일 때 부모는 자녀에게 모든 것을 남겨주고 떠나는 존재였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말처럼 자녀는 부모에게 받은 사랑을 자기 자녀에게 베풀면 됐다. 하지만 평균수명이 80세를 넘어서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수명이 늘면서 병치레 기간도 길어졌기 때문이다. 이제 자녀는 부모에게 받은 사랑을 부모에게 돌려주지 않으면 안 될 처지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감수하고 뒷바라지해온 부모가 늙고 병든 뒤 자식에게 그 빚을 갚으라고 독촉하는 것이다.

    생활비와 자녀 교육비를 대느라 40, 50대 가구의 절반 이상이 맞벌이를 하는 상황에서 부모 간병까지 떠안아야 한다면 버거울 게 틀림없다. 돈도 돈이지만 간병하려면 부부 중 한 사람이 일을 그만둬야 하는데 그건 가계 경제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이때 기대볼 만한 것이 ‘노인장기요양보험’이다. 우리나라의 장기요양보험제도는 65세 이상 고령자, 그리고 65세 미만이지만 치매, 뇌혈관성 질환 등 노인성질병을 가진 사람 중 6개월 이상 혼자 생활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대상으로 한다.

    장기요양보험의 혜택으로는 크게 재가급여와 시설급여가 있다. 먼저 재가급여 대상자에겐 방문요양, 방문목욕, 방문간호 같은 요양서비스를 제공한다. 방문요양이란 요양보호사가 직접 수급자의 가정을 방문해 신체활동이나 가사활동을 지원하는 서비스다. 방문목욕은 목욕설비를 갖춘 장비를 이용해 목욕을 해주는 서비스다. 방문간호는 의사 지시에 따라 장기요양요원인 간호사가 방문해 간호하고 요양상담도 해주는 서비스다.

    시설급여에는 하루 중 일정 시간 동안 요양기관에서 수급자를 보호하면서 신체활동 지원 등의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야간 보호와 하루 이상 일정기간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기 보호가 있다. 수급자의 신체활동 지원에 필요한 용구를 제공하는 복지용구 서비스도 있다. 노인요양시설이나 노인요양 공동생활 가정에서 장기간 신체활동 지원 및 심신 기능 유지와 향상을 지원받는 방식도 있다. 재가급여나 시설급여를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 특별현금을 지원하기도 한다.

    장기요양보험에 들어가는 재원은 장기요양보험료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으로 충당하기 때문에 이용자의 부담은 크지 않다. 재가급여 이용자의 경우 총비용의 15%만 부담하고, 시설급여 이용자는 20%를 부담하면 된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자는 비용이 전액 면제된다. 당장 간병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40, 50대 자녀로선 든든한 구원투수를 만난 셈이다.

    신청자 급증에 등급 판정 까다로워
    노인요양시설과 병원 확충 필요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도 대체로 높은 편이다. 지난해 가톨릭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장기요양보험 이용자와 가족 만족도가 2009년 74.7%에서 2010년 86.2%, 2011년 86.9%로 계속 높아졌다. 가족 부담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신체적 부담이 줄었다’는 응답이 86%, ‘심리적 부담이 줄었다’고 응답한 사람은 92.4%나 됐다.

    문제는 장기요양보험 혜택이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돌아가지 않는다는 데 있다. 먼저 장기요양급여를 받으려면 장기요양인정등급이 필요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신청서를 접수하면 공단 직원이 신청인의 거주지를 방문해 조사 후 등급을 판정한다. 먼저 하루 종일 누워 지내야 하거나 중증 치매로 판단 능력이 거의 없어 전적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면 1등급 판정을 받는다. 이보다는 경미하지만 혼자 이동할 수 없어 일상생활의 대부분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 2등급으로 판정된다. 마지막으로 지팡이나 보행보조기를 이용하면 실내 이동은 가능하지만 혼자 외출할 수 없는 경우 3등급 판정을 받는다. 최소 3등급 이상을 판정받아야 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장기요양급여 신청자가 많아지면서 등급 판정을 받기가 더 까다로워졌다. 뇌졸중에 따른 후유 장애로 10년째 거동이 불편한 김정철(73) 씨는 최근 병세가 악화해 대소변을 받아내야 할 상황에 이르자 자녀들이 장기요양인정등급 판정을 신청했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에게서 “다른 환자보다 건강하신 편”이라는 말과 함께 “지금 상태로는 등급 판정이 힘들다”는 답변을 들었다.

    2008년 4월부터 법률 요건을 강화하면서 3등급 이상이면 가능했던 노인요양시설 입소도 2등급 이상으로 한정했다. 급속한 고령화로 장기요양보험 대상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데 반해, 노인요양시설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생긴 일이다.

    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사람은 요양병원을 이용하면 된다. 노인요양시설의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장기요양 1·2등급을 받은 환자만 입소할 수 있지만, 요양병원은 환자 자격에 별다른 제한이 없다.

    신청자 급증에 등급 판정 까다로워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요양병원 입원환자 수는 2005년 3만661명에서 2010년 17만2809명으로 5년 동안 5.6배 늘었다. 요양병원 입원 환자의 80%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이다. 이 기간 요양병원 병상도 2만5042개에서 10만9490개로 4.4배 증가했다. 이는 전체 의료기간 병상 수가 1.4배(2005년 37만6364개에서 2010년 52만8288개)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증가 폭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없어 비용 부담이 크다는 게 흠이다.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은퇴교육센터장으로 일반인과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은퇴교육과 퇴직연금 투자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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