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90

2017.05.31

스포츠

바르샤 듀오의 진격에 한국 U-20 16강 진출

화려한 개인기 이승우와 만능 공격수 백승호

  •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입력2017-05-30 17:2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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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코리아 2017’이 국내 6개 도시에서 열리고 있다. 여기에 참가한 한국 대표팀 공격의 중심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명문팀 FC바르셀로나에서 성장하고 있는 이승우(19·바르셀로나 후베닐A)와 백승호(20·바르셀로나B), 일명 ‘바르샤 듀오’다.

    5월 20일 전주월드컵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아프리카 복병’ 기니와 개막전에서 각각 좌우 윙 포워드로 출장한 이승우와 백승호는 한국의 3-0 쾌승을 이끌었다. 이승우는 선제 결승골과 함께 임민혁(FC서울)의 추가골을 도왔고, 백승호는 상대의 추격 의지를 꺾는 쐐기골을 터뜨렸다. 23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2차전에서도 둘은 사이좋게 한 점씩 득점하며 2-1 승리를 만들어냈다. 특히 이승우는 50m 드리블 돌파에 이은 왼발 칩슛으로 U-20 월드컵 최다우승국(6회)인 아르헨티나를 격침시키는 초석을 놓았다. ‘코리안 메시’ 이승우가 리오넬 메시를 낳은 아르헨티나를 격침한 것. 2연승을 거둔 대표팀은 16강 진출을 조기 확정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타고난 스타플레이어 이승우

    2014년 9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챔피언십. 이승우는 이 대회에서 5골로 득점왕과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일본과 8강전에서 60m를 홀로 드리블하며 상대 선수 5명을 제치고 골을 넣은 장면은 지금도 축구팬들의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이승우는 대동초 6학년이던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다논 네이션스컵에서 득점왕을 차지한 뒤 이듬해 바르셀로나와 계약했다. 세계 최고 유망주들만 모인다는 바르셀로나 유소년시스템 ‘라 마시아’에서 살아남고자 이승우는 전쟁하듯 축구를 해왔다. 일찌감치 ‘코리안 메시’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2013년 2월 한 살 위인 백승호와 함께 ‘18세 이상 선수만이 해외 이적을 할 수 있다’는 FIFA 규정의 소급 적용에 따라 2015년까지 경기 출전은 물론 연습경기, 합숙훈련이 금지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태극마크를 달고 뛴 국제대회에서는 뜻하지 않은 구설도 있었다. 2015년 5월 경기 수원에서 열린 JS컵 U-18 국제청소년축구대회에선 득점 기회를 놓친 뒤 광고판을 걷어차고, 자신을 교체 아웃시킨 감독과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라커룸으로 들어가 “인성 교육이 필요하다”는 비난을 자초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사건으로 ‘팀플레이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부정적 평가가 생겨 대표팀 구성 초기에는 이승우의 U-20 월드컵 출전이 쉽지 않아 보였다. 기류가 바뀐 것은 지난해 11월 신태용(47)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부터다. 모든 선수가 원점에서 시험대에 올랐고, 코칭스태프는 이승우에게 합격점을 줬다. 특히 이승우의 플레이 성향을 십분 활용하고자 그라운드에서는 최대한 자율을 보장했다. “마음껏 뛰고, 제대로 놀아보라”는 신 감독의 지시에 따라 점차 자신감이 붙더니 결국 대표팀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승우는 “정말 오랫동안 간절히 준비한 대회”라며 이번 대회를 맞는 남다른 각오를 숨기지 않았다.

    화려한 개인기를 바탕으로 한 드리블과 돌파, 빼어난 골 결정력을 갖춘 그는 개성 표현에도 적극적이다. 평소에도 톡톡 튀는 색깔로 머리를 염색하는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옆머리에 오렌지색 헤어스크래치로 ‘SW’를 새겨 눈길을 끌었다. 자신의 영어 이름 이니셜이면서 ‘Six Win’, 즉 6승을 거두고 결승에 오르겠다는 다짐이 묻어 있다.

    신 감독이 이번 대회 개막을 앞두고 최종 엔트리 21명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대목은 선수들의 멀티포지션 소화 여부였다. 신 감독의 기준에 부합한 선수 가운데 한 명이 백승호다. 그는 최종 엔트리 확정 이후 치른 비공개 연습경기(5월 8일 사우디아라비아전)와 2차례 공식 평가전(5월 11일 우루과이전·14일 세네갈전) 등 3경기에서 주로 오른쪽 날개로 뛰었다. 그러나 그의 움직임은 측면에 고정되지 않았다. 활동 반경을 넓혀 공 배급을 담당하는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까지 내려갔다. 우루과이전 후반에는 최전방 원톱으로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공 키핑 능력이 워낙 뛰어나 전방과 미드필드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어 벤치의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결국 기니전과 아르헨티나전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믿음에 보답했다.



    골문 여는 만능열쇠 백승호

    그는 이승우보다 1년 빠른 2010년 바르셀로나에 입단했다. 16강 진출의 주역인 백승호지만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U-20 대표팀에서 존재감을 별로 발휘하지 못했다. 지난해까지는 U-20 월드컵을 대비하는 수원컨티넨탈컵 U-19 국가대표 국제축구대회에서 3경기 동안 1골을 넣는 데 그쳤다. 이는 FIFA의 징계로 소속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해 경기감각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 특히 부족한 체력 탓에 마음고생이 심했다. 언젠가부터 그와 관련된 검색어로 ‘체력’이 등장할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FIFA 징계가 해제된 후 바르셀로나 후베닐A(유소년 최종 단계)에서 B팀(성인 2군)으로 승격했지만 입지를 굳히지 못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1월 포르투갈 전지훈련 때부터 집중 관리를 받았고 경기 파주시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루이스 플라비우 피지컬 전담코치 주도 아래 개인훈련을 진행했다. 당초 바르셀로나에 합류해야 했으나 직접 팀을 설득해 한국에 남아 훈련을 마치는 열정도 보였다. 백승호는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력과 경기 체력을 동시에 키웠고, 기니전을 100%에 가까운 ‘몸’으로 뛰었다.

    세네갈과 평가전에서 정석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위력적으로 골문을 갈랐던 백승호는 기니전에서는 감각적인 슈팅으로 상대 골키퍼의 키를 살짝 넘기는 모습으로 팬들의 감탄사를 자아냈다. 이승우가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화려한 드리블 돌파가 주무기라면, 백승호는 정지된 상태에서 탁월한 발재간을 자랑한다. 성격도 반대다. 이승우는 광고판을 걷어찰 정도로 불같은 성격이지만, 백승호는 쉽게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게 플레이한다. 아르헨티나전에서는 조영욱(고려대)이 얻은 페널티킥을 안정적으로 성공시켰다. 

    U-20 월드컵은 아르헨티나 디에고 마라도나와 리오넬 메시, 포르투갈 루이스 피구, 스페인 라울 곤살레스, 프랑스 티에리 앙리 등 세계적인 선수들의 ‘등용문’이었다. 이들은 U-20 월드컵에서 자신의 존재를 팬들에게 각인시킨 뒤 세계 축구를 주름잡는 스타플레이어로 성장했다. 이승우와 백승호도 잠재력은 충분하다. 안방에서 열리는 U-20 월드컵을 통해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는 ‘바르샤 듀오’의 발끝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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