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3

2012.04.16

절망을 희망으로 바꾼 ‘바꿔드림론’

고금리 대출 저금리로 갈아타기 급증

  • 남창희 객원기자 iwoods145@naver.com

    입력2012-04-16 09: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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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망을 희망으로 바꾼 ‘바꿔드림론’
    #1 대학생 김단비(24) 양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신용불량자 꼬리표가 붙을 뻔했다. 지난해 1월 자신과 동생의 학자금을 마련하려고 제2금융권에서 대출받은 1000만 원이 화근이었다. 등록금과 기숙사비 같은 급한 불은 껐지만 매달 30만 원씩 내는 이자에 생활은 피폐해졌다. 그러나 바꿔드림론으로 갈아타면서 매달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22만 원으로 부담이 줄었다. 김양은 “희망을 갖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2 대구에서 조그만 국숫집을 운영하는 김지원(41) 씨는 교통사고 후유장애로 직장을 잃고 당장 생계를 위해 대부업체에서 1000만 원을 빌렸다. 매달 40여만 원씩 하는 이자를 갚으려고 다시 현금서비스를 받는 부채의 악순환에 빠졌다가 바꿔드림론으로 전환한 뒤 이율이 39%에서 11%로 낮아져 숨통이 트였다. 김씨는 1년간 성실하게 대출금을 갚으며 연 4%의 생활안전자금을 지원받아 현재의 가게를 열 수 있었다.

    ‘바꿔드림론’은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이 대부업체나 저축은행에서 받은 연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연평균 11%의 시중은행 대출로 바꿔주는 서민금융제도다. 한국자산관리공사(이하 캠코)는 2008년 12월 출시 이후 올해 1월 말까지 8만1639명에게 8284억 원을 지원해 총 8985억 원(1인당 연 1101만 원)의 이자부담 경감 효과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2011년은 앞선 두 해의 1.5배가 넘는 저소득·서민 계층이 신청한 것으로 나타나 이용이 크게 늘었다.

    이에 감사원은 3월 바꿔드림론을 서민금융지원 국민편익 모범 사례로 선정했다. 지속적으로 제도를 개선해 수혜 대상자를 확대하는 한편, 15개 광역지방자치단체와 서민금융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해 지방복지행정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했기 때문이다. 또 ‘찾아가는 서민금융 상담 및 강연행사’를 통해 지역 취약 계층에게 효율적으로 제도를 안내했다는 이유도 한몫했다.

    전 봅슬레이 국가대표 사연에 공감



    캠코는 바꿔드림론 운영 개시 후 지금까지 7차례에 걸쳐 제도를 개선해 금리 인하, 1년 이상 성실 상환자 생활안전자금지원 등을 실시했다. 또 서민층의 접근성을 높이려고 신청 창구도 16개 시중은행 전 지점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서민금융 홍보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3월 19~20일 김석동 금융위원장을 중심으로 서민금융 관계자들이 대전, 광주, 창원, 대구, 원주 등 5개 도시를 순회하며 ‘서민금융 1박2일 현장방문’을 실시했다. 이 기간에 지역 간담회도 함께 열었는데 “제도는 좋은데, 잘 몰라서 고금리로 고생하는 서민이 없도록 홍보를 잘해달라”는 요청이 이어졌다.

    장영철 캠코 사장은 “서민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바쁘게 사니까 홍보를 해도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효율성을 위해 TV 광고보다 서민이 자주 이용하는 지하철 광고 위주로 홍보해왔는데 그래도 접하지 못한 분이 많다”고 밝혔다. 아울러 “수혜를 받은 분이 주변에 알려주는 홍보, 직접 찾아가는 홍보를 강화하겠다. 서민금융종합지원센터도 전국으로 확산시키겠다”고 말했다.

    4월 4일 국내 주요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인기검색어에 갑자기 바꿔드림론이 등장했다. 잠시 후엔 캠코 홈페이지가 접속 폭주로 마비됐다. 2008년 출시한 지 3년여 만에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된 건 학자금 대출과 생계형 대출에 쫓기는 동시대인의 공감을 이끌어낸 ‘스토리텔링’ 때문이었다. 이날 인터넷을 통해 바꿔드림론 전환대출로 무거운 빚의 멍에에서 벗어난 전 봅슬레이 국가대표 선수 이아영(25) 씨 사연이 전해졌던 것.

    중고교 때 ‘역도 소녀’였던 이씨는 베이징올림픽 출전을 꿈꾸던 한국체육대 1학년 재학 시절 집안 형편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고금리 덫에 걸려들었다. 당뇨를 앓던 아버지 대신 생계를 책임지던 어머니와 큰언니가 심장병으로 쓰러지자, 이씨와 작은언니가 생활비를 해결하려고 각각 500만 원씩 연 40%의 이율로 대부업체에 빚을 진 것이다.

    국가대표 상비군 소속이던 이씨는 이자를 갚으려고 끼니를 거르며 아르바이트를 했고 결국 건강 악화에 따른 관절 부상으로 역도를 그만둬야 했다. 다행히 역도대표팀 코치의 주선으로 봅슬레이 국가대표에 선발됐으나 생활고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대학 졸업 때까지 원금을 넘어서는 이자를 물면서도 원금을 한 푼도 갚지 못하던 이씨에게 희망을 준 것은 우연히 알게 된 바꿔드림론이었다. 전환대출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에 “기적의 문이 열린 것 같았다”던 이씨는 3년 만에 빚을 모두 갚았다.

    모 방송국 인기 오락프로그램에서 봅슬레이 경주 해설자로 등장한 뒤 ‘한국판 쿨러닝’으로 불리며 관심을 모았던 이씨의 사연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바꿔드림론이 인터넷을 달군 것이다.

    절망을 희망으로 바꾼 ‘바꿔드림론’
    캠코, 지원 규모·횟수 늘릴 계획

    현재 한국체육대 대학원에서 지도자 길을 걷는 이씨는 “한 달에 20여만 원이던 이자가 원리금 14만 원으로 줄었다. 원금이 줄어가니까 힘이 나더라”며 “남은 가족의 빚을 갚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자신의 사연을 응모해 캠코 창립 50주년 기념 ‘고객체험수기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캠코는 올해 바꿔드림론이 더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 규모를 연평균 2600억 원에서 4000억 원 수준으로 늘린다. 지원 요건도 완화해 평생 한 차례만 이용할 수 있던 것을 채무를 다 갚고 대출일로부터 3년이 지나면 다시 이용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추가 지원 요건은 △신용 6등급 이하로 △연소득 4000만 원 이하이며 △채무상환이 연체 없이 정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단, 연소득 2600만 원 이하라면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신청 가능하다. 대출금액은 대출 6개월이 경과하고 연 20%를 초과하는 고금리 대출 원금으로 1인당 3000만 원 한도다.

    긴급 생활자금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바꿔드림론 전환대출 후 1년간 성실 상환자에 한해 연 4%대의 저금리로 최대 500만 원까지 지원하며, 상환기간은 5년이다.

    장 사장은 “소득 양극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저신용·저소득 계층은 상대적으로 금융 소외 계층으로 전락하기 쉽다. 따라서 이를 예방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사회, 경제 안전판으로서 서민금융의 구실은 매우 중요하다. 좀 더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지원프로그램을 다양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캠코는 저소득·서민 계층이 좀 더 쉽게 서민금융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공사에서 운영 중인 ‘새희망 네트워크’(www. hopenet.or.kr)를 서민금융 허브로 확대 개편한다. 개인 신용정보 무료 조회는 물론 소득 및 부채 규모, 신용등급에 따른 맞춤형 서민금융 서비스 등도 제공할 예정이다.

    바꿔드림론과 관련해 상담을 원하면 캠코 본·지사와 지방자치단체 서민금융 상담창구 또는 전국 16개 시중은행의 대출창구를 방문하면 된다. 신용회복기금 홈페이지(www.c2af.or.kr)에서 온라인 상담 신청도 가능하다. 문의 1588-1288(캠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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