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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K-컨슈머리포트

오래 기다린 ‘소비자 반란’

등산화 이어 변액연금보험 비교 분석 뜨거운 반응

  • 박은경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오래 기다린 ‘소비자 반란’

오래 기다린 ‘소비자 반란’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종합정보망인 스마트컨슈머.

“지난겨울부터 벼르다 3월 초 등산화를 구입했다. 며칠 전 등산화 품질비교 정보를 접하곤 ‘조금만 참을걸’ 하고 후회했다. 지금 와서 무를 수도 없고. 앞으로 계속해서 제2, 제3의 ‘K-컨슈머리포트’가 나온다니 물건을 사기 전에 꼼꼼히 챙겨볼 생각이다.”

사업이 바빠 그동안 건강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김상훈(44) 씨 얘기다.

3월 22일 ‘한국판 컨슈머리포트’로 통하는 K-컨슈머리포트 1호를 공개하자 세간의 반응은 뜨거웠다. 코오롱스포츠의 페더와 블랙야크의 레온을 ‘추천상품’으로 선정한 ‘등산화 품질비교’ 보고서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소비자종합정보망인 스마트컨슈머(www.smartconsumer.go.kr)에 게재한 직후 하루 3만 명의 접속자가 폭주해 서버가 다운됐다. 기대 이상의 반응을 미처 예상치 못했던 공정위는 서둘러 서버 용량을 2배로 증설했다.

그로부터 12일이 지난 4월 3일 현재 K-컨슈머리포트 1호 조회 수는 5만1700건을 넘어섰다. 등산화 품질비교 정보를 생산해 제공한 한국소비자원(이하 소비자원)은 홈페이지 ‘T-gate’(상품비교정보)에 관련 보고서를 게재했고 3500여 건의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이 보고서는 ‘개요·추천제품·시험결과·피해대처요령·구매가이드·이용후기’로 파트를 나눠 시험 결과에 따른 각각의 세부 내용을 상세히 소개한다. 이번 보고서는 소비자원 시험분석국 화학섬유팀이 ‘자료 조사-품목 선정-시험 항목과 시험 방법 결정-테스트-결과 분석-결과 검증’을 거쳐 내놨다. 이 과정에 신발 관련 학과 교수와 연구원, 소비자단체 관계자 등 외부 전문가 5명으로 구성한 전문가위원회와 한국신발피혁연구소가 참여했다.



접속자 폭주 서버 다운 해프닝

25년 역사의 한국신발피혁연구소(이하 연구소)는 지식경제부 산하 전문생산기술연구소로 소재·부품 개발, 생산 자동화 연구, 디자인 연구, 제반 시험 등 신발 및 피혁과 관련한 생산기술의 연구개발과 교육을 수행하며, 2010년 ‘국제공인시험기관인증’을 받았다. 이곳은 자체 개발한 신발 시험 방법 등의 노하우가 있어 K-컨슈머리포트 1호가 나오기까지 시험 항목에 대한 구체적인 시험 방법을 선정하는 데 도움을 줬을 뿐 아니라 테스트도 소비자원과 나눠서 했다. 접착박리 강도, 끈고리 부착 강도, 내수성, 내굴곡성, 내마모성, 미끄럼 저항, 안전성, 치수, 무게, 외관 등 10개 시험 항목 가운데 소비자원은 소재의 안전성과 내수성, 외관과 치수를 테스트했고 나머지는 연구소가 맡았다. 자료조사에서부터 보고서가 나오기까지 걸린 기간은 지난해 10월부터 약 5개월. 4000만 원을 예산으로 투입했다.

보고서는 등산화 테스트 결과를 이렇게 총평했다.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의 등산화에 대한 품질 시험 결과 치수가 제각각으로 나타났다. 특히 치수는 동일 부위 최대 10.5mm나 차이가 나 등산화를 선택할 때 다양한 제품을 직접 신어보고 구입하도록 한다. 이번 시험 결과 일반용 등산화 제품 가운데 기능성과 내구성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으면서 상대적으로 무게가 가벼운 제품을 추천상품으로 선정하였다. 반면 둘레길용 제품 중에는 추천상품이 없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제품의 품질비교 정보를 담는 K-컨슈머리포트는 스마트컨슈머의 가격정보, 분야별 안전·리콜정보, 소비자 상담정보 등 여러 카테고리 중 핵심 콘텐츠다. 제품 성능과 품질에 대한 객관적 비교분석, 가격비교 자료를 통해 소비자의 합리적 구매활동을 지원하고, 궁극적으로 질 좋은 제품을 좀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하도록 한다는 것이 공정위가 K-컨슈머리포트를 만든 배경이자 목표다.

최무진 공정위 소비자정책과장은 “K-컨슈머리포트라는 콘텐츠는 상품비교 정보다. 과거 여러 기관에서 다양한 상품비교 보고서를 내놓아도 언론보도 등 일회성에 불과했다. 앞으로는 K-컨슈머리포트라는 콘텐츠를 통해 상시적으로 필요한 상품정보를 얻고 검색도 가능하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향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해 언제 어디서든 소비자가 원할 때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K-컨슈머리포트는 이제 막 첫발을 뗐다. 하지만 수백만 명의 유료 회원을 거느린 미국의 ‘컨슈머리포트’(소비자연맹 발간)는 역사가 76년 됐으며 직원 600여 명에 연간 시험 예산만 200억 원이 넘는다. 이뿐 아니라 리서치연구센터를 따로 뒀다. 그에 비해 K-컨슈머리포트는 정보 생산에 책정된 올해 예산이 9억7000만 원. 공정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 가운데 소비자단체 지원 금액으로 책정된 예산은 2억2000만 원이고 나머지 7억5000만 원은 소비자원 자체 예산인데, 이마저도 K-컨슈머리포트 관련 정보 생산에 가용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일 뿐이다. K-컨슈머리포트는 소비자원 외에 금융소비자연맹, 소비자시민모임 등 국내 11개 소비자단체가 생산한 정보를 제공받아 게재한다.

물건만 만들어내면 무턱대고 팔리던 시대는 지났다. 깐깐한 한국 소비자를 의식해 화장품, 음료, 주방용품 등을 생산하는 해외 기업은 앞다퉈 한국을 신제품 테스트마켓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국내외 글로벌 기업이 한국 소비자를 ‘봉’으로 여기는 게 현실이다. 지금까지 소비자가 기업의 힘에 대응할 정보도, 응집된 소비자 파워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정기 공정위 소비자안전정보과장은 “기업과 더불어 시장경제 주체의 한 축을 담당하는 소비자가 K-컨슈머리포트를 제대로 활용하고, 이를 매개로 똘똘 뭉쳐 소비자 파워를 키운다면 기업이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래 기다린 ‘소비자 반란’

한국신발피혁연구소의 등산화 시험 장면(화면 캡처).

소비자 파워 키우기 걸음마 떼

박승화 코오롱스포츠 마케팅팀장은 “K-컨슈머리포트는 소비자에게 좋은 정보일뿐더러, 관련 업체도 이 정보를 토대로 상품을 잘 만들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코오롱스포츠의 등산화는 전문가위원회가 선정한 추천상품 2개 가운데 하나에 들었다.

자사 제품이 추천상품으로 선정되지 못한 노스페이스의 박숙용 홍보팀 과장은 “K-컨슈머리포트에 대해 우리 회사 내부적으로는 반기고 있다. 공신력 있는 기관이 제품을 테스트해서 추천해주면 기업이 참고할 수 있고 좀 더 발전적인 제품을 생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등산화 비교 시험에 우리 제품이 들어간 건 아니지만 K-컨슈머리포트를 보고 앞으로 우리가 등산화를 만들 때 신경 써야 할 항목이 뭔지 알게 됐다”는 기업의 반응도 있었다.

4월 4일 K-컨슈머리포트 2호를 발표했다. 공정위의 의뢰를 받은 금융소비자연맹이 시중에 출시된 22개 생명보험사의 변액연금보험 상품 60개를 비교 분석한 결과다. 이 중 6개를 제외한 54개 상품의 실효수익률이 2002~2011년 물가상승률인 3.19%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래알처럼 흩어진 개별 소비자를 공통의 이해 아래 하나의 정보로 묶어주는 구실을 할 수 있는 K-컨슈머리포트가 한국에서 이제 걸음마를 뗐다. 당연한 얘기지만 첫술에 배부를 리는 없다. 아직 예산도 부족하고 정부 주도로 보고서를 발표하다 보니 그 의도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공신력을 쌓다 보면 그야말로 시장경제의 ‘심판자’ 구실을 확실히 할 날이 올 것이다.



주간동아 2012.04.09 832호 (p42~43)

박은경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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