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0

2012.03.26

식탁에 닿지 않는 ‘위생수저’ 어때요?

키친아이디어 김여일 대표

  • 김지예 주간동아 인턴기자 lilith825@gmail.com

    입력2012-03-26 09: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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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탁에 닿지 않는 ‘위생수저’ 어때요?
    평일 점심시간, 식당을 찾은 직장인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사람 수대로 식탁 위에 냅킨을 깐다. 그리고 거기에 수저를 올려놓는다. 음식이 나오면 숟가락과 젓가락을 번갈아 밥그릇이나 국그릇에 올려놓으며 식사한다. 입에 넣는 수저 부분을 식탁에 그냥 올려놓는 것이 비위생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키친아이디어’의 김여일(54) 대표는 이런 번거로움에서 착안해 숟가락과 젓가락의 머리 부분이 식탁에 닿지 않도록 디자인한 이른바 ‘위생수저’를 개발해 특허를 냈다. 3월 21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키친아이디어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수저 한 벌을 꺼내 보였다. 허리 부분이 구부러져 있어 탁자에 올려놓으면 머리 부분이 탁자에 닿지 않고 공중에 뜬다. 허리 부분이 휘어진 모양이지만 사용하기에 불편함이 없다. “냅킨 등에서 검출되는 형광증백제와 식탁 위 이물질 및 세균에 노출되는 빈도를 줄일 수 있으니 수저 한 벌에 5000원(성인용 기본형)은 비싼 가격이 아니다”라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지난해 5월 판매를 시작한 위생수저는 5월 12일부터 석 달간 열리는 2012 여수세계박람회 공식기념품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8월 서울국제외식산업박람회에서 히트상품으로 선정되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지 6개월 만이다.

    김 대표는 키친 아이디어를 설립하기 전 국내 대기업에서 홍보팀장으로 일했다.

    “지인을 통해 우연히 위생수저 아이디어를 얻었고,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해 회사를 그만둔 뒤 본격적으로 시장조사를 했어요.”



    그러나 완제품을 내놓고 회사를 창립하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그는 먼저 10개 음식점을 돌며 고객에게 위생수저를 사용하게 한 뒤 반응을 살폈다. 처음에는 대부분 일반 수저와 다른 점을 눈치 채지 못했지만, 나중에는 절반 이상이 “위생수저 덕에 위생상 꺼림칙했던 점이 해소됐다”며 좋아했다고 한다. 하지만 식기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위주로 유통되는 구조인 식기산업의 특성상 가격과 브랜드 면에서 경쟁력이 약한 위생수저가 설 곳이 없으리라는 것이었다.

    주변의 우려에도 김 대표는 온라인 마케팅이라는 차별화 전략으로 소비자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청결 면에서 특화된 위생수저의 강점을 부각해 G마켓, 옥션, 11번가 같은 오픈마켓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위생수저는 G마켓에만 100개 가까운 상품평이 올라와 있는 상태다. 위생수저가 소비자 구매만족도 별 5개 중 4개를 받으면서 키친아이디어는 G마켓으로부터 판매자 등급 중 최상위인 파워딜러 자격을 얻었다.

    김 대표는 “기능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20, 30대의 구매율이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건강에 관심 많은 60, 70대의 구매 문의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당초 음식점의 대량 구매가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리라는 예상과 달리, 지금까지는 구매 비중의 40%가 일반 가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조만간 음식점 판로도 열릴 전망이다. 지난해 6월 서울 노원구 155개 모범음식점에 납품한 데 이어, 3월 9일에는 한국외식업중앙회 일산구 지부와 위생수저 사용 권장 협약을 체결했다. 아동용 위생수저는 유치원과 학교 및 교육 관련 업체에 납품하는 것을 협의 중이다.

    김 대표는 “숟가락과 젓가락은 입에 닿기 때문에 그것의 위생이 건강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올해 초 전남도청과 함께 위생집게를 개발해 판매에 들어간 김 대표는 포크, 나이프 등으로 사업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위생수저가 주방문화에 새 바람을 불어넣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기록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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