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9

2012.03.19

“몬해도 5석 vs 택도 없데이”

4·11 총선 부산 ‘빅 매치’ 초반부터 치열한 득표전

  • 동정민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ditto@donga.com

    입력2012-03-19 09: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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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몬해도 5석 vs 택도 없데이”

    3월 13일 부산 사상에서 손수조 후보(오른쪽)의 선거지원 유세에 참가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부산이 총선에서 이렇게 전국적인 관심을 받은 적은 없었다. 전통적으로 새누리당 후보와 무소속 후보 간 경쟁구도였던 부산 지역에서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은 이번 4·11 총선에서 5석 이상 얻겠다고 공언한다.

    민주당은 문재인 상임고문을 비롯해 대부분 친노(친노무현) 인사들로 부산 지역 공직후보자추천(이하 공천)을 완료했다. 새누리당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18명 중 절반인 9명의 현역의원을 교체하고 새로운 인물을 공천했다.

    부산 18개 지역구 가운데 민주당이 승부를 걸어볼 만한 곳은 6곳 정도다. 나머지 12곳은 새누리당이 무난하게 수성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 지역 무소속 바람에 불을 댕길 것으로 보였던 김무성 의원이 당 잔류와 백의종군을 선언하면서 낙천한 현역의원의 불출마가 이어졌다. 이로써 새누리당은 부산에서 여권 분열이라는 짐을 덜었다.

    초반 총선 판세로는 민주당이 3~5석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새누리당은 2석 이상 뺏길 수 없다며 바짝 고삐를 죄고 있다.

    18개 지역구 중 6곳 접전 예상



    민주당이 당선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는 곳은 사상과 사하을이다. 이 두 곳은 초반 판세에서 민주당이 많이 앞섰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후보와 27세 깜짝 카드인 손수조 새누리당 후보가 격돌하는 사상은 전국 최대 관심 지역으로 떠올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가 손 후보를 앞서지만, 그 격차는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3월 6일 ‘국제신문’ 여론조사 때만 해도 문 후보 54.7%, 손 후보 28.8%로 2배 가까이 차이 났지만, 9~11일 ‘한국일보’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 간 격차가 18.8%포인트로 줄었고, 10~11일 ‘부산일보’ 여론조사에서는 8.3%포인트까지 좁혀졌다.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도 5~6일 조사 때는 문 후보의 지지율이 46.1%로 손 후보(23.8%)보다 22.3%포인트 높았지만 14~15일 조사 때는 그 격차가 16%포인트로 줄었다.

    사하을의 경우 3선에 도전하는 조경태 민주당 후보가 초반 강세를 보인다. 조 후보는 높은 인지도를 앞세워 지역을 살리려면 3선 의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이하 공천위)에서 공천 시작 전부터 ‘사하을 필승카드’로 준비한 안준태 후보는 부산시 공무원으로 시작해 부시장까지 지냈다. 당에서는 호남 출신인 안 후보가 조 의원에게 쏠린 호남 출신 표를 일부 흡수할 것으로 기대한다. 17, 18대 총선에서 여권 성향의 박종웅 무소속 후보, 배진탁 친박연대 후보가 각각 1만4036표, 6850표를 가져가 패한 것을 반면교사삼아 양자구도로 만들 경우 해볼 만하다는 게 새누리당의 기대다.

    부산에서 민주당은 ‘문·성·길’(문재인, 문성근, 김정길) 벨트의 동반 당선을 기대한다. 북·강서을에 출마한 영화배우 출신 문성근 후보는 인지도가 높아 지역 현장 유세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그에 맞서는 김도읍 새누리당 후보는 부산지검 검사 출신으로 이 지역에서 오래 활동한 토박이다. 여론조사 결과 엎치락뒤치락해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

    부산진을의 김정길 민주당 후보는 대한체육회 회장,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내고 2010년 부산시장에 출마해 44.6%의 높은 득표율을 올린 거물급 정치인이다. 이에 맞서는 이헌승 새누리당 후보는 2007년 대선 경선 때 박근혜 캠프의 수행부단장을 지낸 대표적인 친박(친박근혜) 인사다.

    김영춘 민주당 전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진 부산진갑에 새누리당은 경제통인 나성린 의원(비례)을 공천했다. 새누리당 세(勢)가 센 지역이지만 나 의원이 부산 중·동에 신청했다가 공천 막판(15일) 지역구를 옮긴 데다 인지도가 높지 않은 게 약점이다. 특히 이 지역은 무소속으로 출마 예정인 정근 후보의 파괴력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는 새누리당 1차 공천 여론조사에서 허원제 현역의원을 제치고 여론조사 1위를 차지할 만큼 경쟁력이 입증됐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는 3파전으로 진행될 경우 누가 승자가 될지 쉽게 예측하기 힘들다는 전망도 나온다.

    “몬해도 5석 vs 택도 없데이”

    3월 13일 부산 북구 덕천동 일대에서 선거지원 유세에 나선 민주통합당 문성근, 문재인, 전재수 후보(왼쪽부터).

    사하갑은 문대성 새누리당 후보가 각종 총선 여론조사에서 최인호 민주당 후보를 앞선 것으로 나온다. 문 후보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태권도 스타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지냈으며, 동아대 교수로 부산과 인연을 맺어왔다. 최 후보는 부산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국내언론비서관을 지낸 대표적인 친노 인사다. 반면 이 지역 국회의원 출신인 엄호성 전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준비하고 있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당 공천을 위한 1차 여론조사에서 엄 전 의원은 29%로 문 후보(24.2%)를 앞선 바 있다.

    부산 지역 총선은 결국 ‘노무현 대 박근혜’ 구도가 될 전망이다. 문재인 후보를 필두로 한 부산 지역 민주당 후보는 대부분이 친노 인사다. 문·성·길 외에도 이해성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중·동), 전재수 전 대통령제2부속실장(북·강서갑), 박재호 전 대통령정무2비서관(남을), 김인회 전 대통령시민사회비서관(연제)이 모두 부산에 출마한 친노 인사다. 이들은 새누리당의 장기 집권에 대한 피로감,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실망감을 부각시켜 ‘정권 심판론’을 내세울 전망이다.

    결국 노무현 vs 박근혜 대결 구도

    실제 부산에는 ‘PK 소외론’이 팽배한 상태다. 동남권 신공항 무산을 기점으로 PK(부산, 경남)가 TK(대구, 경북)에 비해 홀대받았다는 논리가 먹힌다는 분석이 많다. 무조건 새누리당을 뽑느니 당과 상관없이 부산 지역 출신을 대선후보로 뽑겠다는 열망도 있다. 문재인 후보는 선거 유세 과정에서 “부산 정치를 바꾸려면 야권 후보의 총선 승리가 필요하다. 4·11 총선은 대선으로 가는 중요한 디딤돌”이라고 말했다. 문성근 후보도 “민주당 후보를 많이 선택해주면 대선후보 경선에서 부산을 대표하는 정치인을 후보로 내세울 수 있다”고 말한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산 출신이라는 점도 강조한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앞세워 정면 대결을 피하지 않으면서도 지역 일꾼을 공천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박 비대위원장은 부산 지역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2위인 문재인 후보를 2배 정도 앞선다. 새누리당보다 박 위원장이 부산에서 더 인기 많다는 게 대체적인 지역정서다.

    박 위원장은 총선은 물론 대선까지 염두에 두고 부산에서 기선을 제압한다는 차원에서 많은 시간을 부산에 할애할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 측은 “손수조 후보를 포함해 모든 후보의 당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정치신인을 지역 토박이형 젊은 후보로 전원 공천했다는 점도 앞세운다. 문재인 후보와 맞서는 손 후보가 “떠나는 사람과 남는 사람의 대결”이라며 지역 토박이인 점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부산이 12월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을 위한 텃밭으로 남느냐, 정권교체의 시발점이 되느냐는 이번 4월 총선 결과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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