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9

2012.03.19

올 국방예산 1000억 달러 中 군사대국 야심 거침없다

지난해보다 11.2% 증가 사상 최대…미국 견제하고 주변국 군사적 압도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l.com

    입력2012-03-19 09: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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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국방예산 1000억 달러 中 군사대국 야심 거침없다

    훈련을 마치고 다롄항에 정박 중인 중국 최초 항공모함 바랴크호.

    중국의 올해 국방예산이 사상 처음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3월 5일 의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에 국방예산 6702억7400만 위안(1060억 달러·118조900억 원)이 포함된 올해 정부 공작 보고서를 제출했다. 중국 정부의 올해 국방예산은 지난해보다 11.2% 증가한 규모로, 이는 지난해 증가율 12.7%보다 1.5%포인트 낮지만 2011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9.2%를 웃도는 수준이다. 중국의 국방예산 증가율은 2010년(7.5%)을 제외하곤 2001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이러한 중국의 국방예산은 2007년부터 미국에 이어 줄곧 세계 2위를 차지했다. 특히 중국의 국방예산 대폭 증가는 미국의 국방예산 대폭 감축과 비교된다. 미국은 2013 회계연도(2012년 10월 1일~2013년 9월 30일) 국방예산을 전년보다 9% 줄인 6130억 달러(545조 원·국방기본예산 5250억 달러, 아프가니스탄 전쟁비용 880억 달러)로 책정해 1998년 이후 처음으로 감축했다. 미국은 막대한 재정적자를 줄이려고 향후 10년간 국방예산 중 4850억 달러를 감축할 계획이다.

    미·중 힘겨루기 본격화

    중국이 매년 국방예산을 늘리는 의도는 미국에 버금가는 군사대국이 되려는 야심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각국의 대(對)중국 정책과 태도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중국은 군사력을 갖춰야 한다”면서 “중국이 군사강국이 되려면 국방예산을 더 증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직접 나서기 곤란한 사안을 거론하거나 의도를 내비칠 때 ‘환구시보’ 같은 관영언론을 활용한다. 중국 정부는 미국이 동아시아 개입 전략을 추진하는 만큼 군사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앞으로 국방예산을 줄이더라도 아시아·태평양(이하 아·태) 지역의 군사력은 그대로 유지하고 안보 축을 유럽에서 이 지역으로 이동할 계획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중국으로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군사력의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때문에 미국을 견제하고 자국의 주변국들을 군사적으로 압도하고자 막대한 자금을 군사력 강화에 쏟아붓는 것이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은 미국에 비해 국방예산을 대폭 늘릴 여력이 충분하다. 이 때문에 중국은 미국이 국방예산을 줄이는 향후 10년이 오히려 호기라고 본다. 영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2012 군사균형’ 보고서에서 “중국의 국방예산은 아시아 전체의 30% 이상을 차지하며 급속히 증가하고 있어 아·태 지역에서의 군사적 균형을 놓고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중국의 국방예산 증가 추세와 전망치를 보면 전 세계 어떤 국가보다도 월등히 앞선다. 국제적으로 저명한 군사전문 정보 기업 IHS 제인스(Jane’s)의 보고서(2월 14일자)에 따르면, 중국의 국방예산 증가율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18.75%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인스는 2015년 중국의 국방예산이 2382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아시아 제2의 군사대국인 일본 국방예산의 4배에 달하고 일본을 비롯해 인도, 한국, 대만 등 아시아 12개국 국방예산(2325억 달러)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과 인도의 지난해 국방예산은 545억 달러(61조 원)와 413억 달러(46조2000억 원)였다. 일본 방위성 산하 방위연구소는 중국의 국방예산 규모가 2020년에는 일본의 4.8∼6.5배, 2030년에는 9.1∼12.1배로 격차가 벌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고 중국의 국방예산이 2030년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대응책 없는 일본 고민은 더 깊어



    올 국방예산 1000억 달러 中 군사대국 야심 거침없다

    바랴크호의 기둥.

    특히 주목할 점은 중국의 국방예산이 투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서방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일반 예산에 국방예산을 숨겨두기 때문에 실제는 공식 발표보다 2~3배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들은 중국 정부가 우주 개발에 들어가는 예산을 비롯해 각종 탄도미사일 등 전략 무기와 최신예 무기의 개발 비용을 국방예산에 포함시키지 않는다고 본다. 미국 국방부는 중국의 지난해 국방예산도 발표한 규모(915억 달러)보다 훨씬 많은 1500억 달러로 추정한 바 있다. 다나카 나오키(田中直紀) 일본 방위상은 “중국의 국방예산에 불투명성이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이렇게 숨겨놓은 국방비를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젠(J)-20, 항공모함 킬러로 불리는 대함 탄도미사일 둥펑(DF)-21 D, 이지스 구축함, 핵 잠수함 등 최신예 무기와 장비를 개발하고 군사력을 현대화하는 데 투입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우주와 사이버 전쟁에 필요한 전력을 증강하는 데도 막대한 예산을 퍼붓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국방예산 팽창을 가장 우려하는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은 현재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말할 정도로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면서 국방예산을 늘릴 여력이 없다. 이 때문에 중국의 군사력 강화에 마땅히 대응할 방책이 없어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일본 정부가 최근 F-35 스텔스 전투기의 가격이 오를 경우 도입을 취소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국방예산을 증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중국 군사력 증강에 맞서 일단 헬리콥터 탑재 항공모함과 잠수함 등 해군력 강화에 예산을 집중 투입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일종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일본은 이와 함께 미국과의 군사 동맹 관계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베트남, 필리핀도 마찬가지다. 베트남의 경우 해군력 강화에 박차를 가한다. 베트남의 해군력 증강 예산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150%나 늘어나 2억7600만 달러에 달했다. 베트남은 2015년에는 관련 예산을 4억 달러까지 증액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인 베트남의 경제규모를 감안하면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베트남 정부도 중무장한 중국 해군에 대응하기 위해 미사일 탑재 함정과 잠수함에 예산을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베트남보다 경제 상황이 어려운 필리핀은 미국에 도움을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 미국은 이를 감안해 올해 필리핀에 최소 1억4466만 달러 상당의 군사원조를 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2138만 달러 늘어난 것이다. 미국은 또 필리핀에 고속 순찰함 2척을 제공했다. 아무튼 중국이 촉발한 군비 경쟁으로 아·태 지역에 자리한 각국은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을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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