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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 CIA, 중국 내 정보원 18~20명 잃어

뉴욕타임스 ‘대중국 첩보망 와해’ 최근 보도…내부 스파이 등 원인 놓고 내분

“미 CIA, 중국 내 정보원 18~20명 잃어

“미 CIA, 중국 내 정보원 18~20명 잃어

[shutterstock]

“존 르 카레의 첩보소설을 읽는 듯했다. 모두 사실이라는 것만 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선임 칼럼니스트 알렉스 로는 5월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20일자 기사를 본 느낌을 이렇게 표현했다. 카레는 영국 비밀정보부 MI6 출신이자 첩보소설의 거장이다.

NYT는 전·현직 미국 관리 10명의 말을 인용해 2010년 말~2012년 중국에서 활동하던 미국 중앙정보국(CIA) 정보원 가운데 최소 18~20명이 중국 당국에 의해 살해되거나 투옥됐다고 보도했다. 이 중 살해된 정보원이 12명 이상이라고 NYT는 전했다. 중국 정부가 CIA의 중국 내 정보망을 체계적으로 무너뜨렸다는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건 NYT가 미국 관리 3명의 말을 인용해 전한 대목이다. “한 CIA 정보원은 동료가 보는 앞에서 저격당했다. 살해 장소는 중국 정부 건물 앞 정원이었다.” 할리우드 첩보영화에나 나올 만한 장면이다.





CIA 내부서 배신자 논란

미국 정보 당국은 비밀정보가 어떻게 중국 측에 유출됐는지 전혀 알지 못해 전전긍긍했다. NYT 취재에 응한 미국 관리들은 수십 년 첩보 역사상 최악의 사건이라고 털어놓았다. 미국 관리들은 이 사건이 올드리치 에임스와 로버트 한센 사건에 맞먹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CIA 요원이던 에임스는 소련에 정보를 누설하다 1994년 체포된 인물.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인 한센은 러시아에 정보를 유출하다 2011년 붙잡혔다.

이번 NYT 보도는 미·중 양국관계에도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영문판)는 즉각 ‘순전한 날조’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아메리칸 스타일의 상상력’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중국이 CIA 첩보망을 무너뜨렸을 뿐 아니라 워싱턴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게 했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중국 방첩활동에 박수를 보내야 한다”고 비꼬았다. “보도가 정확하다면 미국에는 최악의 정보 손실이겠지만 중국 정부 건물 앞에서 정보원이 살해됐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는 주장도 빼놓지 않았다. 방첩활동은 합법이지만 정보원 살해는 국제적 문제가 될 수 있음을 고려한 것이다.

도대체 사건 전말이 어떻기에 중국이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할까. NYT가 추적한 막후는 미국과 중국 간 스파이 전쟁의 민낯을 보여준다.

때는 2010년. CIA에는 특별한 한 해였다. 중국 내 정보력이 정점에 달했다. 전직 미국 관리 4명에 따르면 그해 CIA는 중국 정부의 부패에 환멸을 느낀 정보원들을 확보했다. 이들은 중국 당국 내부에 깊숙이 관여돼 활용 가치가 매우 높았다. 중국 내 첩보활동이 중국 정부의 통제로 번번이 막히던 CIA로서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던 2010년 말 정보가 갑자기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011년 초에야 미 정보 당국 고위 관리들은 가장 중요한 정보원이 감쪽같이 사라진 사실을 깨달았다.

CIA와 FBI는 즉각 최고 방첩 요원들로 구성된 합동조사팀을 꾸렸다. 북부 버지니아 주에 비밀 사무소를 만들어 중국 베이징 내 모든 작전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코드네임은 ‘벌꿀오소리(Honey Badger)’.

조사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중국 내 CIA 정보원들이 계속 사라졌다. 조사 작전은 위급상황으로 격상됐다. 일부 조사관은 CIA가 정보원들과 접선하고자 사용한 암호를 중국이 풀었다고 생각했다. 다른 이들은 CIA 내부에 배신자가 있다고 여겼다. 합동조사팀 내부에서 논쟁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섬뜩한 소식을 전하는 전화벨은 계속 울렸다. “또 다른 정보원이 사라졌습니다!”

거듭된 조사 끝에 조사관들은 CIA 내부에 미국을 배신한 ‘두더지(내부 스파이)’가 있다고 확신했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 관리들은 당시 내부 스파이의 존재를 믿을 만한 근거가 있었다고 NYT 측에 밝혔다. 조사를 진행하던 즈음 중국 스파이가 대만 정보부에 침입해 미 국가안보국(NSA)의 대만 내 정보활동을 위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더지 이론’에 동의하지 않는 요원도 적잖았다. CIA 내부에서 최고 스파이 사냥꾼으로 알려진 마크 켈튼 역시 배신자가 있다는 의혹을 믿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그는 확실한 증거 없이 누구도 배신자라고 지목하지 않았다. 이유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신과 가까운 친구가 당시 러시아에 정보를 유출한 스파이로 몰린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진짜 배신자는 한센이었다.

‘두더지 이론’을 반대하는 조사관들은 하필 중국이 미국의 첩보활동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시점에 미국 요원들이 엉성하게 대응해 정보원이 희생됐다고 여겼다.

FBI 출신인 한 조사관은 베이징에서 CIA가 종종 같은 루트로 정보원과 접선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어떤 CIA 요원은 중국 요원들이 이미 도청기를 숨겨놓은 음식점에서 정보원을 만났다. 심지어 그 음식점 종업원마저 중국 정보 당국이 고용한 이들이었다. 여기에 중국이 CIA와 정보원의 접선 비밀 채널을 해킹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내 첩보망 구축에 참여한 요원들은 이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CIA 내부 세력 간 다툼에 휘말려 정보원들이 희생됐다고 주장했다.



첩보소설 같은 사건 전말

“미 CIA, 중국 내 정보원 18~20명 잃어

미국 중앙정보국(CIA) 로고. [동아 DB]

NYT에 따르면 CIA의 내부 분열이 격렬해지는 동안 중국은 2011~2012년 계속해서 CIA 정보원들을 제거했다.

미국 조사관들은 결국 한 인물을 유력한 용의선상에 올렸다. 앞서 조사관들이 주목했으나 증거를 찾지 못했던 중국계 미국인 전직 CIA 요원이었다. 그는 중국 내 정보원이 잇달아 사라지기 직전 CIA를 떠났다. 일부 조사관은 그가 어떤 계기로 CIA에 불만을 품고 중국을 위해 스파이 활동을 시작했다고 봤다. 이 인물이 CIA 정보원들의 신분 확인을 시도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한 미국 관리가 NYT에 밝혔다. 이 남성은 CIA를 떠난 뒤 가족과 함께 아시아에 남았다. 중국 정보기관과 관계있다고 CIA가 의심하는 사업에 손을 댔다.

CIA와 FBI는 2012년 무렵 이 남성을 꾀어 미국으로 송환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NYT는 CIA와 FBI가 이 남성을 대면 조사했는지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이 남성은 자신이 CIA 정보원과 관련한 불법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한 뒤 아시아로 돌아갔다. 결국 사건은 미스터리로 남았다. 어쨌든 CIA가 수년간 구축한 중국 내 첩보망은 완전히 무너졌고 수많은 정보원을 잃었다. 한 편의 첩보소설 같은 사건의 전말은 여기까지다.

NYT는 최근 중국이 공격적인 첩보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5년에는 미국 행정부 인사국의 기록이 중국에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FBI 요원이 민감한 기술정보를 중국에 팔아넘기는 등 중국 스파이로서 수년간 활동하다 유죄 판결을 받았다. 올해 3월에는 국무부 직원 캔디스 클레어본이 중국과 부적절한 관계가 드러나 체포됐다. 그는 중국 기관들로부터 돈과 아이폰, 노트북컴퓨터는 물론, 중국 내 패션학교 등록금에 가구가 완비된 아파트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첩보전쟁에서 중국이 미국에게 완승을 거두고 있는 것일까. 린중빈(林中斌) 전 대만 국방부 부부장은 5월 23일 홍콩 SCMP와 인터뷰에서 “방첩활동에서는 중국이 미국을 앞선다. 미국은 중국 내 정보 수집 활동이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건의 전말을 공식 확인하려는 NYT 질문에 대한 CIA와 FBI 측의 답은 “노코멘트”였다.






주간동아 2017.05.31 1090호 (p58~59)

  • 윤완준 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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