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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 인터뷰

“청순글래머 좋지만 이제부터는 180° 변신女 될래요”

4차원女 신세경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청순글래머 좋지만 이제부터는 180° 변신女 될래요”

“청순글래머 좋지만 이제부터는 180° 변신女 될래요”
유난히 긴 속눈썹이 눈을 깜박일 때마다 춤을 춘다. 강렬한 빨간색 원피스와 치렁치렁한 웨이브머리가 뽀얀 피부와 어우러져 공주님 분위기를 자아낸다. 입을 다문 채 카메라 앞에서 다소곳이 포즈를 취할 땐 영락없는 마네킹이다. 배우 신세경(22)이 왜 청순글래머의 대명사가 됐는지 알겠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 신세경은 청순글래머 이미지를 벗고 강직한 궁녀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가 연기한 ‘소이’는 어릴 적 한 동네에서 자란 겸사복 강채윤(장혁 분)과 러브라인을 그리며 세종 이도(한석규 분)의 한글 창제를 돕다 한글 반포를 앞두고 비장한 최후를 맞는다.

“화선지에 쓰인 한글을 보면 저도 모르게 짠해져요. 연기할 때 감정이 올라와서요. 소이랑 닮았냐고요? 닮고 싶죠. 소이처럼 총명하고 지혜로운 여자가 어디 흔한가요?(웃음)”

▼ 처음 대본을 보고 대박을 예감했나요.

“느낌이 좋았지만 이렇게까지 반응이 뜨거울 줄은 몰랐어요. 영화든 드라마든 흥행 성적이나 시청률을 기대하고 출연을 결정하진 않거든요. 매번 내가 연기를 잘 해낼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시작하는데 이번에는 대본이 워낙 완벽하고 감독님과 출연진이 쟁쟁해서 나만 잘하면 되겠구나 싶었어요.”



▼ 작품 고르는 기준이 뭔가요.

“대본과 캐릭터를 가장 먼저 보고, 상대역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운이 좋아서 늘 좋은 선배들과 함께해왔어요. 이번에도 한석규 선배, 장혁 선배 같은 연기 달인들을 만났고….”

▼ 소이의 어떤 면에 끌렸나요.

“총명하고 능동적인 모습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사명감이 투철하고 행동도 거침없죠. 흔치 않은 여자 캐릭터여서 다른 작품과 차별성이 있겠다는 기대를 했어요. 한 번 본 것을 외워버리는 소이의 천재성도 중요한 요소였지만 여장부 같은 성격이 큰 메리트라고 생각했어요.”

“청순글래머 좋지만 이제부터는 180° 변신女 될래요”
▼ 평소 어떤 성격인가요.

“굉장히 밝은 편이에요. 사람들을 좋아해서 촬영 현장에 가면 에너지를 많이 얻어요. 작품이나 배역이 인기를 얻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현장에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알아가는 것도 제 삶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거든요.”

▼ 연기력이 뛰어난 선배들을 상대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던가요.

“선배님들이 워낙 연기를 잘해서 누가 되면 안 된다는 강박증 같은 건 있었죠. 그래도 한 수 배울 수 있는 더 없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새 작품에 들어갈 땐 부담을 느끼곤 해요. 새로운 캐릭터,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이 있죠. 아직 연기 폭이 넓지 않아서 얼마나 잘해낼지 저도 모르니까요.”

이도보다는 채윤에게 끌려

▼ 이도와 강채윤을 이성으로 본다면 어느 쪽이 더 끌리나요.

“남녀 관계로 보면 당연히 채윤 오라버니죠. 정말 따뜻하고 다정하고 저 하나밖에 모르잖아요. 이도는 소이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되고 의지가 되는 사람이지만 이성으로 보긴 힘들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들려달라고 하자 그는 촬영 때마다 혹한의 추위로 고생했던 일을 떠올렸다. 극 내용상 촬영이 주로 벌판이나 산속에서 진행돼 모진 한파를 온몸으로 견뎌내야 했던 것. 복장이 한복이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한다.

“한복은 옷을 여러 겹 입어도 표가 나지 않아요. 내의를 여덟아홉 장씩 껴입었어요. 그런 상태로 저고리를 입으면 어깨가 결리고 겨드랑이 쪽이 찡기는데 추우니까 어쩔 수 없는 거예요(웃음).”

▼ 찬바람을 많이 쐬면 피부가 상할 텐데 아주 좋아 보이네요.

“화장해서 그럴 거예요(웃음). 피부 관리라고 해야 깨끗하게 클렌징하고 자기 전에 꼭 세수하는 게 전부거든요. 근데 드라마 촬영하는 동안엔 세수를 못 한 채 잠든 적도 있어요.”

▼ 다이어트는 안 하나요.

“필요할 땐 식사량을 조절하지만 다이어트에 집착하진 않아요. 예쁘고 날씬한 것도 배우에겐 중요하지만 굳이 순위를 매기자면 두 번째여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 첫 번째는 뭔가요.

“연기를 잘하는 거죠. 겉모습에 예민해지다 보면 연기에 몰입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거든요.”

소이는 어릴 적 사고로 말을 못해 세종과 붓글씨로 필담을 나눈다. 그가 매회 선보이는 유려한 서체에 감탄한 이가 적지 않았는데 실은 모두 대역의 솜씨다.

“촬영 전에 기본 자세와 느낌을 짧게 배웠는데 그 정도로 될 일이 아니더라고요. 근데 필담을 하니 묘한 재미가 있어요. 말은 실수를 해도 글은 허투루 쓰지 않으니까 말보다 임팩트가 강하다고 할까요. 극 중에서 이도가 소이에게 ‘한글이라는 글자를 만들려고 한다. 네가 아이를 하나 키우라고 하지 않았느냐? 넌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물어요. 그때 소이가 가만히 듣고 있다가 종이에 뭔가를 써서 보여줘요, 거기엔 ‘옳을 시(是)’ 한 자만 적혀 있죠.”

그는 지난해 천국과 지옥을 모두 맛봤다. ‘뿌리깊은 나무’에 앞서 출연한 영화 ‘푸른소금’이 관객 동원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전작에 대한 아쉬움과 새 작품에 대한 부담을 안고 시작한 ‘뿌리깊은 나무’의 성공은 그에게 특별한 의미를 남겼다. 그는 ‘뿌리깊은 나무’를 “일생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한 복권과도 같은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간혹 소이를 두고 캐릭터 임팩트가 약해서 주목을 덜 받았다고 말하는 분이 있는데 제 생각은 달라요. 나오는 신의 수가 많고 적음의 차이일 뿐 중요하지 않은 배역은 없어요. 작은 부품 하나가 잘못돼도 기계가 망가지듯이 작품도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자신의 소임을 잘해내야만 잘 굴러갈 수 있어요. ‘뿌리깊은 나무’도 모든 캐릭터가 다 반짝반짝 빛났기 때문에 시청자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거고요. 이런 작품에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했고 가슴 깊이 감사하고 있어요.”

‘뿌리깊은 나무’는 복권 같은 작품

“청순글래머 좋지만 이제부터는 180° 변신女 될래요”
나이는 어리지만 연예활동 경력은 중견급이다. 초등학교 2학년이던 1998년 서태지의 5집 수록곡 ‘take5’의 포스터 모델로 연예계에 첫 발을 들였다. 연기 데뷔작은 2004년 영화 ‘어린신부’고, 그해 2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대하드라마 ‘토지’의 서희 아역으로 발탁됐다. 2006년 봉만대 감독의 영화 ‘신데렐라’에 출연해 ‘호러 퀸’의 계보를 이을 기대주로 주목받았으나 이후 학업에만 전념했다. 그러다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들어간 2009년 연달아 두 작품에 출연하며 단숨에 스타 반열에 올랐다.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천명공주 아역을 맡은 데 이어 시트콤드라마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순진한 가사도우미로 폭발적인 인기를 끈 것이다. ‘청순글래머’라는 애칭이 생긴 것도 이때다. 그도 이 애칭이 마음에 들까.

“전 좋아요. 칭찬이잖아요.”

▼ 한 가지 이미지에 매몰될 수도 있잖아요.

“그럴 수도 있지만 지금 당장 걱정하지는 않아요. 앞으로 만나는 작품과 캐릭터를 통해 얼마든지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으니까요. 국한된 이미지를 깨느냐 못 깨느냐는 이제 제가 하는 데 달린 것 같아요.”

‘뿌리깊은 나무’가 끝났지만 그는 여전히 바쁘다. 3월부터 방송하는 드라마 ‘패션왕’의 여주인공으로 낙점돼 지난 연말부터 대본연습에 들어갔다. ‘패션왕’은 젊은이들의 도전과 성공, 사랑과 욕망을 그린 작품으로 유아인과 그가 남녀주인공을 연기한다. 그는 “가난하고 똑똑한 캐릭터를 맡았다”며 “상황이나 에피소드보다 등장인물 간의 미묘한 감정이 극 흐름을 결정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임진년 새해 그가 이루고픈 소망은 무엇일까.

“제가 하는 작품이 다 사랑받기를 바라고 저도 연기를 잘했으면 좋겠어요. 열심히 하는 것만으론 모자라고 제 자신이 발전하는 그런 한 해를 만들고 싶어요.”



주간동아 2012.02.06 823호 (p69~71)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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