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1

2012.01.16

타인의 시선에 민감? 이미지 독립선언 하라

  • 김용길 동아일보 편집부 기자 harrison@donga.com

    입력2012-01-16 14: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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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사람은 이미지가 참 좋아.”

    “저 사람은 마주 보고 싶지 않는 얼굴이야.”

    사람과 사람 사이엔 정(情)이 흐르고 정보도 흐른다. 메시지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인간적 이미지가 형성된다. 인간관계는 이미지로 축적돼 끈끈할 수도 있고 헐거울 수도 있다. 당신의 이미지란 ‘타인이 보고 느낀 당신의 모습’을 말한다. 평범하다, 지적이다, 품위 있다, 부티 난다 같은 서술어로 당신을 평가할 수 있다.

    # 본질은 이미지를 통해 발현한다

    나를 둘러싼 이미지 파편이 모여 현실 속 나에 대한 평가를 이룬다. 그 평가가 힘을 발휘할수록 내면의 본질은 자꾸 어디론가 숨어버린다. 즉 타인의 시선이 자아의 시선을 압도한다. 자기 정체성이 현실에서 작동하는 이미지 영향권 아래 종속돼버린다. 어느덧 다른 사람이 규정하는 이미지 허상에 순종해 말과 행동에 제약을 받는다. 그러다 보니 나의 중심은 항상 흔들린다. 늘 불안하고 타인의 평가에 귀를 쫑긋 세운다.



    그러나 발상을 바꾸면 이미지란 ‘내가 타인에게 공개하도록 선택한 내 부분의 총체’가 아닐까. 이미지 자기결정권은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나의 캐릭터를 본질 속에서 끌어올려 극대화할지, 내부 밑바닥에 더 깊숙이 파묻어 둘지를 스스로 선택하는 행위다. 주도권을 행사할 것인가, 포기할 것인가.

    타인에게 투사 가능한 이미지는 여럿일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여러 겹인 당신 이미지를 누구든 ‘당신의 동의 없이’ 형성할 수 없다는 점이다. 당신의 우유부단한 이미지는 당신이 우물쭈물하는 태도를 지속적으로 보였거나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기 때문이다.

    타인이 가진 당신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자기 스스로 방치, 방관했다는 전제를 일부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제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자신의 근원적 이미지를 스스로에게 강단지게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 매체가 곧 메시지다

    어떤 사람이 어떤 눈으로, 나의 어떤 면을 봤느냐에 따라 나의 이미지는 실제의 나와 다르게 왜곡될 수 있다. 다행히도 나 자신을 어떤 각도로 보여주는지는 나의 선택에 달렸다. 여기서 미디어학자 마샬 맥루한의 명언이 등장한다. “매체가 메시지다(Medium is the Message).” 활용할 수 있는 미디어를 어떻게 부리는지에 따라 타인에게 전달되는 나의 이미지는 얼마든지 달리할 수 있다. 미소, 웃음, 침묵, 무관심, 분노, 슬픈 표정…. 나의 마음이 담긴 모든 행위가 나의 미디어가 될 수 있다. 나의 본질을 노출시키고 전달시키는 그 매체를 내게 유리하게끔 활용, 조합, 편집하는 방법론이 이미지 전략이다. 나 자신이 바로 메시지가 되는 것이다.

    독자적 자기 이미지를 생산치 못하고 외부 이미지만 소비하는 사람이 현대 사회 속 이미지중독 군중이다. 능동적인 사람은 자기 이미지를 스스로 창출해 관리한다. 깨어 있는 사람은 역사적 소명의식을 깨닫고 사회에 한 치라도 도움이 되는 긍정적 이미지를 끌어올린다. 실재 그대로를 모사한 것처럼 보이는 이미지. 형체는 없지만 우리 마음속에 존재하는 진실. 이미지와 진실 사이에 늘 긴장된 간극이 존재한다. 이 ‘간극’이 인생의 비밀을 풀어가는 ‘열쇠 구멍’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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