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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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 폭탄’과 국민의 선택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2-01-13 17: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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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의 폭로로 시작된 ‘전당대회 돈 봉투’ 파문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습니다.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면 ‘돈 봉투’ 사건에서 야권도 예외가 아닌 모양입니다. 돈 봉투를 돌려 매표를 했다면 시점의 미묘함을 떠나 일벌백계해야 할 사안임에는 분명합니다. 고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돈 봉투를 폭로한 이유에 대해 “18대 국회를 마무리하면서 한국 정치의 잘못된 관행이라 생각해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해 언급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고 의원의 폭로 배경 설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가 지배적입니다.

    고 의원의 ‘자뻑(한나라당을 곤경에 빠뜨렸다는 의미로) 폭로’에 대해 두 가지 해석이 나옵니다. 하나는 현역 물갈이 여론이 높고, 반(反)한나라당 정서가 강해 총선 결과를 낙관하기 힘든 시점에 구악(舊惡)을 터뜨려 활로를 뚫으려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고 의원 선거구(서울 서초을)에는 박성중 전 서초구청장이 공천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박 전 구청장의 후견인이 박희태 국회의장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공천 갈등이 돈 봉투 폭로를 불러온 것 아니냐는 해석입니다.

    다른 하나는 2004년 총선을 앞두고 엄격한 정치자금법(일명 오세훈법) 개정을 주도하면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 따라 하기가 아니냐는 겁니다. 고 의원이 2014년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2년 앞서 일찌감치 전국적 인지도를 끌어올릴 빅 이슈로 돈 봉투 사건을 터뜨렸다는 해석이 그것입니다. 돈 봉투 사건의 처리 결과에 따라서는 고 의원에게 ‘한국 정치에서 돈 봉투를 추방하는 계기를 만든 정치인’이라는 수식어가 훈장처럼 주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진실은 고 의원 본인만 알 겁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국민 누구나 오늘의 폭로가 어떤 동기에서 비롯했는지를 알게 되겠죠. 당장 공천경쟁에서 고 의원이 어떤 결과를 손에 쥘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또 2년 뒤 있을 서울시장 선거에 그가 나서는지를 지켜보면 될 테죠.

    ‘高 폭탄’과 국민의 선택
    정치인의 말과 행동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꼼수’에 넘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에도 수많은 정치인이 ‘국리민복’과 ‘정의’를 앞세울 겁니다. 정치인의 현란한 수식어에 현혹되지 않고 그들의 말과 행동에 담긴 숨은 의도를 간파하면서 진정성 있는 진짜 일꾼을 가려내려면 한발 떨어져 그들이 하는 말과 행동의 맥락을 따져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대한민국 주권자인 국민의 현명한 선택 없이는 ‘더 나은 정치’도 요원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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