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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리그 용병’으로 시드는 젊은 피

일본 구단의 웃돈 유혹에 축구 유망주 대거 유출… K리그 신인드래프트 제도 재검토해야

  • 최용석 스포츠동아 기자 gtyong@donga.com

‘J리그 용병’으로 시드는 젊은 피

‘J리그 용병’으로 시드는 젊은 피

일본 J리그에서 뛰는 김영권(왼쪽)과 한국영. K리그가 관중을 끌어들이려면 제도 개선으로 축구 유망주의 해외 유출을 막아 수준 높은 경기를 보여줘야 한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23세 이하) 선수 중 상당수가 일본 J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김보경(23·세레소 오사카), 김영권(22)과 조영철(23·이상 오미야 아르디자), 정동호(22·가이나레 돗토리), 정우영(23·교토상가), 한국영(22·쇼난 벨마레), 김민우(22·사간 도스) 등이다. 2011년 말 일본팀과 계약한 백성동(21·주빌로 이와타), 장현수(21·FC 도쿄)까지 포함하면 9명으로 늘어난다. 1월 진행되는 올림픽대표팀 전지훈련에는 선발되지 않았지만 후보군에 있는 배천석(22·비셀 고베)도 일본파다. 이들 대부분은 각급 청소년대표를 거치며 엘리트 코스를 밟은 유망주다. 이들을 포함해 일본에서 뛰는 한국 선수는 J리그 1, 2부를 통틀어 3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해외 진출 꿈이 악몽으로 변해

한국 축구 유망주들의 일본행 러시가 계속되고 있다. 고교와 대학에서 이른바 ‘볼 좀 찬다’고 평가받았던 선수 중 다수가 K리그가 아닌 J리그로 진출한다. 축구 유망주들이 일본 진출을 시도하는 데는 에이전트와 지도자의 추천이 결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J리그를 추천하는 이유는 신인드래프트를 거쳐야 하는 K리그보다 자유계약을 맺을 수 있는 J리그에서 프로로 데뷔하는 게 선수, 지도자, 에이전트 모두에게 금전적으로 이득이기 때문이다. J리그 일부 구단은 일종의 계약금을 지급하면서 선수와 지도자들을 유혹한다. 국제 규정상 불법이지만 일본 구단들이 계약금 명목의 돈을 지불한다는 게 축구 에이전트들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한 대학 선수가 K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지명될 경우 1년에 최대 50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K리그는 계약금을 지불하지 않는다. 여기에 약간의 수당이 붙긴 하지만 선수가 경기에 얼마나 많이 출전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보장된 금액이 아니다. J리그로 진출하는 경우 연봉은 K리그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정착금과 훈련보조비 등의 명목으로 적게는 몇백만 원에서 많게는 몇천만 원을 따로 챙길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일본 구단들은 선수의 소속 학교에도 일정 금액의 스카우트 비용을 지급한다. 에이전트에게 돌아가는 몫도 크다. 에이전트는 계약이 성사된 뒤 전체 금액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받는다. 선수를 일본에 진출시키면 거래되는 금액이 K리그에 비해 1.5배 정도 되니 수수료도 늘어난다.

유망주들이 J리그 구단과 계약을 맺을 때마다 나오는 말이 있다.



“J리그가 축구환경과 인프라 등에서 K리그보다 앞서 있다. 일본을 경험하는 게 기량 발전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뿐인가. 유럽 여러 리그에서 일본 선수들이 성공을 거두면서 유럽 구단은 아시아 선수를 선발할 때 J리그를 가장 먼저 확인한다. 일본에서 성공하면 꿈의 무대인 유럽으로의 진출이 빨라질 수 있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박주호(FC 바젤) 등이 성공 사례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미 일본에서 실패를 경험하고 K리그로 유턴한 선수가 적지 않다. 유턴도 여의치 않아 내셔널리그나 K3 등 하부리그에 머무는 선수도 다수다. 조기 해외 진출은 분명 장점이 있지만 성공적으로 살아남기까지 어려운 점이 적지 않다. 첫 번째 어려움은 일본 선수들과의 융화다. 실제로 일본 선수들이 한국 선수를 이른바 ‘왕따’시키는 일도 적지 않다. J리그에서 성공을 경험한 선수들도 “처음 일본 팀에 갔을 때 선수들이 공을 패스하지 않거나 따돌린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잦았다”는 말을 한다. 기량으로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다고 하지만 쉽지 않은 이야기다.

빠른 시일 내에 가치를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한국 선수는 J리그에서 ‘외국인 선수’다. 다시 말해 ‘용병’이다. 또래의 일본 선수보다 확실히 한 수 위라는 것을 보여줘야만 경기에 나설 수 있다. 용병의 실력이 나아지길 기대하며 1년 이상 기다리는 구단은 일본뿐 아니라 그 어디에도 없다.

훈련 시스템에도 적응해야 한다. 일본 구단은 K리그 팀처럼 훈련 시간이 많지 않다. 팀 훈련은 하루 한 번 정도다. 훈련과 체력 관리는 선수 스스로 해야 한다. 국내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훈련해왔다면 일본식 훈련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해 몸이 망가질 위험도 크다.

그럼에도 선수들은 이 같은 현실을 제대로 파악지 못한 채 지도자와 에이전트의 추천만 믿고 일본으로 떠난다. K리그는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2011년 12월 열린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한 K리그 관계자들은 “전력에 즉시 보탬이 되는 선수는 거의 없다. 쓸 만한 선수는 모두 일본으로 떠났다. 신인드래프트에서 선수를 선택하는 게 매우 고민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자유계약제, 연봉 현실화 시급

K리그 상위권에 있는 팀에서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선발된 선수가 해당 시즌 베스트11에 포함돼 경기에 출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선수층이 엷은 시민구단들도 “신인드래프트에서 선발한 선수 10여 명 가운데 1명만 발굴해도 큰 소득”이라고 말한다.

조기 해외 진출로 인한 유망주 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K리그 제도 변경이 절실하다. 신인드래프트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시급하다. 드래프트는 재정적으로 넉넉지 않은 시민구단이 안정적으로 선수를 수급할 수 있도록 하려고 만든 제도다. 도입 취지는 나쁘지 않았지만 이후 K리그 팀의 전력은 하향 평준화됐다. 드래프트를 폐지하고 자유계약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자유계약과 더불어 연봉도 좀 더 현실화해야 한다. 프로야구 유망주는 데뷔 첫해 몇억 원을 챙기기도 한다.

일본에 진출한 선수의 K리그 컴백이 순조롭도록 관련 규정도 수정해야 한다. 지금은 일본에서 뛰다가 K리그로 돌아오면 무조건 드래프트를 거쳐야 한다. 이는 국제 규정과 다른 K리그만의 독특한 규정이다. 이렇다 보니 일본 진출 후 적응에 실패한 유망주가 돌아올 수 있는 기회가 제한적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따라 선수가 원하는 리그에서 언제든 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13년부터 승강제를 도입해 한국 축구의 기본 틀을 바꾸는 등 전체적인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유망주의 조기 해외 진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하길 기대한다.



주간동아 820호 (p60~61)

최용석 스포츠동아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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