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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적’들 초토화 미국 핵탄두 1790기 보유 중

美, ‘신 START와 전략무기’ 보고서…유사시 평양 노릴 트라이던트 미사일·미니트맨3 ICBM

  •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

‘제국의 적’들 초토화 미국 핵탄두 1790기 보유 중

‘제국의 적’들 초토화  미국 핵탄두 1790기 보유 중

2008년 2월 \'키리졸브 및 독수리연습\' 참석차 부산을 찾은 미국의 핵잠수함 오하이오호(1만8000t급)가 작전사령부 부두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하이오급 핵잠수함은 24기의 트라이던트 미사일 발사대를 갖추었다.

2011년 10월 12일 미국 워싱턴DC 외곽에 있는 국방부 탱크룸. 미국을 국빈방문 중이던 이명박 대통령은 이곳에서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 육해공군 참모총장 등 미군 수뇌부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북한 정세와 미군의 대비태세에 관해 브리핑을 받았다. 한국 대통령이 미 국방부를 방문한 것은 이때가 처음. 탱크룸은 미군 합참의장이 전시에 각군으로부터 상황을 보고받고 작전지시를 내리는 곳이다.

청와대 측이 “한국 국가원수를 예우하는 동시에 한반도 안보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공약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밝힌 이날의 브리핑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미 안보당국 사이에 핫이슈로 떠오른 미사일지침과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을 연결해 해석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한국 측이 이들 협상에서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800km 수준까지 연장하고 폐연료봉을 재처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자, 미국 측이 ‘한국이 독자적으로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게 된 듯하다는 시각이다. 당시 브리핑은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 미국 측이 약속해온 ‘핵우산’이 유사시 구체적으로 어떻게 가동되고 실현되는지를 이 대통령에게 납득시키기 위한 이벤트로, 쉽게 말해 ‘우리가 이렇게 지켜줄 테니 섣부른 생각은 하지 마라’는 의미였으리라는 관측이다.

최고 수준의 보안시설에서 한미 안보당국의 최고위 인사들만 참석한 브리핑이다 보니 그 세부내용은 전해지지 않았지만, 이를 유추할 수 있는 유력한 근거가 최근 공개됐다. 미 국무부가 2011년 12월 공개한 ‘신(新) START와 전략공격무기 총량(New START Treaty Aggregate Numbers of Strategic Offensive Arms)’이라는 제목의 72쪽짜리 보고서. 미국과 러시아가 1991년 체결한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이 2009년 개정됨에 따라 그 실행조치 차원에서 미국 측이 작성한 문서다.

새로운 START는 양국이 보유한 전략핵무기의 수량과 상태, 구체적인 배치 위치까지 포함해 공개하도록 규정해놓았다. 문제의 보고서가 단순히 전략핵탄두의 수와 발사수단의 총량, 실전배치 수량 등 3개 숫자만 제시했던 이전의 정보공개와는 질적으로 다른 이유다. 2011년 9월 1일을 기준으로 전략핵잠수함(SSBN)과 대륙간탄도탄(ICBM), 전략핵 공격이 가능한 중(重)폭격기의 수량은 얼마나 되는지, 이들을 제작·실험·정비하고 배치해둔 기지는 어디인지, 그 가운데 실전에 배치된 것은 기지별로 몇 기며 유사시에 대비해 보유 중인 것은 얼마나 되는지 등 미국의 전체 핵전력을 유리처럼 투명하게 꿰뚫어볼 수 있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이러한 미국의 핵전력 현황은 유사시 한반도에서 가동되는 핵우산의 군사적 실체라는 점에서 우리에게도 의미심장하다. 핵우산이 가동될 경우 구체적으로 미국의 어떤 부대가, 어떤 핵무기로, 어느 장소에서 북한을 향해 핵무기를 발사하게 될지 가늠하게 해주는 까닭이다. 달리 말하면 이는 이 대통령이 탱크룸에서 브리핑 받았을 핵심내용이기도 하다.



다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이번에 공개된 정보가 전략(strategic) 핵무기에 국한한다는 점이다. 전선 돌파나 군사시설 폭격 등 제한적 용도로 사용하는 전술(tactical) 핵무기에 비해, 전략 핵무기는 한 방으로 적의 핵심을 섬멸해 전쟁을 끝낼 목적으로 사용하는 강력한 무기다. 국가별로 기준이 다르긴 하지만 파괴력으로 따져 통상 100kt이 넘는 경우를 전략핵무기로 부른다.

투발수단 822기 언제든 실전 투입

‘제국의 적’들 초토화  미국 핵탄두 1790기 보유 중

2011년 12월 초 미국 국무부가 공개한 전략공격무기 총량 보고서.

미국이 핵우산을 가동한다고 해서 평양을 반드시 전략핵으로 공격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북한군이 생화학무기를 사용할 경우 미국이 전술핵으로 보복한다는 게 핵우산 개념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한 직후인 2003년 부시 행정부는 업그레이드한 전략핵 작전계획(OPLAN) 8044를 통해 북한을 공격대상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계 8044는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인 2009년 작계 8010으로 다시 수정돼 현재도 유지되고 있다.

실제로 2002년 10월 미 전략사령부가 백악관 보고용으로 작성한 기밀문서에는 구체적인 전략핵 투사방식으로 B-2, B-52 장거리 폭격기와 트라이던트1,2 등 잠수함발사탄도탄(SLBM), 미니트맨3와 피스키퍼 등 대륙간탄도탄을 모두 열거하고 있다. 이들 세 종류의 무기체계는 냉전시기 미국이 소련에 대항해 구축해놓은 이른바 ‘전략핵 3원 체제(Triad)’의 구성요소로, 이번에 미 국무부가 발표한 보고서는 바로 이들의 세부내용을 공개한 것이다. 뒤에서 하나하나 살펴보겠지만, 보고서에 등장하는 주요 전략핵 무기체계는 모두 유사시 북한을 공격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후보군에 속한다는 얘기다.

그간 미국의 핵무기 운용 현황을 꾸준히 관찰해온 전미과학자연합(FAS)의 분석을 바탕으로 국내 언론은 물론 미국에서도 제대로 주목하지 않았던 문제의 보고서를 정밀 해부한다. 특히 유사시 한반도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무기체계와 관련해 FAS가 그간 축적, 공개해온 비밀해제 문서의 내용을 함께 살펴봄으로써 미국이 말하는 ‘핵우산의 실체’를 꼼꼼히 따져보기로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9월 1일 현재 미국은 전체적으로 총 1790기의 전략핵 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대륙간탄도탄, 잠수함발사탄도탄, 전략폭격기 등 투발수단은 총 822기. 이외에도 221기의 투발수단을 정비창에 보관하고 있어 필요한 경우 언제든 실전에 투입할 수 있다. 1790기의 핵탄두는 이들 무기체계에 골고루 장착돼 있는데,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보유 중인 투발수단 가운데 243기는 감축협정에 따라 2018년까지 폐기될 예정이다. 현재는 잠수함마다 24개씩 설치된 미사일 발사관을 20개로 줄이고, B-52G와 B-52H 폭격기의 핵 탑재 장치를 상당부분 제거하는 한편, 대륙간탄도탄도 100기를 해체한다는 계획이다.

‘제국의 적’들 초토화  미국 핵탄두 1790기 보유 중

2011년 10월 12일(현지시간) 한국 대통령 최초로 워싱턴DC의 미국 국방부 청사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미군 수뇌부로부터 브리핑을 받고 있다.

가장 먼저 살펴볼 부분은 잠수함이다. 미국이 보유한 잠수함 가운데 전략핵 공격에 투입되는 오하이오급은 총 14척이지만 이 가운데 2척 내외는 통상 정비 등을 위해 기지에서 대기한다. 249기에 달하는 트라이던트2 잠수함발사탄도탄은 작전 배치 중인 12척의 전략핵잠수함에 흩어져 있는 것. 이들 탄도탄은 각각 4~5기의 핵탄두를 장착하므로 잠수함에만 모두 1200기가량의 탄두가 배치돼 있는 셈이다. 이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주요 도시를 일거에 파괴할 만한 분량. 전략핵잠수함이 미국의 핵전력에서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지 가늠케 해주는 대목이다.

FAS 측 분석에 따르면 이들 전략핵잠수함은 2011년 한 해 동안 총 33회의 기동작전을 펼쳤다. 통상 70~100일 진행되는 이러한 작전을 잠수함마다 매년 3회가량 실시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승조원들이 1년에 200~300일을 물밑에서 보냈다는 의미로, 이는 냉전시기에 비해도 훨씬 높은 가동률이라는 게 FAS 측 판단이다. 소련이라는 거대한 적은 사라졌지만, 그 대신 세계 곳곳의 ‘작은 적들’을 상대해야 하는 제국의 고단함이 느껴지는 수치다.

태평양 기지의 전략핵잠수함

오하이오급 잠수함 가운데 8척은 태평양 연안인 워싱턴 주 뱅거 기지를 모항으로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9월 1일 당시에는 2척이 기지에 정박 중이었고, 1척은 인근에서 개조작업 중이었으며, 나머지 5척은 트라이던트2 D5 미사일 120기와 540기의 핵탄두를 장착한 채 태평양과 인도양 바다 밑 어디선가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FAS 측이 공개한 2011년 8월 20일 위성사진을 살펴보면 총 3척의 잠수함이 뱅거 기지에 정박 중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다른 6척의 오하이오급 잠수함은 대서양으로 이어지는 조지아 주 킹스베이 기지를 모항으로 한다. 수량 점검에 즈음해서는 2척이 기지에 있었고, 나머지 4척이 미사일 96기와 430기 내외의 탄두를 장착한 채 작전 중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냉전기간에 대부분의 전략핵잠수함이 대서양 연안에 배치됐던 것에 비해 현재는 태평양 기지에 더 많다는 점. 북한과 중동 국가는 물론 중국에 이르기까지 태평양 해역의 전략적 가치가 비약적으로 높아진 최근 수년의 상황이 핵잠수함의 활동범위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상황과 연결해보자면, 비밀해제된 미 국방부의 종합검열보고서는 1998년 이래 이들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에 탑재된 트라이던트2 D5 미사일 시스템이 태평양사령부와 주한미군이 설정한 핵심임무를 수행하는 데 배정됐다고 기록하고 있다. 명령 후 13분 이내에 발사 가능한 이들 미사일은 잠수함이 한반도 인근에 자리한다고 가정할 경우 태평양을 건너야 하는 대륙간탄도탄이나 전략폭격기보다 훨씬 빠른 시간 안에 북한을 초토화할 수 있다. 지리적으로 보자면 킹스베이보다 뱅거 기지를 모항으로 하는 태평양 해역의 핵잠수함이 이 임무를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

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대륙간탄도탄이다. 총 772기의 탄도탄 가운데 실전에 배치된 것은 448기의 미니트맨3로 몬태나 주 맘스트롬과 노스다코타 주 마이넛, 와이오밍 주 워런 공군기지에 각각 150기 내외씩 흩어져 있다. 나머지 미니트맨3 266기와 2003년부터 2005년 사이에 퇴역했지만 아직 해체되지 않은 피스키퍼 탄도탄 58기는 애리조나와 유타의 정비창에 보관 중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오바마 행정부는 미니트맨3 하나에 탄두를 3개까지 장착했던 이전의 정책을 변경해 미사일 1기당 핵탄두 1기만을 탑재하기로 결정했지만, 유사시 여러 개를 실을 수 있는 설비 자체를 해체하지는 않았다고 FAS 측은 분석한다.

압도적 무력 자신감과 투명성

길이 14.6m, 직경 1.68m의 미니트맨3 대륙간탄도탄은 모두 지하화한 사일로(silo) 시설에 배치를 끝마친 상태로, 맘스트롬 기지는 미 공군 지구권타격사령부(AFGSC) 20공군 휘하의 341우주비행단이, 마이넛 기지는 91우주비행단이, 워런 기지는 90우주비행단이 각각 관리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각 기지에 있는 150개 안팎의 미사일은 10개 사일로씩 15개 그룹으로 나뉘어 관리된다. 직선거리로 따질 경우 한반도에서 가장 가까운 곳은 맘스트롬이지만, 미니트맨3의 사거리가 1만4800km에 달하는 데다 이들 세 기지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어디서든 평양을 겨냥해 대륙간탄도탄을 발사할 수 있다. 물론 작계8010을 비롯한 미국 측 관련 계획에는 이 가운데 하나를 유사시 한반도 임무에 투입하도록 이미 설정해놓았을 것이다.

보고서가 공개한 데이터 가운데 마지막으로 폭격기 부분을 살펴보기로 하자. 점검 당일 미 공군은 B-2 20대, B-52 130대 등 총 150대의 전략핵 폭격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 가운데 125대가 실전 배치 상태라고는 하지만 여기에는 핵공격 임무에 더는 투입되지 않는 B-52G 같은 옛 기종이 포함됐으므로, 실제로 전략핵 공격에 즉시 나설 수 있는 폭격기의 수량은 60대 안팎이라는 게 FAS 측의 추산. 이들 폭격기가 상시적으로 핵탄두를 탑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수백 기의 전략핵탄두가 이들을 위해 할당돼 있다.

전략핵 공격이 가능한 폭격기는 주로 미주리 주 화이트먼, 루이지애나 주 바크스데일, 노스다코타 주 마이넛 공군기지에 배치돼 있다. 이 가운데 한반도에 핵이 사용될 경우 동원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단연 화이트먼 공군기지에 배치된 B-2 스텔스기다. 이 폭격기의 임무 가운데 하나로 미 본토에서 북한 지역까지 날아가 폭격을 가하고 돌아오는 모습을 담은 미 국방부 문서의 도판이 공개된 바 있기 때문.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25시간에 달하던 B-2의 북한 공습시간은 거듭된 장비 및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에 힘입어 최근 들어서는 8시간 미만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략핵만을 다루는 이번 보고서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규모가 작은 전술핵 공격의 경우 노스캐롤라이나 주 시모어존슨 기지에 주둔하는 제4전투비행단이 북한을 목표로 상정한 전술훈련을 실시한 적이 있다. 1998년 12월 발간된 이 비행단의 부대사(史) 문서는 그해 1월부터 6월까지 F-15E 전투폭격기 18대를 동원해 ‘북한에 대한 핵무기 사용’ 상황을 명시하고 모의탄두의 탑재 및 투하훈련과 검열을 실시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플로리다 애번파크 사격장을 태평양사령부와 주한미군이 선정한 북한 지역 핵심타깃으로 가상해 이뤄진 이때의 훈련은 북한의 화학무기 공격 직후를 상정해 조종사들이 보호장비를 완비한 채로 진행됐다고 문서는 전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자국의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가장 디테일한 부분까지 밝힌 보고서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먼저 이는 공개한다 해도 안보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넘치는 자신감을 상징한다. 여기에 ‘핵무기 없는 세상’을 천명하며 대량살상무기 감축에 온 힘을 쏟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의 과감한 행보가 결합하면서 이전과 전혀 다른 차원의 정보공개가 이뤄진 셈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면, 투명성이야말로 안보의 전제조건이라는 워싱턴 특유의 사고방식과도 연결해볼 수 있다. 압도적인 무력을 대내외에 과시함으로써 오히려 가상적국으로 하여금 도발할 엄두도 내지 못하게 만드는 전략이다. 군사력 또한 국민의 세금으로 건설된 만큼 국민에게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자긍심 또한 묻어난다. 이러한 원칙은 ‘테러와의 전쟁’으로 미 대륙 전체가 공포에 시달렸던 지난 10년 동안에도 꺾이지 않고 유지돼왔다. 민주화 이후 사반세기, 여전히 ‘군사보안’이라는 명목으로 견제와 비판의 시선을 회피하기에 급급한 한국군이 되새겨야 할 교훈이다.



주간동아 820호 (p18~21)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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