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16

2011.12.12

사르코지 대선 전략은 딸 앞세우기?

10월 19일 태어난 ‘줄리아’ 연이어 노출…잇단 의혹으로 사르코지 지지율은 계속 하락

  • 파리=백연주 통신원 byj513@naver.com

    입력2011-12-12 10: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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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녹색당의 에바 졸리, 극우파의 마린 르펜이 각 당의 대선 후보로 결정된 가운데 “내년에도 엘리제궁을 남에게 넘길 생각이 없다”고 밝힌 대중운동연합의 후보이자 현 대통령인 니콜라 사르코지는 선거유세보다 육아에 전념하는 듯한 모습이다.

    7월 14일 영부인 카를라 브루니는 한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임신 사실을 인정한 후, 10월 19일 딸 줄리아를 낳았다. 이탈리아 출신 브루니가 직접 작명한 딸의 이름은 프랑스식 이름인 줄리(Julie)를 옛 로마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부부는 늘그막에 얻은 귀한 자식인 만큼 이름 짓는 것에 상당히 고심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듯 사르코지 부부가 애지중지하는 딸이 국민에게는 “기다리지도, 반갑지도 않은 행복”이라며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줄리아는 과연 진정한 사랑의 결실일까, 아니면 치밀한 대선 대비책일까.

    1980~90년대 세계적인 패션쇼 무대를 장악했던 톱모델 브루니. 그는 오트 쿠튀르 드레스를 벗어던지고 기타를 치며 라이브로 노래하는 실력 있는 뮤지션으로 활동하던 2008년 사르코지와 결혼해 프랑스 영부인이 됐다. 말 많고 탈도 많았던 그들의 결혼은 사르코지에 대한 여론을 변화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 과반수가 “브루니와의 결혼으로 대통령 이미지가 좀 더 자유롭고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응답했다.

    브루니와 결혼해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성공한 사르코지는 딸 줄리아로 내년 대선에서 또 한 번의 이미지 변신 효과를 얻길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는 딴판이었다. 한 프랑스 언론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87%가 사르코지 부부의 득녀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통령이 딸을 이용해 대선 승리를 노린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부정적인 반응까지 보이는 사람이 많았다.

    이미지 변신 효과 노렸지만 역효과



    ‘딸을 낳은 것도 하나의 정치적 계획’이라는 의혹은 대통령 부부의 미숙한 언론 플레이 때문에 확대일로에 있다. 브루니는 출산 직후 “줄리아는 그저 아기일 뿐이다. 어린 딸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것은 엄마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언론과 파파라치로부터 줄리아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사르코지도 “줄리아와 관련된 사진이나 영상은 그 어떤 언론에도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부는 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11월 초 줄리아의 사진이 언론에 공개된 것이다. 사진은 줄리아를 안고 산책 중인 대통령 부부의 모습을 한 파파라치가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사진의 출처를 두고 말이 많다. 촬영 장소가 일반인 출입을 통제하는 베르사유궁 근처의 대통령 부부 별장이었기 때문이다. 사진을 본 사람들은 “평소에도 고위 정계인사가 드나들어 감시가 상당히 심한 이곳에 파파라치가 진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대통령 부부가 사진사를 고용해 찍은 후 파파라치 사진인 양 조작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랑스 정치를 코믹하게 비평하기로 유명한 ‘Canal +’의 ‘르 프티 주르날’은 사진 관련 내용을 집중 추궁해온 국민에게 ‘파파라치 사진’의 정체를 밝혔다. 사진에서 사르코지 부부 뒤로 보이는 별장의 높은 담벼락과 주변을 실제 현장과 비교한 결과 그들이 걸었던 곳은 저택 내부가 아닌 외부 공원이었던 것. 즉 ‘줄리아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어떤 자료도 공개하지 않겠다’던 대통령 내외가 신변을 완벽하게 보호할 수 있는 저택 내부의 사적 공간이 아닌, 언제나 파파라치로 넘쳐나는 외부 공원을 거닐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르 프티 주르날’은 사진의 진실을 밝히며 대통령의 또 다른 모습도 공개했다. 지방을 방문한 사르코지가 연설을 마치고 무대 뒤에서 사진 찍기 위해 기다리던 시민들을 만나 대화하는 모습이었다. 몰래카메라처럼 촬영된 이 영상에서 그는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며 “딸은 잘 크느냐”는 한 여성의 질문에 “아주 잘 큰다. 감사하다”고 답변했다. 이어 “노산이지만 카를라는 모유 수유를 한다. 요즘은 매일 젖이 충분히 나오지 않을까 봐 걱정한다 ”는 말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듯 보이는 현장에는 수많은 마이크와 카메라가 자리 잡고 있었다. 아이와 관련된 자료는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절대 공개하지 않겠다면서 아이를 직접 안고 공공장소를 거닐고, “제발 관심을 갖지 말아달라”고 호소하면서도 수십 대의 카메라와 마이크가 배치된 연설현장 무대 뒤에서 육아일기를 늘어놓는 사르코지 모습에 프랑스 국민은 ‘그럼 그렇지’라는 반응을 보인다.

    시큰둥한 프랑스 국민과 언론의 반응에 비해 세계 각국은 줄리아의 탄생에 대대적인 축하 및 관심을 보인다. 무함마드 6세 모로코 국왕은 브루니의 출산 소식을 듣자마자 귀한 흰 난초 꽃바구니를 엘리제궁으로 보냈다. 유로존 위기와 관련해 사르코지와 의견충돌을 겪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베를린의 상징 인형인 테디 스테피(Teddy Steiff)를 보내 축하를 잊지 않았다.

    스트로스칸 사건의 ‘사르코지 음모설’

    대단한 선물을 준비한 수많은 정치인보다 더욱 주목받은 인물은 바로 사르코지의 전 부인 세실리아 알베니스다. 한 매거진에 따르면, 2007년 대통령과 이혼하고 엘리제궁을 떠난 세실리아는 사르코지 부부의 득녀를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또 사르코지와 세실리아 사이에서 태어나 현재 음반 프로듀서로 활동하는 장남 피에르 사르코지는 새 어머니 브루니에게 원형 부케와 초콜릿 세트를 선물했다.

    흔치 않은 방법으로 축하인사를 건넨 사람도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1월 초 G20 참석차 프랑스를 방문했다가 사르코지 대통령의 득녀 소식을 접했다. 오바마는 “줄리아가 아빠가 아닌 엄마 외모를 닮길 바란다”고 말해 사르코지는 물론, 현장에 있던 취재진을 웃게 만들었다. 농담으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든 오바마는 “사르코지 대통령도 이해해주리라 믿는다. 예쁜 줄리아가 언제나 건강하길 바라고 앞으로도 행복을 이어나가길 바란다”며 미국과 프랑스의 끈끈한 우정을 과시했다.

    어찌 됐든 새 생명의 탄생은 항상 반가운 법이지만, 과연 사르코지의 행복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2012년 대선에서 사회당 프랑수아 올랑드에게 참패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 데 이어 미국의 ‘뉴욕 리뷰 오브 북스’는 뉴욕 소피텔 호텔에서 여종업원 성추행 사건으로 물의를 빚었던 스트로스칸의 일명 DSK 사건을 재검토한 기사를 실었다. 에드워드 기자는 이 기사에서 “유력한 대선 후보였던 스트로스칸을 함정에 빠뜨려 대선 출마를 불발시키려 했던 누군가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호텔 감시카메라에 잡힌 수상한 사건 당일 상황을 증거로 내세웠다.

    여기서 그 누군가는 사르코지와 대중운동연합을 의미한다. 또한 사건 당시 스트로스칸의 블랙베리 휴대전화가 도청당했으며, 그의 모든 문자메시지와 통화 내용이 엘리제궁 대통령실로 연결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조용히 몸을 사리는 스트로스칸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지만 추가 사실이 폭로되면서 소문으로만 떠돌던 ‘사르코지 음모설’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사르코지의 난관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얼마 전부터는 2009년 사망한 오마르 봉고 전 가봉 대통령이 프랑스 대선이 있었던 2007년 건넨 거액의 비자금을 사르코지가 선거자금으로 사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아름다운 아내와 딸 바보로서 행복한 가장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 것이 진정 사르코지 대통령의 목표였다면 완벽한 실패로 돌아간 듯 보인다. 대선은 다가오지만 계획했던 이미지 관리는커녕 각종 추문으로 지지율은 계속 내려가고 있다. 과연 줄리아는 첫 생일을 엘리제궁에서 맞이할 수 있을까. 5개월 후 그 결과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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