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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충천

은밀한 재입찰의 속사정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은밀한 재입찰의 속사정

“조만간 할 겁니다.”

알뜰주유소 재입찰과 관련해 취재하는 과정에서 지식경제부, 한국석유공사, 농협중앙회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곧 일정이 재개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선 말해줄 수 없다며 올해는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한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은 12월 7일 알뜰주유소 기름 공급을 위한 공동구매 재입찰을 다음 날인 8일에 한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습니다. 한데 공동구매를 주관하는 농협중앙회나 한국석유공사 측에서 그 말을 들은 것이 아니라 정유사를 통해 알게 됐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11월 15일 첫 입찰을 했을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대조적이기 때문입니다.

당시 지식경제부는 15쪽에 달하는 ‘알뜰주유소, 세상 속으로’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놓았습니다. 언론에서도 입찰 성패를 두고 큰 관심을 보이며 취재경쟁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재입찰 공지는 조용하다 못해 은밀히 이뤄졌습니다. 정유사 홍보팀조차 “우리도 사업팀으로부터 정확한 정보를 받지 못했다”며 “아는 게 있으면 알려달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그 순간 “재입찰에 문제없다”고 낙관하던 정부 당국자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렇게 자신 있었다면 이렇게 비밀스럽게 진행할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요. 정유 업계에선 “이번에도 유찰되면 면목이 없어서 그런 것 아니냐”는 말이 파다했습니다. 실제 재입찰을 주관한 농협중앙회 측은 “주요소 업계의 반발도 거세고 또다시 유찰되면 곤란하지 않겠느냐”며 “알뜰주유소 추진이 나쁜 일도 아닌데 논란이 되다 보니 최대한 조용히 진행하려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은밀한 재입찰의 속사정
결국 이번 재입찰도 유찰됐습니다. 사실 한 달 전과 비교해도 상황이 별로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에 재입찰이 성공하리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주유소 업계가 생존권 위협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라 드러내놓고 재입찰을 진행하기도 쉽진 않았겠죠. 그렇더라도 이번 재입찰 과정에서 보인 소극적인 모습은 정부 역시 알뜰주유소의 성공을 확신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주간동아 2011.12.12 816호 (p10~10)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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