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12

2011.11.14

날개 없는 닌텐도 “악!”

30년 만에 올 200억 엔 적자 예상…Wii U로 모바일게임 시장 잡을 수 있나

  • 문보경 전자신문 부품산업부 기자 ookmun@etnews.co.kr

    입력2011-11-14 13: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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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개 없는 닌텐도 “악!”

    닌텐도는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내놓아 공전의 히트를 쳤다.

    10월 28일 닌텐도가 발표한 반기 실적보고서에는 닌텐도의 날개 없는 추락이 그대로 드러났다. 올해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 동안 영업손실 573억 엔, 경상손실 1078억 엔을 기록했다. 예상대로였다. 닌텐도는 1981년 연결순익을 공개한 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연초만 해도 연간 순이익 200억 엔의 흑자를 기대했지만, 200억 엔의 적자로 예상치가 바뀌었다.

    이 기간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6% 줄어든 2157억 엔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닌텐도는 542억 엔의 경상이익을 냈다. 영업이익은 41억 엔. 매출 감소는 뚜렷했지만 적자는 면했다. 올해 닌텐도의 실적은 말 그대로 충격이다. 누구나 기억하듯 닌텐도는 대단한 기업이었다. 2년 전 이명박 대통령이 “왜 우리나라는 닌텐도 같은 게임기를 만들지 못하느냐”고 질타했을 정도다. 나이키의 가장 큰 적이라 불릴 만큼 독보적인 입지를 자랑했다. 전 세계 어린이가 닌텐도 게임기를 가지고 노는 탓에 나이키 운동화가 닳을 시간이 없다는 것을 빗댄 말이었다.

    엔고, 판매 부진으로 매출 하락

    수익도 엄청났다. 2009년에는 매출 1조4400억 엔에 영업이익 5300억 엔. 이런 경이로운 실적에는 이유가 있었다. 닌텐도는 일부 마니아의 영역으로 분류되던 게임을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것으로 만들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었으며, 가족이 함께 하는 게임도 내놓았다. 파괴적이거나 선동적이지 않은 게임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런 기업이 2년 만에 끝 모를 추락을 하고 있다.

    닌텐도 추락의 원인으로 몇 가지가 지적된다. 첫 번째는 엔고(高)다. 닌텐도는 쏟아지는 수익을 현금으로 쌓아두고 있었다. 그렇게 쌓아둔 현금이 엔고 때문에 손실로 이어졌다. 엄청난 환차손이 발생한 탓이다. 닌텐도의 현금 보유액은 올해 3월 말 8128억 엔이었다. 9월 말에는 5912억 엔으로 줄었다. 이 중 환차손으로 잃은 돈은 400억 엔에 달한다. 6000억 원이 앉은자리에서 사라진 것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판매 부진이다. 동작을 인식하는 닌텐도 Wii의 독점 시대는 끝났다. 소니나 마이크로소프트사(MS) 모두 동작 인식 기능을 넣은 게임기를 내놓았다. 8000만 대가 판매된 Wii는 지난 6개월간 고작 330만 대 팔렸다. 소프트웨어 판매도 6500만 개에서 3600만 개로 줄었다. 회심작으로 내놓은 닌텐도 3DS의 판매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3DS는 안경 없이 3D 입체 효과를 볼 수 있도록 만든 휴대용 게임기다. 그나마 가격을 인하해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다. 원래 판매 목표량은 1700만 대였으나, 올해 상반기 432만 대를 파는 데 그쳤다.

    시장에선 판매량이 급감한 것은 닌텐도가 태블릿PC와 스마트폰 시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탓이라고 분석한다. 이미 글로벌 게임산업은 모바일을 중심으로 재편되기 시작했다. 최근 ‘전자신문’이 보도한 세계 게임산업 변혁에 따르면, 2009년 34억 달러 규모에 불과하던 모바일게임 시장이 오는 2014년 146억 달러로 연평균 33.6% 성장할 전망이다. 모바일게임의 비중은 2009년 8.8%에서 2014년 26.8%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이제는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무엇보다 가격 부담이 덜하다. 스마트폰이 있으니, 굳이 게임기를 사려고 10만 원이 넘는 돈을 쓸 필요가 없다. 더욱이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앱스토어라는 오픈마켓을 통해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수많은 게임 회사가 다양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게임을 쏟아내고 있다.

    오픈 시대 역행하는 폐쇄성이 문제

    날개 없는 닌텐도 “악!”

    닌텐도는 태블릿PC를 닮은 Wii U의 컨트롤러(위)를,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는 PSP의 차세대 버전인 PS비타(아래)를 E3 쇼에서 전격 공개했다.

    게임 소프트웨어가 저렴하기도 하다. 전용 게임기도 필요 없고 몇천 원이면 되거나, 심지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게임도 넘친다. 닌텐도 게임기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은 보통 몇만 원 수준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편리하기도 하다. 굳이 온오프라인 매장에 들러 원하는 게임을 사는 번거로움을 겪을 필요가 없다. 그 즉시 결제하면 끝이다.

    이런 변화에도 닌텐도는 ‘폐쇄성’을 고집했다. 닌텐도의 게임 소프트웨어는 자사 제품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워낙 까다로운 조건과 기준 탓에 많은 게임 회사가 닌텐도 시장에 진출하기 힘들었다. 히트작인 ‘두뇌트레이닝’ ‘슈퍼마리오’는 모두 닌텐도가 직접 만든 게임이다. 게임 회사들의 불만이 높았던 것은 당연하다. 앱스토어가 열리니 게임 회사들은 힘들여 닌텐도 전용 게임을 만들기보다 앱스토어로 발길을 돌렸다.

    닌텐도의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정책을 문제 삼는 지적에도 이들의 대응책은 새로운 게임 소프트웨어를 내놓고 가격을 인하하는 정도다. 그런데 가격 인하 정책은 발표 시점에서는 효과가 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9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3DS 콘퍼런스 2011’에서 이와타 사토시 닌텐도 사장은 “사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종류의 게임 소프트웨어를 내놓을 것”이라 말했지만, 게임 소프트웨어를 강화한다고 해도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실제로 한 조사 결과에서 3DS 가격 인하 효과가 일주일도 가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닌텐도는 판매 부진의 돌파구로 지난여름 닌텐도 3DS 가격을 2만5000엔에서 1만5000엔으로 1만 엔 내렸다. 이후 게임 전문 시장조사업체 미디어크리에이트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판매 추이는 가격 인하 1주일 후 10만5639대, 2주일 후 6만781대로 급속히 하락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닌텐도의 폐쇄성을 두고 “패러다임이 변했다”고 꼬집었다.

    “스마트폰이 게임기 자리를 대신하는 상황에서 닌텐도의 반응은 구태의연하다. 닌텐도는 과거 게임을 좀 더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패러다임을 바꾼 주인공인데도 스마트폰 혁명 과정에서 전혀 혁신적이지 않았다.”

    물론 닌텐도의 대응책이 여기까지일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닌텐도는 벌써 회심의 역작을 만든 듯 새로운 하드웨어를 들고 나왔다. 6월 미국에서 열린 E3 쇼에서 닌텐도는 Wii U를 공개했다. Wii U는 동작 인식 게임인 Wii의 후속 기종이다. 대형 액정을 채택한 컨트롤러와 HD 해상도 그래픽으로 E3 쇼 현장에서 화제가 됐다. 업계에선 내년 4월경으로 출시를 점쳤으나, 최근에는 6월로 미뤄질 것으로 내다본다. 닌텐도가 내년 E3 쇼에서 더욱 보강된 Wii U를 공개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Wii U는 게이머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닌텐도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연말 특수를 준비하며 내놓을 게임 소프트웨어도 무시할 수 없다. 닌텐도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에 다소 밀릴 때도 두뇌트레이닝이라는 혁신적인 게임으로 반전에 성공한 전례가 있다.

    게이머들은 “좀 더 완벽한 게임기를 기다릴 것”이라며 새로운 닌텐도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과연 추락하는 닌텐도가 반전의 기회를 잡고 부활할 수 있을지, 그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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