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12

2011.11.14

상대는 적이 아닌 파트너 먼저 ‘같은 편’이 돼라

설득의 기술

  • 김한솔 IGM 협상스쿨 책임연구원 hskim@igm.or.kr

    입력2011-11-14 11: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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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제품 아이디어 회의시간. 다른 사람의 발표를 듣는 방 과장은 너무 따분하다. 하나같이 현실감이 떨어진다. 그는 머릿속으로 계속 자신의 아이디어만 다듬는다.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떠올린 스스로가 대견스럽다.

    드디어 방 과장 차례. 앞서 발표한 아이디어의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자신의 아이디어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믿었을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자신의 아이디어가 더 돋보일 것이라 기대했기 때문. 5분여의 짧은 발표를 마치고 자리에 앉은 방 과장. 열렬한 호응을 기대했는데 웬걸, 별 반응이 없다. 다들 ‘저게 될까’라는 표정이다.

    방 과장은 혼란스럽다. ‘메시지 전달이 잘 안 됐나, 제대로 이해 못 한 거 아냐.’ 이런저런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진다. 방 과장의 발표, 무엇이 문제였을까.

    상대는 적이 아닌 파트너 먼저 ‘같은 편’이 돼라
    설득을 하려면 상대의 생각을 바꿔야 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착각한다. 설득은 누군가와 싸워 이겨야 하는 것이라고. 방 과장도 그런 착각에 빠졌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낸 아이디어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으로 발표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예상 밖의 냉랭한 반응. 방 과장이 다른 직원을 설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의 퀴즈에 힌트가 있다.

    금연구역인 버스 정류장에서 한 남자가 담배를 피우고 있다. 모두 불쾌한 표정이지만 누구도 섣불리 말을 꺼내지 못한다. 다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피우려는 그 남자를 멈추게 하려면 간접흡연의 폐해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설득하면 될까. 혹은 “금연구역에서 흡연하면 벌금을 내셔야 합니다!”라고 협박하면 될까.



    정답은 ‘같이 피운다’이다. 먼저 그에게 다가가 “저도 한 개비만 주시겠어요?”라고 말하라. 그리고 나란히 서서 담배를 피워라. 그러다 주변을 한 번 둘러보곤 불평 섞인 말투로 이렇게 얘기한다. “여기 금연구역인가 봐요. 사람들 표정이 이상한데요? 아니, 이런 데서도 담배를 못 피게 하나….” 그러곤 먼저 담배를 끈다. 당신이 그 남자라면 어떻게 할 것 같은가. 십중팔구 따라서 담배를 끌 것이다.

    설득의 비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내가 설득하고 싶은 사람과 ‘같은 편’이 되는 게 출발점이다. 어린 시절로 돌아가 생각해보자. 만화책에 빠진 당신에게 부모님이 “다른 책을 좀 읽어!”라고 말하는 것과 함께 만화책을 보던 친구가 “나랑 다른 책 읽자”라고 청하는 것 가운데 어느 쪽에 더 쉽게 움직였겠는가.

    상대와 같은 편이 되려는 작은 노력이 비즈니스를 살리기도 한다. 2001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한 후 무슬림 사이에서는 반미 감정이 극에 달했다. 중동국가에서는 KFC, 피자헛 등 미국 레스토랑이 습격당하는 일이 끊이지 않았다. 무슬림이 60% 이상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딱 한 군데 안전한 곳이 있었다. 자카르타의 맥도날드 매장이었다. 비밀은 간단했다. 이 매장 직원들은 다른 곳과 달리 이슬람 전통의상을 입고 일했다. 매장 입구엔 ‘거룩한 알라신에 맹세코, 인도네시아 맥도날드는 독실한 이슬람 신자가 운영하고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붙여놓았다. 그들과 한편임을 적극 어필한 것이다.

    방 과장은 어떻게 했어야 할까. 다른 직원 아이디어의 문제를 지적하기 전에 긍정적인 부분을 얘기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선 주목할 만한데, 나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해봤다”고. 먼저 상대와 ‘같은 편’임을 알리는 게 필요한 것이다. 설득해야 하는 상대는 당신이 싸워 물리쳐야 할 존재가 아니다. 당신의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고 지지해줄 파트너다. 생각을 바꿔야 설득이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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