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08

2011.10.17

돌아온 이동국 몸이 안 풀렸나

두 경기 55분 소화 기대 이하 경기력 논란…조광래 감독 ‘중동 원정 길’ 관심 집중

  • 최용석 스포츠동아 기자 gtyong@donga.com

    입력2011-10-17 11: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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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온 이동국 몸이 안 풀렸나

    이동국 카드가 실패함에 따라 조광래 감독의 고민은 한층 깊어졌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동국(32·전북 현대)의 축구대표팀 복귀가 이뤄졌다. 이동국은 10월 7일 벌어진 폴란드와의 평가전에 이어 11일 열린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 3차전 아랍에미리트(UAE)와의 경기까지 2경기를 소화했다. 지난해 남아공월드컵 이후 1년 3개월여 만에 이뤄진 대표팀 복귀다. 2경기에서 뛴 시간은 총 55분. 기대했던 공격 포인트는 없었다. 이동국은 UAE와의 경기를 마친 뒤 인터뷰를 정중히 거절하고 쓸쓸히 버스로 향했다. 자신도 실망이 큰 듯했다. 앞으로 이동국과 태극마크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K리그에서 맹활약 최고의 해

    이동국은 올해 K리그에서 매우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전북을 리그 선두에 올려놓았을 뿐 아니라 현재 16골로 K리그 정규리그 득점 2위를 달리는 중이다. 또한 15개 어시스트로 도움랭킹 1위다. 이는 K리그 역대 한 시즌 최다 어시스트 신기록이다. 공격 포인트(골과 도움 합계)에선 31개로 단연 1위. 프로 데뷔 이후 최고의 해를 보내고 있는 이동국을 대표팀도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그를 쉽사리 선택하지 못하던 대표팀이 마음을 굳힌 결정적 계기가 있었다. 9월 27일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전북과 세레소 오사카(일본)의 경기다. 이동국은 이 경기에서 4골을 혼자 책임지며 팀의 6대 1 대승을 진두지휘했다. 이 모습을 조광래 축구대표팀 감독이 현장에서 지켜봤다.

    이 경기 도중에 대표팀 공격 자원 중 한 명인 김보경(세레소 오사카)이 수비수와 부딪쳐 안면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다. 대체자원이 필요하게 되자 대표팀은 이동국에게 특사를 보냈다. 코치 1명이 이동국의 대표팀 합류 의사를 확인했다. “YES(예)”라는 대답을 얻자, 며칠 뒤 대한축구협회(이하 협회)는 “대표팀이 이동국을 선발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협회는 조 감독이 이동국을 선발했다고 밝히며 ‘이동국이 대표팀에 강한 의지를 보여 선발했다’는 표현을 썼다. 이를 놓고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최강희 전북 감독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졌다. 양쪽은 실제 언론을 통해 이동국이 대표팀에 합류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였는지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최 감독은 “이동국이 대표팀 코칭스태프에게 강한 의지를 보였다는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대표팀이 원해서 뽑은 것이지, 꼭 대표팀에 가고 싶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은 걸로 안다”고 반박했다. 최 감독은 팀이 결실을 맺어야 하는 시기에 최상의 컨디션을 보이는 이동국이 대표팀에 합류하는 것에 반대했다.

    이동국은 10월 4일 예정대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조 감독은 그를 위한 맞춤형 전술을 공개했다. 이동국을 최전방에 세우고, 양쪽 윙어로 지동원(선덜랜드 AFC), 박주영(아스널 FC)을 배치하는 전술이었다. 바로 아래 개인기가 좋은 남태희(발랑시엔 FC)를 투입해 공격수를 지원하는 소임을 맡겼다. 공격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심산이었다.

    연습 과정은 매우 좋았다. 공격 전개 훈련에서 이동국은 3명과 좋은 호흡을 이뤘다. 슈팅도 여러 차례 골대 안에 꽂았다. 조 감독은 이동국이 좋은 슈팅을 하면 “나이스”라고 외치며 힘을 불어 넣어줬다. 후배들도 오랜만에 태극마크를 단 선배에게 다가가 하이파이브를 하는 등 응원했다. 훈련을 마친 이동국의 표정도 나쁘지 않았다. 7일 열린 폴란드와의 경기에서 조 감독은 이동국을 선발로 내세웠고, 준비해둔 맞춤형 전술을 들고 나섰다. 성공만 거둔다면 조 감독과 이동국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유럽의 폴란드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유럽 빅 리그에서 뛰는 선수를 여러 명 포함한 폴란드는 경기 초반부터 한국을 강하게 압박했다. 조 감독이 의도한 전술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았다. 이동국이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수의 파워에 밀린 탓도 분명 있다.

    하지만 한국이 전반에 제대로 공격을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미드필드를 폴란드에 완벽하게 내줬기 때문이다. 당연히 전방 공격수에게 볼을 제대로 투입할 수 없었고, 이 때문에 이동국은 볼을 터치할 기회를 거의 잡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동국은 한 차례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맞았으나 헤딩한 공이 골키퍼 정면으로 가면서 아쉽게 기회를 놓쳤다. 전반 45분을 뛴 뒤 그는 벤치로 들어와야 했다.

    힘들어 보였던 경기는 후반전 교체로 들어간 선수들이 미드필드에서 제 몫을 해내면서 한국이 주도권을 잡았고, 박주영의 2골로 2대 1 역전에 성공했다. 비록 수비수 실수로 2번째 골을 허용해 2대 2로 경기를 마쳤지만 후반 경기 내용은 조 감독뿐 아니라 팬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전반까지 뛴 이동국에게는 너무 가혹한 결과였다.

    누가 뭐래도 확실한 ‘중동킬러’

    폴란드전을 마친 뒤 UAE와의 경기를 준비하던 조 감독은 훈련을 통해 이동국에게 선발 기회를 주지 않을 것임을 암시했다. 이동국에게 선발 출전을 의미하는 조끼가 주어지지 않았던 것. 결국 이동국은 UAE전을 벤치에서 시작했다. 이동국은 2대 0으로 앞선 후반 35분 박주영과 교체해 들어갔다. 인저리 타임까지 10여 분 뛰었다. 뭔가를 보여주기엔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동국은 헤딩슛을 한 차례 시도하는 등 안간힘을 다했다. 하지만 그토록 바라던 공격 포인트는 나오지 않았고,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UAE와의 경기를 마친 뒤 조 감독은 이동국과 관련한 질문에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11월에 두 번 열리는 월드컵 예선 중동 원정을 어떻게 치를지 먼저 논의한 뒤 선수 선발을 이야기해봐야 한다”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조 감독이 이렇게 말했다는 것은 이동국을 다시 부르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단 하나 기대를 걸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이동국이 이른바 ‘중동킬러’라고 불릴 만큼 중동국가와의 대결에 강했다는 점이다. 이동국은 A매치 통산 25골을 기록 중인데, 이 중 9골을 중동국가를 상대로 넣었다. 특히 한국과 월드컵 3차 예선에서 한 조에 속한 쿠웨이트를 상대로는 4골을 터뜨렸다. 조 감독도 이런 점을 잘 안다.

    11월 열리는 중동 원정 2연전은 한국의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을 결정할 중요한 경기다. 그런 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중동의 기후, 잔디 등 짧은 시간에 적응하기 힘든 부분이 많기 때문에 중동 원정은 항상 힘들다. 그런 점에서 경험이 많은 이동국의 합류는 대표팀에 도움이 될 요소가 충분하다. 조 감독이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이동국의 재발탁을 놓고 어떤 결정을 할지, 축구계의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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