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92

2011.06.20

‘하늘도로’ 아찔함 좋지만 ‘톡’ 쏘는 홍어가 더 좋아라

남해 신안 흑산도

  • 글 ·사진 양영훈

    입력2011-06-24 10: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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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도로’ 아찔함 좋지만 ‘톡’ 쏘는 홍어가 더 좋아라

    상라봉 봉수대에서 바라본 흑산항과 상나리고개.

    ‘하늘도로’ 아찔함 좋지만 ‘톡’ 쏘는 홍어가 더 좋아라

    흑산도의 홍어회.

    전남 신안군 흑산면의 면사무소가 자리한 흑산도는 홍어의 본고장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잡힌 홍어의 대부분이 이 섬에서 유통된다. 목포항에서 뱃길로 93km 떨어진 흑산도는 쾌속선으로도 2시간쯤 달려야 도착한다. 섬 면적은 19.7k㎡, 해안선 길이는 42km로 제법 큰 편이다. ‘흑산도(黑山島)’라는 지명은 산과 바다가 푸르다 못해 검은 빛깔을 띤다고 해서 붙었다고 한다.

    흑산도에는 시종일관 바다를 옆구리에 끼고 달리는 25.4km의 일주도로가 있다. 1984년 첫 삽을 뜬 이후 27년 만인 2010년 3월에야 비로소 흑산도 일주도로 개통식이 열렸다. 이 도로를 따라 흑산도 관광에 나선 사람은 맨 먼저 상라봉 전망대로 향한다.

    전망대로 가는 길에 진리 당산과 배낭기미해수욕장, 무심사 옛터를 지나게 된다. 진리 당산은 흑산도 일대에 산재한 22개 당산의 본당(本堂)이다. 신령스러운 기운이 감도는 당산에는 소박한 건물의 진리당과 용신당(龍神堂)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흑산도와 제주도에만 자생한다는 초령목(招靈木)도 이곳 당산에 자리 잡았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던 어미나무는 여러 해 전 고사했고, 지금은 43그루의 새끼나무가 주변에서 자라고 있다. 목련과에 속하는 초령목은 사시사철 푸른 상록수로, 목련 가운데 가장 먼저 흰 꽃을 피운다.

    진리 당산을 지나면 금세 배낭기미해수욕장이다. 호수처럼 잔잔하고 백사장이 완만한 데다, 찻길과 인접해 있어 많은 피서객이 찾는 해변수욕장이다. 배낭기미해수욕장과 흑산도 최초의 마을인 읍동마을(진리2구)을 지나면 구절양장의 상나리고개에 접어든다. 열두 굽이의 이 고갯길은 빠르게 도망치는 뱀처럼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고갯길이 시작하는 지점에는 나이 든 팽나무 아래로 고려 초기 삼층석탑과 석등만 덩그러니 남은 무심사 옛터가 있다.

    상라봉 전망대 입구에는 가수 이미자의 당대 히트곡인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가 우뚝하다. 흑산도에서는 언제 어딜 가나 ‘남몰래 서러운 세월은 가고 물결은 천 번 만 번 밀려오는데, 못 견디게 그리운 아득한 저 육지를 바라보다 검게 타버린 검게 타버린 흑산도 아가씨…’라는 노랫소리가 돌림노래처럼 끊이질 않는다.



    상라봉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다시 5분쯤 산길을 오르면 상라봉 정상의 봉수대에 당도한다. 발아래로 내·외영산도, 옥섬, 횡섬 등의 섬들에 둘러싸인 흑산항이 조감도처럼 내려다보인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장도와 홍도, 오른쪽으로는 영산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다가온다. 이곳은 장엄하고도 화려한 해돋이와 해넘이의 감상 포인트이기도 하다. 붉은 태양이 장도와 홍도 쪽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면, 동쪽 흑산항 위로 둥근 보름달이 두둥실 떠오른다.

    상라봉 전망대에서 심리마을까지 12km에 이르는 일주도로 구간은 줄곧 창망한 바다를 오른쪽에 끼고 이어진다. 가는 도중에 한반도 모양으로 구멍이 뻥 뚫린 지도바위도 보고, 허공에 떠 있는 듯한 형태의 ‘하늘도로’도 지나게 된다. 흑산도 최고봉인 문암산 깃대봉(377m)에서 급하게 흘러내린 해안절벽은 문자 그대로 천인단애(千斷崖)여서 도저히 길을 내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그래서 절벽에 긴 말뚝을 가로로 박은 뒤, 다시 그 위에 도로를 깔았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도로 아래에 일렁이는 바다를 내려다보면 아찔한 전율이 느껴질 정도다.

    ‘하늘도로’ 아찔함 좋지만 ‘톡’ 쏘는 홍어가 더 좋아라

    1 면암 최익현 유적지에 있는 비석과 암각된 글씨. 2 왕복2차선 아스팔트도로가 공중에 떠 있는 듯한 ‘하늘도로’.

    흑산도 서남쪽 해안에 자리한 심리마을에서 야트막한 사리재를 넘어서면 사리마을에 들어선다. ‘모래미’라고도 불리는 이 바닷가 마을은 다산 정약용의 둘째형 손암 정약전(1758~1816년)이 기나긴 유배생활을 하던 곳이다. 천주교도였던 정약전은 1801년 신유사화 때 이곳에 유배된 뒤로 14년 동안 살다가, 인근 우이도로 유배지를 옮긴 지 1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이곳에서 귀양살이를 하는 동안 남서해안에 서식하는 155종의 물고기와 해산물을 집대성한 어류도감 ‘자산어보’를 집필했다. 사리마을이 한눈에 들어오는 산비탈에 그가 후학을 가르치던 사촌서당을 복원해놓았다. 사리마을을 지나면 가파른 고갯길이 다시 시작된다. 이 고갯길에서는 사리포구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칠형제바위’라고 불리는 7개 돌섬이 천연방파제를 이루는 포구 안쪽으로 크고 작은 고깃배들이 오롱조롱 떠 있는 풍경은 그림보다 더 아름답다.

    사리포구에서 고개를 2개쯤 넘으면 면암 최익현(1833~1906년)의 유적지가 있는 천촌리에 도착한다. 면암은 조선 말기 일본과의 강화도조약 체결을 반대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흑산도에 2년 정도 유배된 뒤 풀려났다. 그러다 결국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전라도 태인에서 의병을 일으킨 면암은 순창싸움에서 패해 일본 쓰시마로 압송됐다. 마침내 그곳 감옥에서 “적이 주는 음식에는 입을 댈 수 없다”며 단식한 끝에 굶어죽었다. 오늘날 천촌리의 면암 유적지에는 근래 세워진 비석 하나, 그리고 면암이 암벽에 새겼다는 ‘其封江山 洪武日月(기봉강산 홍무일월)’이라는 글자뿐이다. 천촌리에는 흑산도의 2개 해수욕장 가운데 하나인 샛개해수욕장도 있다. 아담한 해변이지만 모래가 곱고 아늑해 가족이나 연인끼리 해수욕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샛개해수욕장 입구에서 흑산항까지 거리는 6km쯤 된다. 자동차로 5~10분만 달리면 꿈길처럼 아름다운 흑산도 일주도로 종점에 도착한다.

    ‘하늘도로’ 아찔함 좋지만 ‘톡’ 쏘는 홍어가 더 좋아라

    천연방파제 같은 칠형제바위에 둘러싸여 있는 사리포구.

    여/행/정/보

    ●숙박

    진리와 예리 등에 흑산비치호텔(061-246-0090), 코리아모텔(061-246-3322), 황금모텔(061-246-5372), 유정장(061-275-8844), 산호장(061-275-9393), 개천장(061-275-9154), 여로장(061-275-9236), 영복민박(061-275-9400), 죽항민박(061-275-9189) 같은 숙박업소들이 몰려 있다.

    ●맛집

    홍어의 본고장 흑산도에서 홍어를 맛보지 않을 수 없다. 흑산도 주민은 입천장이 벗겨질 만큼 푹 삭힌 것보다 싱싱한 회를 더 선호한다. 예리항의 성우정식당(061-275-9101)은 흑산도에서도 가장 내력 깊고 손맛 좋은 홍어 전문점으로 소문나 있다. 그 밖에 영생식당(해물찜, 061-275-7978), 우리음식점(홍어, 061-275-9030), 큰손식당(해물탕, 061-275-6500), 태양밥집(백반, 061-275-9239)도 토박이가 추천하는 맛집이다.

    교/통/정/보

    ●목포↔흑산도

    목포여객선터미널(061-240-6060)에서 출항하는 동양고속훼리(061-243-2111, www.ihongdo.co.kr)의 선박이 하루 2회 있으며, 남해고속(061-244-9915, namhaegosok.co.kr)의 초쾌속선도 목포연안여객터미널에서 하루 2회 출항한다. 홀수일과 짝수일에 출항 여객선사가 다르니 전화로 확인하거나 홈페이지를 참고한다. 주말과 휴일, 성수기에는 증편되므로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섬 내 교통

    흑산교통의 노선버스(061-275-9744)와 택시가 있다. 노선버스는 대체로 배 시간에 맞춰 운행한다. 동양택시(061-246-5006), 개인택시(017-631-9743) 등의 택시를 이용한 일주관광도 가능하다. 대략 1시간 40분 소요되며, 4인 기준 6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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