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92

2011.06.20

베스트셀러는 청춘의 피울음 그 모습이었다

  •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 khhan21@hanmail.net

    입력2011-06-20 13:59: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베스트셀러는 청춘의 피울음 그 모습이었다
    교보문고에서 2000년대 들어 10년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책은 ‘시크릿’(론다 번/ 살림Biz)이다. 누구나 자신을 우주의 중심으로 생각하고 스스로 간절히 원하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가르침을 설파하는 이 책은 2007년과 2008년 두 해 동안 부동의 1위를 차지하며 200만 부 이상 판매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동안 자기계발서는 하향세를 면치 못했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창비)를 비롯한 소설이 워낙 강세라 ‘소설의 귀환’이라는 말이 나돌면서 자기계발서 시장은 끝났다는 자조마저 나왔다. 이런 분위기를 한순간에 바꾼 것이 2010년 12월 하순에 출간된 ‘아프니까 청춘이다’(김난도/ 쌤앤파커스)다. 이 책은 올해 초부터 부동의 1위를 차지(신정아 돌풍과 ‘엄마를 부탁해’ 열풍으로 잠시 1위를 내준 적이 있지만)하며 벌써 80만 부나 팔렸다.

    이 두 책을 가장 선호한 독자층은 20대다. 2000년대 후반 이후 초베스트셀러가 되려면 20대에게 지지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두 책의 성공 요인을 살펴보면 2000년대와 2010년대 우리 사회의 20대 자화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 제목과 카피만으로도 어느 정도 추측 가능하다. 왜냐고? 동서고금을 통틀어 책의 히트와 시대의 유행은 마주보는 거울이었기 때문이다. 영화, 텔레비전 같은 엔터테인먼트 미디어나 트위터, 블로그,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의 위력이 아무리 커졌다고 해도 1년에 수만 종이나 출간된 책 가운데 특별하게 많이 팔린 책만큼 위력을 발휘하기는 어렵다.

    한 시대를 풍미한 개념과 사고방식을 날카롭게 잡아내 동시대 독자에게 제목이나 카피로 제시하는 책은 ‘탄광 속 카나리아’에 비유되기도 한다. 유독가스를 탐지할 측정기가 없던 시절, 광부들은 일산화탄소에 노출되면 바로 목숨을 잃는 카나리아와 함께 탄광에 들어갔다. 카나리아가 노랫소리를 그치면 광부들은 바로 탄광을 탈출해야 했다. 제목이나 카피가 대중이 무의식중에 느끼는 시대 흐름과 맞아떨어져 초베스트셀러가 된 책이 바로 우리 사회의 카나리아인 것이다.

    ‘시크릿’의 부제는 ‘수세기 동안 단 1%만이 알았던 부와 성공의 비밀’이다. 당시 20대 청춘은 이 책을 하나의 ‘스펙’으로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추구하던 성공이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식했을 때 등장한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부제는 ‘인생 앞에 홀로 선 젊은 그대에게’다.



    두 시기를 갈라놓은 결정적 요인이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점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단지 그뿐일까. 허리 휘는 등록금과 용돈을 부모에게 받던 대학생이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해 용돈만큼도 월급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린 ‘88만원 세대’(우석훈 외/ 레디앙)가 출간된 것이 2007년이다. 그 후 교문을 나서기도 전에 신용불량자가 되는 대학생이 늘고 있지만 현 정권은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거의 보이지 않았다.

    베스트셀러는 청춘의 피울음 그 모습이었다
    내년 총선을 의식해 ‘등록금 반값’이라는 화두를 던진 한나라당은 기득권층이 반발하자 대안을 내놓지 못한 채 어영부영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분노한 20대 청춘과 그들의 부모가 촛불을 들기 시작했다. 어설픈 발언이 불만의 화약고에 불을 붙인 셈이다. 최근 출판 시장의 카나리아는 위기를 느끼고 피울음을 쏟아내고 있다. 이 울음이 그치기 전에 우리는 확실한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1958년 출생.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학교도서관저널’ ‘기획회의’ 등 발행. 저서 ‘출판마케팅 입문’ ‘열정시대’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베스트셀러 30년’ 등 다수.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