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1

2011.04.04

우리는 록 밴드다

‘옐로우 몬스터즈’

  • 정바비 julialart@hanmail.net

    입력2011-04-04 11: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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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록 밴드다

    ‘옐로우 몬스터즈’는 멤버마다 캐릭터가 살아 있는 전통적인 남성 3인조 록 밴드다.

    록 밴드의 기본 구성은 3인조다. 3인조의 가장 큰 강점은 멤버 각자의 캐릭터가 강해진다는 것. 소위 캐릭터가 겹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기타, 베이스, 드럼의 단출하면서도 직관적인 구성으로, 패션으로 치면 청바지에 티셔츠고, 커피로 치면 뜨거운 아메리카노라고 할 수 있겠다.

    21세기 들어 이 기본 구성마저 깨뜨린, 말 그대로 파격적인 틀이 많이 생겼다. 얼마 전 해체를 발표했지만 이름 그대로 지난 10년을 주름잡았던 ‘화이트 스트라입스(White Stripes)’는 베이스 없이 일렉트릭 기타와 드럼만으로 몇만 명이 들어가는 공연장을 들었다 놨다 했다. 우리나라의 2인조 록 밴드 ‘밤섬해적단’에는 심지어 록음악의 얼굴인 기타 연주자가 없다. 같은 3인조라도 사소하게 변화를 줌으로써 신선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기타 대신 알토 색소폰을 연주하던 ‘몰핀’ 같은 밴드도 있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록 밴드의 포메이션에서 3인조 구성은 뭔가 촌스럽고 한물간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전통적인 남성 3인조 록 밴드의 매력을 깨닫게 된 계기가 있었다. ‘옐로우 몬스터즈(Yellow Monsters)’의 공연이다. 보컬 겸 기타 용원, 베이스 한진영, 드럼 최재혁으로 구성된 이들은 세계 최초 슈퍼 밴드로 불렸던 ‘크림’의 한국판이라고 할 만하다. 이들이 보여준 3인조 록 밴드의 매력은 멤버 전원의 캐릭터가 살아 있다는 것이다. 쇼맨십 강하고 화끈한 기타리스트 용원은 남성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딱 좋다. 20~30대 여성은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화보를 연상케 하는 베이시스트 한진영의 몸매에 높은 ‘충성심’을 드러낼 것이다. 드럼 세트를 부술 듯 두드리는 드러머 최재혁에게는 관객 모두가 열광한다.

    멤버 전원이 데뷔 10년 이상 된 프로이자 록음악계 스타지만, 무대는 패기와 혈기로 가득 차 있다. 최근 가창력 좋은 ‘1급’ 가수들이 출연한 MBC‘나는 가수다’가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는데, 그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3인조 밴드끼리 혈투를 벌이는 광경을 보는 재미도 꽤 좋을 것 같다. 옐로우 몬스터즈와 좋은 승부를 펼칠 ‘1급’밴드로 먼저 ‘갤럭시 익스프레스’와 ‘아폴로 18’이 떠오른다.

    우리는 록 밴드다
    갤럭시 익스프레스 등 우리나라 밴드 3개 팀이 ‘서울 소닉 프로젝트’를 결성해 캐나다 최대 규모의 음악 축제 CMW(Canadian Music Week), 미국 최고의 음악 축제 SXSW(South By Southwest)를 포함해 뉴욕, 샌디에고, 로스앤젤레스를 망라하는 북미 지역 투어 중이다. 아폴로 18도 독자적으로 북미 투어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실정상 ‘우리는 밴드다’ 같은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좋은 록 공연이 무척 많기 때문. 올여름에 있을 록페스티벌을 기다릴 것도 없이 당장 4월 옐로우 몬스터즈의 결성 1주년 공연이 있다. 4월 16일 홍대 앞 롤링홀에서 이들의 진가를 확인해보길 바란다. 3인조 밴드의 매력을 알아버린 당신은 당장 주말 밴드를 시작할지도 모른다. 3인조. 딱 2명만 더 끌어들이면 할 수 있다.

    우리는 록 밴드다
    정바비는 1995년 인디밴드 ‘언니네 이발관’ 원년 멤버로 데뷔한 인디뮤지션. ‘줄리아 하트’ ‘바비빌’ 등 밴드를 거쳐 2009년 ‘브로콜리 너마저’ 출신의 계피와 함께 ‘가을방학’을 결성해 2010년 1집 ‘가을방학’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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