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59

2010.10.25

스트롱, 파워풀, 원더풀! 고려인삼

다양한 인삼의 효능 열전

  • 김장훈 건강칼럼니스트

    입력2010-10-25 17: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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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트롱, 파워풀, 원더풀! 고려인삼
    2008년 벨기에 루베인가톨릭대학과 중국 우주인센터(CAC)가 우주비행을 마친 우주인들의 신체검사를 실시한 결과, 중국 우주인들의 건강 상태가 가장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러시아, 미국 우주인들은 지구로 귀환한 뒤 맥박, 혈압, 심장 혈관 등의 신체기능이 정상 범위에서 벗어나 있었지만, 중국 우주인들은 대부분 양호한 건강 상태를 보였다.

    이에 대해 CAC 측은 “무중력 상태에서 건강에 이상이 왔을 때 서양 우주인들은 증세별로 처방을 받고, 중국 우주인들은 신체 음양의 조화를 유지하는 종합 처방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간은 무중력 상태에 오래 있으면 탈수, 현기증, 피로, 구토, 면역체계 약화 등의 신체 이상이 생기고,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근무하는 관계로 스트레스와 두통, 불면증에 시달린다. 이때 서양 우주인들은 탈수나 구토 같은 증세에 따라 개별 처방을 받았고, 중국 우주인들은 타이쿵양신단(太空養心丹)이라는 환약을 복용하는 종합 처방을 받았다. 중국인들이 복용한 환약은 신체의 기를 조절하는 인삼, 신사나무, 오가피, 귤껍질 등 수십 가지 생약재로 만들어져 몸 안의 음양 기운을 조화롭게 하는 효과가 있다.

    세계 최고의 약용식물 인삼의 성분

    스트롱, 파워풀, 원더풀! 고려인삼

    중국 우주인들은 인삼이 들어간 생약재를 먹는다. 그 때문에 서양 우주인들보다 건강 상태가 좋다.

    CAC의 연구는 결국 몸 안의 음양 기운을 조화롭게 하는 것이 건강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인삼의 효능 가운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신체 기능의 조화다. 특히 인삼의 주요 성분인 사포닌은 높은 것은 낮추고, 낮은 것은 높이는 균형추 노릇을 한다. 인삼의 지표 성분인 사포닌은 그리스어로 ‘거품이 일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어, 비누(soap)의 어원이 됐다.

    인삼의 사포닌은 성분별 기본 구조에 따라 디올계, 트리올계, 올레아닌계 등 3계 37종으로 구별된다. 이들 사포닌은 각각 특유의 작용은 물론, 상반되는 작용도 해서 양약 등의 합성 화학약품에서는 볼 수 없는 광범위하고 다양한 효능을 지닌다.



    인삼의 학명 ‘파낙스 진생(Panax Ginseng)’에서 ‘Panax’는 PAN(모든)+AXOS(의약)의 합성어로 만병통치약을 뜻한다. 특히 고려인삼의 경우, 디올계와 트리올계가 골고루 함유돼 있어 서로 상반된 성질로 신체 균형을 잡아준다. 즉, 억제 작용을 하는 디올계와 흥분 작용을 하는 트리올계가 몸의 상태에 따라 작용해, 높은 것은 내리고 낮은 것은 올려준다(31쪽 참조). 이를 항상성(恒常性, Homeostasis)이라고 하는데, 사포닌의 종류가 한쪽에 치우친 외국삼에 비해 고려인삼은 고르게 분포돼 있어 세계 최고의 약용식물로 인정받고 있다. 인삼은 사포닌 이외에도 산성다당체, 미네랄, 아미노산 등의 다양한 활성 성분을 함유하고 있으며, 이러한 성분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다양한 효능을 나타낸다.

    서양의학에서 인삼의 약효를 밝히기 시작한 것은 구(舊)소련의 브레이크만 교수가 스트레스에 대한 고려인삼 및 홍삼의 효능을 연구하면서부터다. 브레이크만 교수는 1956년 “인삼은 우리 몸에 부족한 것은 보충하고 많은 것은 줄여 몸의 상태를 늘 일정하게 하는 능력, 즉 항상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많은 과학자가 인삼 관련 연구에 참여해 현재까지 6000여 편의 논문이 발표됐다. 주요 효능을 손으로 다 꼽기는 어렵지만, 대표적인 것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면역력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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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류독감(AI)이 유행할 당시 인천공항. 국내외 실험진의 연구결과, 고려인삼은 일반 독감뿐 아니라 조류독감에도 큰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드러났다.

    면역력이란 외부에서 침입한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대한 인체 방어시스템을 말한다. 면역 물질은 몸 안에서 자체적으로 생성돼 병원균(세균, 바이러스)이 몸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다. 반대로 면역력이 떨어지면 감기에 잘 걸리고 염증도 잘 생긴다. 인삼이 우리 몸의 면역력을 향상시킨다는 사실은 여러 실험을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충남대 수의과대 서상희 교수는 2007년 열린 식품영양과학회에서 “홍삼에 조류인플루엔자(AI·조류독감) 예방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30일간 홍삼 추출물을 먹인 쥐와 그렇지 않은 쥐에게 AI 바이러스를 투입한 결과, 홍삼을 먹은 쥐는 14일 뒤 60%가 생존한 데 비해, 홍삼을 먹지 않은 쥐는 모두 죽었다. 서 교수는 “홍삼이 면역체계를 활성화시켜 AI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울산대 아산병원 조영걸 박사는 에이즈(AIDS·후천성 면역 결핍증)에 걸린 환자 70명에게 매일 홍삼 분말을 섭취하게 한 결과, 면역 기능에서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는 CD4+T 세포 수가 감소하지 않아 면역력이 지속,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다. 면역력을 파괴하는 에이즈를 치료하는 데 홍삼이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인삼의 면역력 증강 효과를 증명한다.

    북유럽 지방은 겨울이 길고 유난히 추워 감기 환자가 많은데, 인삼이 면역력을 키워준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이후 인삼 성분이 함유된 약품과 건강식품의 판매가 크게 늘기도 했다. 덴마크 국립병원 카라즈미 박사팀은 2004년 10월 인삼이 신체의 면역 력을 향상시켜 염증을 빨리 낫게 할 뿐 아니라, 특히 감기에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2001년 일본의 가네코 박사는 45~90세의 외래환자 41명을 대상으로 평균 76개월 동안 매일 홍삼 분말 3g를 먹게 한 후 독감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역추적했는데, 그 결과 냉증 개선과 전신 활력 증가 등으로 감기 발병 증후가 50~60% 낮아졌다는 내용을 논문으로 발표했다.

    ▶ 항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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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역세포가 암세포 덩어리와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모습.

    1500년 전에 나온 중국의 의학서적 ‘명의별록’은 인삼의 주요 약효에 대해 “견적(堅積)을 파(破)한다”라고 기록해놓았다. 견적이란 위, 간장, 자궁에 생긴 단단한 응어리로, 현대의학에서는 궤양이나 암 덩어리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인삼이 단단한 덩어리인 악성종양 치료에 효과가 있음을 의미한다.

    1961년 일본의 우에케 교수가 “고려인삼에는 항암 효과가 있다”고 발표한 이래 많은 과학자들이 고려인삼의 항암 효과를 연구하고 있다. 1987년 윤택구 박사는 인삼 섭취군과 비섭취군 사이의 암 발병률을 비교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인삼 비섭취군의 암 발병률을 1.0이라고 할 때 인삼 섭취군의 암 발병률은 현저히 낮은 0.56으로 조사됐다.

    2002년 제8회 국제인삼심포지엄에서 고려대 의대 서성옥 교수팀은 위암 수술을 받은 환자 가운데 홍삼을 섭취한 쪽이 섭취하지 않은 쪽에 비해 생존율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보고했다. 이는 홍삼의 면역 조절 특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서 교수는 위암 환자들에게 항암제 투여와 면역 요법제를 실시하고, 그와 동시에 인삼 섭취군과 비섭취군 간 면역 활성을 비교한 결과, 인삼 섭취군에서 암을 극복할 수 있는 생체 내 여건이 좋아졌음을 확인했다.

    동물을 이용한 실험에서도 인삼의 사포닌과 다당체가 항암 효과에 기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의 사이키 교수는 “인삼의 사포닌 성분은 암세포를 죽이는 것은 물론, 전이를 억제하는 효과가 우수하다”고 소개했다. 이 내용은 “인삼의 사포닌이 우리 몸 안에서 우수한 성분으로 변환(생물 전환)되기 때문이며, 우리 몸에서 변환된 우수한 사포닌은 현재 항암제로 사용하고 있는 약물 못지않게 암세포를 죽이고 전이를 억제하는 효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의 윤현숙 박사는 “인삼 다당체는 암세포를 죽일 수 있도록 우리 몸의 면역세포들을 증강시키는 효과가 탁월하다”고 보고했다.

    이 같은 결과를 종합해보면, 인삼은 사포닌과 다당체의 조화에 의해 암세포를 직접 죽이는 것은 물론, 면역체계를 강화해 간접적으로 암세포에 대항하는 등 서로 상승효과를 불러일으켜 항암 작용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 항당뇨

    ‘동의보감’을 비롯한 많은 한방서적을 보면 “인삼은 소갈(消渴)에 효과가 있다”고 기록돼 있다. 소갈병은 입이 심하게 마르고 소변을 보는 횟수가 많아지는 병으로, 당뇨병 증상과 같다. 일본의 소타 니에미 박사가 인슐린 비의존성 당뇨병 환자들에게 인삼의 유효성을 임상연구한 결과 인삼 섭취 후 혈당이 낮아지고, 혈중 당화헤모글로빈 수치가 개선됐으며, 기분과 운동 수행 능력이 좋아지고, 부작용도 없었다.

    2002년 국제인삼심포지엄에서 캐나다 토론토대학의 블라드미르 벅산 연구팀과 숙명여대 성미경 교수팀은 “비만으로 생긴 성인형 당뇨병(제2형 당뇨병) 환자가 홍삼을 섭취한 결과 혈당 조절에 우수한 효과를 보여, 성인형 당뇨병 관리 개선에 인삼이 탁월한 효능을 지닌 것으로 입증됐다”고 밝혔다. 벅산 연구팀은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루 6g씩 홍삼 분말을 3개월간 섭취하게 했으며, 그 결과 인슐린 분비 농도가 현저히 낮아졌으나 혈당 수준은 상승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홍삼이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 문제가 되는 인슐린에 대한 혈당의 내성을 개선함으로써 인슐린 과분비에 의해 발생하는 각종 대사 장애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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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인삼의 사포닌 성분은 혈당을 크게 떨어뜨려 항당뇨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래) 인삼을 먹으면 혈액 순환이 좋아진다.

    이보다 앞서 일본의 요코자와 교수는 동물실험을 통해 인삼의 사포닌이 혈당을 떨어뜨리는 항당뇨 효과를 지닌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일본 도야마대학의 기무라 교수는 인삼에서 혈당 강하 성분인 DPG 3­2를 분리한 뒤 동물실험을 통해, 이 성분이 인슐린 분비 촉진 기능을 갖고 있음을 확인했다.

    ▶ 혈류 개선

    인삼이 만병통치약으로 불리는 이유 중 하나는 혈류 개선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인체 내에서 피가 원활하게 흐르지 못하면 세포 내 산소, 영양분, 각종 무기질 및 호르몬, 수분 등의 공급과 폐기물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치명적인 병의 원인이 된다. 피의 흐름이 좋아야 신체는 건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 중국 의서인 ‘본초강목’은 인삼을 강심 작용 효과가 있는 약재로 기록하고 있다. 이는 인삼이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해준다는 의미다.

    중국 중일우호병원 순환기과 진은 위안 박사는 건강한 성인 남녀 75명을 대상으로 50명에게는 홍삼을, 25명에게는 위약(가짜 약)을 먹게 한 후 심장 기능을 측정하는 비교시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홍삼 섭취군은 심장의 전박출, 폐모세관 쐐기압이 증가했으며 이완기 말 좌심실 압이 빠르게 회복되는 등 순환 기능이 원활해졌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충북대 약대 윤여표 교수는 실험쥐의 꼬리 정맥에 10%의 고분자 텍스트란 용액을 주사하고 4시간 뒤 심장에서 채혈한 혈액의 혈소판과 피브리노겐, 분해산물을 분석했다. 텍스트란 용액만을 주사한 실험쥐의 혈액에는 혈소판과 피브리노겐의 감소가 나타났으며, 피브리노겐 분해산물이 증가해 울혈(막힘, 정체, 응고) 현상이 생겼다. 반면, 텍스트란 용액을 투여하기 1시간 전 홍삼을 섭취한 실험군은 대조군보다 혈소판과 피브리노겐이 많았고, 피브리노겐 분해산물은 줄어들어 울혈이 억제됐다. 사람의 혈소판에 홍삼을 첨가하고 혈소판 응집을 유도했을 때 그 시간도 길어졌다. 시간이 길어졌다는 것은 응고가 억제됐음을 의미한다.

    일본 오사카 긴기대학의 마쓰다 히데야키 교수는 인삼의 적혈구 변형력을 확인했다. 마쓰다 교수는 쥐의 혈액 온도를 5℃ 정도 낮춰 피의 흐름을 느리게 만든 뒤 홍삼 성분을 투여했다. 그 결과 홍삼 성분 비투여군의 혈액에 비해 혈구가 뭉치지 않고 혈류도 원활했다. 이는 고려인삼이 혈구 하나가 빠져나가기도 힘든 혈관에서 혈구 변형력을 좋게 만들어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음을 보여준다.

    흔히 손발이 차가운 수족냉증을 앓는 사람이 인삼을 섭취하면 손발이 따뜻해지는 이유는 혈액이 원활하게 돌기 때문이다. 이렇듯 인삼은 우리 신체 중 심장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손과 발의 혈관에까지 혈액이 잘 돌게 만들어 몸의 기운을 북돋운다.

    ▶ 항스트레스, 항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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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은 피곤하다. 최근 실험결과, 인삼이 스트레스와 피로를 줄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육체적, 정신적 작업을 오래할 경우 능률이 떨어지는 현상을 피로라고 한다. 인체는 조화와 균형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항상성을 갖는데, 항상성은 지나친 에너지 소모를 경고하는 의미에서 피로를 통해 인체에 신호를 보낸다. 피로가 쌓이면 스트레스가 된다. 스트레스와 피로는 면역력을 떨어뜨려 많은 질병의 원인이 된다.

    브레이크만 박사는 쥐를 이용해 피로 회복 실험을 했다. 넓은 수조에 쥐를 넣어 헤엄치게 해 피로를 유발한 뒤, 지쳐 있는 쥐를 대상으로 한 마리는 위에 인삼 알코올 침출액을 투여하고, 다른 쥐에는 알코올만 투여한 뒤 계속 헤엄치게 했다. 그 결과 인삼 알코올 침출액을 투여한 쥐는 56분, 알코올만 투여한 쥐는 44분을 더 헤엄쳐 전자가 26% 정도 더 오래 버티는 것을 확인했다. 브레이크만 박사는 인삼의 이러한 효과를 아답타겐 효과라고 명했다.

    한국인삼연초연구원의 연구팀은 축구선수 23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홍삼 엑기스 500mg을 하루 3회씩 12주간 섭취하게 하고, 다른 그룹에는 위약을 복용하게 했다. 섭취 전후에 4차례에 걸쳐 ‘점진 부하 최대 운동량’을 측정한 결과, 홍삼 섭취군은 섭취 12주 후 최대 부하 운동 시 평균 심박 수가 위약 복용군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또 강도 높은 운동 후 혈장의 인슐린이 낮아지는 현상이 홍삼 섭취군에서는 많이 완화됐으며, 젖산 축적량도 눈에 띄게 낮았다. 이 같은 실험결과는 홍삼을 섭취한 쪽이 그렇지 않은 쪽에 비해 근육 통증, 현기증, 피로도가 낮고, 피로도의 지표인 혈액 중 젖산 농도도 낮아 홍삼이 항피로와 항스트레스에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본초강목’에는 “인삼은 허약을 신속히 회복시켜주며 오장육부의 기능을 도와준다”고 서술돼 있어 인삼의 항피로, 항스트레스 효과는 오래전에 입증된 셈이다.

    ▶ 기억력 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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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물을 기르면서 치매 예방 활동을 하는 어르신들. 인삼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인지 기능 개선에 큰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삼을 섭취한 노인들의 기억력이 섭취 전에 비해 좋아졌다는 것에 착안해 1989년 불가리아 페트코프 박사가 관련 실험을 했다. 페트코프 박사는 인위적으로 기억상실증을 일으킨 쥐와 늙은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뒤 “인삼이 기억력 증진에 효과가 있다”고 보고했다.

    영국 노섬브리아대학의 케네디 교수는 18명의 성인을 9명씩 두 군으로 나눈 뒤 20주 동안 각종 테스트를 실시해 “홍삼 추출물이 인간의 기억력과 업무 수행 능력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2006년 국제인삼심포지엄에서 발표했다. 케네디 교수는 홍삼 추출물과 위약을 8주간 투여한 뒤 4주간 약효 제거 기간을 주고 투여 샘플을 바꿔 다시 8주간 투여하는 방식으로 실험했다. 그리고 홍삼을 섭취한 지 1일, 29일, 57일째 아침에 홍삼 섭취 전과 섭취 3시간 후의 작업기억력을 평가하는 실험, 그리고 공간능력을 평가하는 ‘코르시 블록’ 실험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서울대 김만호 교수팀도 인삼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인지 기능 개선에 큰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김 교수팀은 알츠하이머병 환자 63명을 인삼 섭취군과 비섭취군으로 나눈 뒤 섭취군에는 하루에 인삼 분말을 4.2g 섭취하게 하고, 대조군에는 보전적 치료만 했다. 4주, 12주, 24주째에 인지 지능 정도 측정법과 치매 측정치를 이용해 인지 개선 정도를 조사한 결과, 인삼 섭취군의 상태가 훨씬 더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인삼 섭취를 중단한 뒤에는 대조군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인삼이 치매 방지에도 효과가 있음을 보여줬다(관련 기사 16쪽).

    ▶ 피부 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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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삼의 사포닌 성분은 피부 염증 진정 작용과 함께 항노화 작용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인삼이 피부에 항염 작용을 하고, 여드름 치료에도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민간요법에 의해 오래전부터 전해지고 있다. 이 같은 효과를 과학적으로 밝히기 위해 많은 실험이 진행되고 있는데, 한양대 의대 피부과학교실의 실험으로 이 같은 사실이 입증됐다. 이 실험에 따르면, 20명의 성인에게 피부 염증을 유발시키고 인삼의 사포닌 성분을 함유한 연고를 바르게 한 뒤 48시간 동안 관찰한 결과, 연고만 바른 대조군에 비해 염증 감소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삼은 주름 방지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대 약리학 교실의 연구에 따르면, 세포의 대사 결과로 생성되는 ‘활성산소(free oxygen radical)’는 피부 조직의 노화 및 퇴행성 변화에 중요한 구실을 하는데, 인삼 성분이 활성산소와 상호 작용해 피부의 산화 효과를 억제할 가능성이 보였다.

    한 연구에 따르면, 사포닌의 대사물질인 컴파운드K를 생쥐에 바르고 24시간 후 피부조직을 떼어내 반응을 조사한 결과, 피부 보습 효과와 직접 관련 있는 히알루론산의 감소를 억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부의 진피 표층에 존재하는 히알루론산은 피부가 노화되면 점차 감소해 피부의 탄력과 보습 효과가 떨어지게 되는데, 인삼 추출물이 히알루론산을 유지시키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이 같은 인삼의 보습 기능을 활용해 세계의 유명 화장품 회사들이 제품에 인삼 성분을 첨가하고 있다(62쪽 관련 기사 참조).

    이 같은 주요 효능 외에도 인삼은 정력 개선, 노화 방지, 항알레르기, 아토피 개선, 숙취 해소, 갱년기 증상 완화 같은 효능을 지닌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특히 제10회 국제인삼심포지엄에서는 간암 또는 간경변 환자들의 간 기능 개선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관심을 모았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이 같은 효능들을 더 과학적으로 밝히고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을 통해 의약품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연구개발(R&D)에 적극 투자하는 것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한국을 ‘인삼의 향처럼 강하고도 끈기 있는 민족’으로 기억하면서 ‘스트롱 파워풀, 원더풀 꼬레아노(Strong powerful, Wonderful Corea)’라고 칭한 것처럼 ‘스트롱 파워풀, 원더풀 고려인삼’이 세계에 전파되려면 국가적 관심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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