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39

2010.05.31

“성적 내고 월드컵 개최하자” …후끈 달아오른 잉글랜드

‘축生축死’ 각국의 월드컵 분위기는

  • 입력2010-05-31 11: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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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컵은 세계인의 축제! 영국, 독일, 이탈리아, 호주, 일본 등 축구 열기라면 최고임을 자부하는 이들 국가는 코앞으로 다가온 남아공월드컵을 어떻게 준비하고, 얼마나 기대하고 있을까. 현재까지 기상도는 영국과 호주는 맑음, 독일과 이탈리아, 일본은 흐림이다.
    England

    2018년 유치 홍보무대 잔뜩 기대


    “성적 내고 월드컵 개최하자” …후끈 달아오른 잉글랜드
    영국인에게 2010년 남아공월드컵은 두 가지 면에서 특별하다. 하나는 이번 월드컵에서 대표팀에게 기대하는 성적이고, 또 하나는 2018년 월드컵 유치경쟁에서 반세기 만에 개최지 티켓을 따내느냐 하는 과제다.

    ‘프리미어리그’의 나라, 영국의 월드컵 성적표는 생각보다 초라하다. 1966년 우승컵을 차지한 이후 지금까지 무려 44년 동안 축구종가 영국은 매번 월드컵에서 남의 나라 잔치를 구경만 했다. 최근 20년 동안의 최고 성적이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준결승에서 서독에게 승부차기 끝에 패해 탈락한 것이다. 2002년에는 브라질에, 2006년에는 포르투갈에 준준결승에서 패배해 8강 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이탈리아 출신 파비오 카펠로 감독이 이끄는 영국팀은 이번 월드컵에서 미국, 알제리, 슬로베니아와 함께 C조에 편성됐다. 대진표에서부터 행운이 따른다는 평가가 나왔다. 예선 전적도 10전9승이라 최근 몇 년을 통틀어 최강의 전력이다. 5월 24일 월드컵을 앞둔 마지막 평가전에서는 멕시코를 3대 1로 물리쳐 최상의 컨디션을 보여주기도 했다.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영국인들을 흥분시키는 또 하나의 대형 이벤트는 2018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이다. 오는 12월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회가 개최지를 선정하는데, 이번 남아공월드컵을 영국 개최의 당위성을 알리는 홍보 무대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월드스타 데이비드 베컴(AC 밀란)이 직접 개최 의향서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고, 영국 왕실이 나서서 축구계 거물들을 초청하는 등 개최권을 따내기 위한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지뢰가 터졌다. 베컴이 FIFA에 의향서를 전달한 그날, 영국의 월드컵 유치위원장이었던 데이비드 트리스먼 축구협회장이 “(영국의 월드컵 유치 경쟁국인) 스페인이 러시아의 도움을 얻어 이번 월드컵에서 심판을 매수하려 한다”고 한 발언이 한 신문에 대서특필된 것. ‘스페인이 남아공월드컵에서 러시아가 심판을 매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개최지 선정을 포기하고 러시아를 밀기로 했다’는 시나리오가 트리스먼 회장이 밝힌 음모론의 요지다. 자신의 비서였던 30대 여성과 나눈 사적인 대화가 그대로 녹음돼 언론에 공개되자 스페인, 러시아는 물론 축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결국 트리스먼 회장은 발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유치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영국팀은 남아공월드컵을 향한 신발끈을 단단히 묶고 있는데 정작 축구협회장이 ‘자살골’을 넣은 셈. 영국 축구팬들의 속은 부글부글 끓었다. 이래저래 올여름 영국의 슈퍼마켓엔 맥주가 동나지 않을까 싶다.

    코번트리=성기영 통신원 sung.kiyoung@gmail.com

    Germany

    요즘 날씨처럼 칙칙, 정작 뚜껑 열면 다르다


    독일의 5월은 유난히 춥고 어둡다. 찌푸린 하늘에서 거의 매일 비가 내리며, 찬바람이 몸을 움츠리게 만든다. 언론을 통해 접하는 소식도 즐거운 게 별로 없다. 잘 알려진 것처럼 그리스발 유럽 경제위기로 독일은 뜻하지 않게 막대한 재정 부담을 떠안게 됐다. 그래서일까. 월드컵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분위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다. 더욱이 5월 16일 날아든 비보는 독일 국민을 경악하게 했다.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첼시와 포츠머스의 FA컵 결승전에서 독일의 스타플레이어 미하엘 발라크(FC 첼시)가 부상한 것. 오른쪽 무릎 인대가 파열될 정도의 큰 부상이어서 그는 결국 남아공월드컵에서 경기를 뛸 수 없게 됐다.

    발라크의 결장은 독일 대표팀에게 너무나도 큰 충격이다. 대표팀 주장이자 핵심 미드필더인 그를 중심으로 요하힘 뢰브 감독은 이미 모든 작전을 짜놓았기 때문. 주장의 완장은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바이에른 뮌헨)가 찰 것으로 보인다. 발라크의 빈자리를 메울 수비형 미드필더를 물색하겠지만, 아무래도 그의 역량에 필적할 만한 대안을 찾기는 힘들다. 발라크는 지금까지 A매치 98경기에 출전해 42골을 기록한 백전노장이며 독일을 2002 한일월드컵에서 준우승, 2006 독일월드컵에서 3위로 이끌었다.

    거친 백태클로 발라크에게 치명적인 부상을 입힌 프린스 보아텡 선수에게 독일 축구팬들의 비난이 쏟아졌음은 당연지사. 보아텡은 독일인 어머니와 가나인 아버지에게서 태어나 독일 청소년대표팀까지 거쳤지만, 이번 월드컵에서는 가나 대표팀으로 나선다. 공교롭게도 독일과 가나는 월드컵 본선에서 한 조다. 호주, 세르비아도 속한 이 조는 일명 ‘죽음의 조’라 불리며, 어느 나라도 16강 진출을 장담하지 못한다. 따라서 보아텡이 월드컵을 염두에 두고 악의적으로 발라크에게 위해를 가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사실 독일인들은 이번 월드컵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발라크를 제외하고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선수가 없는 데다, 발라크조차도 본선 무대에 나오지 못하기 때문. 하지만 지난 10년간 독일 축구계는 언제나 우는 소리, 엄살뿐이었다. 낙관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면 국제대회 성적은 늘 상위권이었다. 화려한 골게터, 스타플레이어가 없어도 선수들의 기량이 전반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큰 경기 때마다 놀라운 집중력을 보였고 조직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단단해졌다. 그 결과 독일은 늘 우승 언저리에 있었다. 현재까지 독일의 월드컵 기상도는 요즘 날씨처럼 칙칙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독일 선수들은 남아공에서 기대 이상의 선전(善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슈투트가르트=안윤기 통신원 friedensstifter@gmail.com

    ITALY

    판타지스타 부재, 감독 용병술에도 불만


    “성적 내고 월드컵 개최하자” …후끈 달아오른 잉글랜드
    축구 없는 인생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는 이탈리아 사람들. 그런데 월드컵이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열기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빅 이벤트가 연속으로 있기 때문. ‘세리에A’ 시즌 최고 타이틀인 ‘스쿠데토(Scudetto)’를 놓고 펼쳤던 인터밀란과 AS 로마의 숨 막히는 격전이 인터밀란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지난 주말 45년 만에 인터밀란이 바이에른 모나코를 누르고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안아 팬들의 관심이 분산됐다. 이러다 보니 4년 전 독일월드컵 우승팀이라는 화려한 ‘아주리(Azzuri)’팀의 활약상은 이미 빛바랜 추억이 됐다.

    그러나 팬들이 시큰둥한 진짜 이유는 이번 대표팀이 4년 전보다 전력이 떨어지는 데다 내놓을 만한 ‘판타지스타(fantasista)’도 없기 때문. 판타지스타는 순간적인 놀라운 기교로 환상적인 플레이를 선사하는 공격수에게 붙이는 존경과 경이의 표현으로 로베르토 바지오, 알렉산드로 델 피에로(유벤투스), 프란체스코 토티(AS 로마) 등을 꼽을 수 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누구나 축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견해를 피력한다. 어린이부터 80대 노인까지 월드컵 2차 엔트리가 발표된 후 불꽃 튀는 논란을 벌인다. 그런데 선발된 선수들보다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제외한 선수들이 더 화제다. 프란체스코 토티, 알렉산드로 델 피에로, 마리오 발로텔리(인터밀란), 안토니오 카사노(삼프도리아) 등 쟁쟁한 선수들이 제외됐다.

    컨디션이 완벽한지 않은 경우뿐 아니라 성격, 행동이 지나치게 튀어 팀워크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사람도 여럿 탈락했다. 인터밀란의 공격수 발로텔리는 가끔 필드에서 돌발행동을 하지만, 축구장의 ‘폭탄’으로 불릴 만큼 강한 기량과 테크닉의 소유자. 하지만 리피 감독은 “21세로 너무 어리다”며 탈락시켰다. 팬들은 “40세가 돼야 겨우 명함을 내놓을 수 있는 이탈리아의 경력주의가 축구계에도 전염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철딱서니 없는 말썽꾸러기 카사노도 마찬가지. 자제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월드컵행 티켓을 놓쳤다. 팬들은 감독에 순종하는 ‘범생이’ 선수들과 체력이 한물간 노장들만 추렸다며 비난의 화살을 쏘았다.

    현재 리피 감독은 최종 엔트리 발표를 앞두고 고민 중이다. 그는 “이탈리아팀에겐 4년 전과 다름없는 완벽한 조직력이 있다”며 신뢰를 호소했다. 사실 4년 전 프로축구 비리 등 각종 스캔들로 얼룩진 상황에서도 이탈리아 아주리팀은 팀워크 하나로 월드컵 우승의 기적을 이뤄냈다. 하지만 이번엔 전례 없이 싸늘한 팬들의 반응과 마주하게 됐다.

    이탈리아 국민은 광장으로 뛰쳐나와 ‘판타지스타’의 멋진 플레이에 열광하고 싶어 한다. 뻥 뚫린 서포터즈의 가슴을 채워줄 국민 영웅이 이번 대표팀에서 나타날 수 있을까. 리피 감독의 전술이 적중하지 않으면 국민은 이동통신 CF 판타지스타 토티와 생수 CF 스타인 델 피에로의 모습을 TV로 보며 한숨지어야 할 판이다.

    로마=김경해 통신원 kyunghaekim@tiscali.it

    AUSTRALIA

    유럽파로 구성된 ‘사커루즈’ 8강 부푼 꿈!


    월드컵 사상 세 번째로 본선에 진출한 호주 축구대표팀 ‘사커루즈(Socceroos)’가 유럽파를 주축으로 남아공월드컵에서 8강까지 올라간다는 옹골찬 꿈을 꾸고 있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히딩크 매직’으로 16강의 위업을 달성하면서 호주 선풍을 일으켰던 호주팀의 별칭인 사커루즈는 축구(Soccer)와 캥거루(Kangaroo)의 합성어다.

    2주 전 발표된 예비 엔트리 31명 중 국내파가 1명에 그칠 정도로 사커루즈는 유럽에서 활동하는 선수로 구성됐다. 그중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동하는 선수만 11명에 이른다. 골키퍼인 국내파 1명마저도 주전 골키퍼 2명 중 부상자가 생길 때만 최종 엔트리 23명에 포함될 수 있다.

    독일, 세르비아, 가나와 함께 D조에 편성된 호주는 D조의 최약체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호주 언론에서는 사커루즈가 세르비아, 가나와 함께 2위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한다. 핌 베어벡 호주팀 감독은 “독일월드컵에서 이미 16강 진출을 경험한 사커루즈에는 당시의 주전 선수가 여러 명 남아 있어서 신예 선수들과 조화만 잘 이루면 8강까지도 넘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편 한국대표팀을 지휘했던 거스 히딩크 감독과 핌 베어벡 감독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호주의 감독직을 맡아서 사상 최초로 2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달성했다. 이뿐 아니라 두 감독 모두 네덜란드 출신이어서 호주 언론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과 네덜란드 얘기를 꺼낸다.

    5월 17일 뉴질랜드로 건너가서 호주-뉴질랜드 최종 평가전을 한 사커루즈는 고전 끝에 2대 1 승리를 이끌어내 큰 기대를 걸었던 팬들의 우려를 자아냈다. 그러자 호주국영 abc-TV는 “주전 선수인 해리 큐얼이 부상으로 출전할 수 없었다고 하지만 16강 진출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독일월드컵 이후 사커루즈의 확실한 골잡이로 자리 잡은 팀 케이힐(에버튼)이 상승세를 이어가 큰 기대를 모은다. ‘복싱 세리머니’로 유명한 케이힐 선수는 탁월한 골 결정력과 천부적 감각의 위치선정, 강한 정신력 등으로 사커루즈의 16강 진출에 원동력이 될 것으로 호주팬들은 믿고 있다.

    시드니=윤필립 통신원 phillipsyd@hanmail.net

    JAPAN

    국민의 높은 관심, 월드컵 마케팅 봇물


    “성적 내고 월드컵 개최하자” …후끈 달아오른 잉글랜드
    5월 24일 일본 사이타마 경기장에서 펼쳐진 한일전에서 한국이 2대 0으로 승리를 거뒀다. 마쓰이(그레노블)나 우치다(가시마) 등 주력이 빠지기 했지만, 일본에 뼈아픈 패배를 안긴 것만은 분명하다. 얼마 전 스페인리그에서 친정팀 요코하마로 이적한 나카무라 순스케도 이번 한일전이 “최악의 경기였다”며 패배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또 남아공월드컵 4강 진출을 자신했던 일본 대표팀 오카다 감독에게 거센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자책과 비난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 대한 국민의 높은 관심을 ‘배신’했기 때문에 더욱 거세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월드컵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최근 월드컵 관련 기사와 방송 프로그램이 부쩍 늘어났다. 각 팀의 전력 분석은 기본. 일본팀의 4강 진출을 위한 전략을 소개하고, 2009년 최고의 활약을 선보인 일본 댄스그룹 ‘EXILE’은 일본팀을 위한 응원가 ‘Victory’를 선보이며 월드컵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월드컵에 대한 기업 마케팅도 많아지고 있다. 소니는 6월 19일 열리는 일본­네덜란드전을 세계 최대 초고정밀 LED 디스플레이로 관전하는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이는 소니의 ‘Japan Surprise’ 캠페인의 일환으로, 일본팀의 4강 진출을 기원하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3월 29일부터 대표팀 DF 우치다가 출연하는 CF도 방영되고 있다.

    또 남아공월드컵을 위한 이색 여행상품도 등장했다. 일본 최대 여행사인 JTB는 남아공월드컵 일본전 티켓 소유자를 대상으로 ‘탄환투어(彈丸ツア―)’를 지난 4월 선보였다. 현지의 불안한 치안을 걱정한 나머지 경기 관람을 포기하는 일본인이 많아질 기미가 보이자, 전세기와 전용버스 등을 이용해 현지 숙박을 최소화한 상품이 등장한 것. 6월 14일 카메룬전 관람을 위한 상품은 0박4일에 38만9000엔(약 546만 원), 19일 네덜란드전은 1박4일에 39만8000엔(약 560만 원)으로 각 200명 한정이다.

    도쿄=김동운 여행작가 www.doggul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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