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39

2010.05.31

“16강 넘어 8강으로 6월의 전설 쓴다”

허정무 한국축구 대표팀 감독의 출사표

  • 양종구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yjongk@donga.com

    입력2010-05-31 11: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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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강 넘어 8강으로 6월의 전설 쓴다”
    아무도 가지 못했던 길을 간다. 네덜란드 출신 ‘작은 장군’ 딕 아드보카트 감독도 해내지 못한 전인미답의 길이다.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 이 새로운 역사에 국내파 허정무(57) 한국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도전한다. 2002년 홈에서 열린 한일월드컵 때 거스 히딩크 감독이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4강 신화’를 썼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원정에서는 16강에 오르지 못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2006년 독일월드컵 때 사상 첫 원정 첫승이라는 획을 그었을 뿐이다. 여기에 한 획을 더 긋는 게 허 감독의 몫이 됐다.

    허 감독은 5월 24일 부담스러운 일본과의 친선 경기에서 2대 0으로 승리한 뒤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많은 관중이 만들어낸 분위기 속에서 흔들리지 않았다는 게 큰 소득이었다”며 16강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가능성은 충분하다. 우리가 B조에서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와 아프리카의 맹주 나이지리아, 유럽의 복병 그리스를 만나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16강 진출이 어렵다고 본다. 솔직히 16강을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공은 둥글다. 그라운드에서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은 둥글고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

    허 감독은 이번 남아공월드컵에 대한 각오가 남다르다. 1998년 올림픽 및 대표팀 감독에 올랐지만 2000년 시드니올림픽과 그해 아시안컵에서 성적이 좋지 못하다는 이유로 밀려났다. 그 뒤 다시 사령탑에 올라 처음 도전하는 월드컵이다. 그로선 “역시 국내파는 안 돼”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총력전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허 감독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선수들의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체력을 키워줄 네덜란드 출신 피지컬 트레이너를 2명이나 영입했다. 해발 1700m의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아르헨티나와 B조 2차전을 벌이는 것을 고려해 저산소 방과 텐트까지 마련, 고지 적응훈련을 하고 있다. 5월 26일부터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고지훈련을 하고 남아공으로 넘어간다.



    허 감독은 토종 사령탑의 자존심을 세워야 한다는 의무감에 자기를 버렸다. 진돗개로 불릴 정도로 절대 자기 스타일을 굽히지 않는 그가 스타일을 완전히 바꿨다. 요즘 허 감독은 인자한 이웃집 아저씨 같다. 훈련 때나 식사할 때나 웃음을 잃지 않는다. 선수들이 잘못한 것에 대해 지적하지만, 절대 몰아치진 않는다. 칭찬도 많아졌다.

    하지만 선수는 철저하게 실력으로 평가한다. 외국인 감독들이 보여줬듯 선수 선발과 기용에서 학연, 지연, 인맥을 무시한다. 그는 “어차피 현실을 인정하고 미래를 봐야지, 현재의 안 좋은 모습에 집착하면 앞이 보이지 않는다.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며 느긋해했다.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 전력을 업그레이드하고 있습니다. 우리 선수들은 자신감이 넘칩니다. 박지성과 이청용, 기성용, 박주영 등 유럽파는 훈련 때나 휴식을 취할 때 유럽에서 활동하는 상대팀 선수들의 특성을 자세히 얘기해줍니다. 선수들은 본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고, 그 승리에 대한 열정에 차 있습니다. 대한민국 축구의 유쾌한 도전이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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