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39

2010.05.31

전교조 교사 파면·해임 지금 왜?

전교조 “선거 앞둔 정치적 보복행위” vs 교과부 “정당한 법 집행 절차”

  •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입력2010-05-31 11:16: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민주노동당(이하 민노당)에 가입하거나 후원금을 낸 전교조 교사들을 6월 말까지 파면 또는 해임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징계 시기와 권한, 수위, 형평성 등을 두고 이해 당사자인 전교조뿐 아니라 일반 국민까지 고개를 갸우뚱할 일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논란은 교과부가 5월 24일 검찰이 민노당 가입과 정치자금 기부 혐의로 기소한 현직 공립교사 134명을 파면 또는 해임하고, 사립학교 교사 35명을 해당 학교 측에 파면·해임할 것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이들 대부분은 전교조 소속으로 교과부는 기소 유예된 4명도 정직 등 중징계할 방침이다. 현직 교사 134명이 파면·해임이란 배제징계를 받은 것은 1989년 전교조 창립 당시 대량해직 사건 이후 최대 규모다.

    70명은 이미 징계시효도 지나

    가장 큰 논란은 검찰의 기소 시점과 교과부의 징계 발표 시점이 6·2지방선거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는 점, 징계시한이 충분한데도 교과부가 신임 교육감이 부임하기 전에 모든 절차를 마무리 지으려 한다는 점이다. 경찰이 전교조 교사의 민노당 가입 혐의로 수사를 시작한 시점은 올 1월. 당시 경찰은 “자동이체서비스 거래 기록을 살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되지 않은 민노당 명의의 계좌에 돈을 내온 전교조 교사가 있음을 확인하고 당원번호까지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이 정치 활동 혐의로 이 교사들의 기소의견을 검찰에 송치한 것은 3월 2일. 그런데 검찰은 경찰 수사에서 더 진전된 것이 없는데도 두 달 동안 사건을 쥐고 있다 5월 6일에야 이를 법원에 기소하고, 5월 6일 교과부(각 시·도교육청)에 통보했다. 선거가 한 달 남은 시점으로 지방선거를 두고 여야의 각축전이 한껏 달아오른 때였다. 검찰 관계자는 “(기소 시기의) 정치적 고려 운운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수사가 끝난 시점에 기소한 것뿐이다. 재·보궐 선거 등으로 선거가 이어지는 요즘 그런 식으로 따지면 수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징계를 위한 교과부의 ‘발 빠른’ 행보도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교과부는 5월 6일 검찰로부터 수사결과를 통보받은 뒤 5월 19일 각 시·도교육청 감사담당과장 회의를 서둘러 개최, 혐의를 받는 교사들을 파면·해임하기로 결정하고

    6월 초까지 각 시도교육청에 징계의결을 요구하도록 했다. 법상 수사기관 등 다른 기관으로부터 징계사유를 통보받은 교육기관 등의 장은 상당한 이유가 없는 한 1개월 이내에 관할 징계위원회에 징계의결을 요구하도록 돼 있다. 즉, 각 교육청은 지방선거 뒤인 6월초까지 징계의결을 요구할 시간적 여유가 충분했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교과부는 각 시·도교육청 징계위원회가 결정해야 할 교사들의 징계 수위를 미리 파면 또는 해임으로 단정 짓고, 그것도 지방선거 코앞인 5월 24일 언론에 보도자료까지 뿌려 그 사실을 알렸다.

    6월 초 시·도교육청이 관할 징계위원회에 징계의결을 요구한 뒤에도 시기상 문제는 남는다. 법상 시·도교육청의 징계위원회는 징계 요구서를 접수한 날부터 60일 이내에 징계에 관한 의결을 해야 한다. 즉, 8월 초까지만 징계를 의결하면 된다는 뜻. 하지만 교과부는 공공연하게 6월 말까지 징계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7월 1일 신임 교육감이 임명되기 전까지 징계를 하겠다는 의지라고밖에 해석할 수 없다. 6월 말까지는 교과부의 입김을 받는 부교육감이 징계 여부를 결정한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우리는 검찰이 기소하고 통보해오면 법상 절차에 따라 일을 진행할 따름이다. 징계위원회에서 내린 징계에 승복할 수 없다면 소청심사, 행정소송을 통해 시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법과 절차에 따를 뿐이라지만 이번 전교조 교사 파면, 해임 징계 발표는 실제 선거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게 정치컨설팅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정치컨설팅회사 포스커뮤니케이션 이경헌 대표는 “수도권 교육감 선거는 후보 구도 측면을 볼 때, 보수진영 후보들에 비해 단일화를 이끌어낸 진보진영의 약진이 예상됐다. 이 시점에서 전교조 징계 발표는 보수진영의 표 집결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했다. 실제 한나라당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인 정두언 의원은 지난 3월 한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교육은 국민의 관심을 끄는 이슈로, 전교조 명단 공개는 야당보다 한나라당에 유리할 것으로 본다”고 말한 바 있다. 심지어 서울지역에 출마한 보수진영의 교육감 후보 측도 “선거 판세를 좌지우지하지 않겠지만 진보진영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임은 분명하다”고 인정했다.

    성폭력 교사보다 더 죄질 나쁜가

    교사의 정당 가입과 몇만 원씩의 정치자금 기부가 파면·해임의 징계를 받을 정도로 ‘중대하고 심각한 위법행위’냐는 문제 제기도 있다. 교육공무원법이 생긴 이래 교육공무원이 정당에 가입했다는 사실만으로 해임당한 경우는 한 번도 없다. 교과부는 이번 징계를 결정하면서 중대성과 고의성을 고려해 표창 감경, 정상참작, 의원면직 처리조차 금지했다. 각 시·도교육청이 법원 판결 이전에 검찰의 기소만으로 교사를 파면·해임하는 것은 4대 교원비위인 ‘성적 조작, 금품수수, 성추행, 폭력’에 해당한다. 시민단체 등 곳곳에서 파렴치한 성범죄를 저지른 교사와 동일선상에 놓을 수 있느냐는 반박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심지어 교과부가 징계 결정을 내린 전교조 교사 169명 중 절반가량은 징계시효가 지나 징계할 수 없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국가공무원법 제83조의2 제1항에 따르면 금품·향응 수수, 공금횡령 등을 제외하고는 2년이 경과하면 이를 행하지 못한다. 검찰 공소장에도 70명의 교사가 2008년 5월 이전에 당비 납부와 당원 활동을 끝낸 것으로 돼 있어 징계가 불가능하다. 숫자 부풀리기라는 의혹을 씻을 수 없다.

    징계의 형평성을 두고도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검찰은 2008년 한나라당 이군현 의원이 현직 교장들에게 고액의 후원금을 정기적으로 받은 데 대해 개인에 대한 후원금은 처벌 규정이 없음을 들어 수사를 하지 않았다. 정치자금법상 공무원이 정당에 후원금을 낸 것과 엄격히 다르다는 것. 하지만 2005년 법제처는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27조(공무원의 정치자금 기부)와 관련해 후원회에 후원금을 기부하는 것을 금지하고 후원회를 특정 정당, 정치인 또는 특정 정치인 후보자를 지지하기 위한 정치단체로 해석했다.

    참교육학부모회 장은숙 회장은 “한나라당과 관련해 정치 활동을 한 교사도 전교조에게 한 것처럼 수사해야 한다”며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의뢰서를 제출한 상태다. 반면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소속 이헌 변호사는 “교육공무원은 헌법에 따라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며 정치 활동이 제한돼 있다. 교과부가 이를 엄격하게 집행한 것으로 문제가 없다. 개인후원금과 민노당과의 연결고리 속에서 돈을 낸 것은 차이가 있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