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39

2010.05.31

1인당 1억 원 장비, 유니폼 20벌 300가지 반찬으로 입맛 챙겨

2010 남아공월드컵 한국축구 국가대표팀의 모든 것

  • 김동욱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creating@donga.com

    입력2010-05-31 10: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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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아공월드컵에 출전하는 한국축구 국가대표팀이 5월 22일 장도에 올랐다. 대표팀은 24일 일본과의 친선경기를 마치고 전지훈련지인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로 이동해 30일 벨라루스, 6월 4일 스페인과의 평가전을 치른다. 그리고 5일, 결전의 땅인 남아공에 도착한다. 경기 결과도 중요하지만 국민은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궁금하다. 어디서 묵는지, 무엇을 먹는지,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등 궁금한 것이 많다. 축구 팬이라면 궁금해할 법한 대표팀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4개 호텔 이동…비행기-버스 이용

    대표팀은 남아공에서 루스텐버그에 베이스캠프를 차린다. 6월 5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 도착해 곧장 루스텐버그로 이동, 여장을 풀고 본격적인 대회 준비를 한다. 대표팀은 그리스와 조별리그 1차전(12일 오후 8시 30분) 준비를 위해 6월 10일 포트엘리자베스로 비행기를 통해 이동, 공항에서 약 4km 떨어진 4성급인 팩스톤 호텔에 묵는다. 그리스전이 열리는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과 약 8km 거리여서 이동에 편리하지만 훈련장으로 제공된 겔반데일 스타디움과 13km 정도나 떨어진 것은 단점이다.

    대표팀은 그리스와의 1차전 뒤인 6월 13일 비행기를 이용해 루스텐버그로 복귀한다. 15일에 다시 베이스캠프를 떠나 아르헨티나와 2차전(18일 오후 8시 30분)이 열리는 요하네스버그로 이동한다. 루스텐버그와 요하네스버그는 약 150km 거리여서 대표팀은 버스를 타고 2시간 30분 정도 이동해 4성급 호텔인 프로테아 파크토니언 올 스위트 호텔에서 2박3일간 머문다. 경기장인 사커시티 스타디움과 12km 정도 떨어져 있지만 훈련장인 란드 스타디움과는 차로 12분 거리여서 이동에 편리하다.

    마지막 경기인 나이지리아와의 조별리그 3차전(23일 오전 3시 30분)을 위해 대표팀은 6월 20일 항공기편으로 약 630km 떨어진 더반으로 가 공항에서 42km 정도 떨어진 4성급 프로테아 호텔 음흘랑가 릿지에서 3박4일간 지낸다. 나이지리아전이 열릴 더반 스타디움까지 약 14km 떨어져 있다.



    지금까지 국내 축구팬들에게 공개된 숙소는 대표팀이 베이스캠프로 사용하는 루스텐버그의 헌터스 레스트가 유일하다. 이곳은 4성급으로 최고급은 아니지만 휴양지 리조트 같은 느낌의 호텔이다.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입구엔 골프장이 있고 수영장도 있다. 선수들은 1인 1실을 사용한다. 1월 전지훈련 때는 2인 1실을 썼으나 보통 월드컵 때는 1인 1실을 원칙으로 한다. 물론 호텔방이 혼자 쓰기에 지나치게 넓은 경우에는 2인 1실을 쓰기도 한다. 박일기(33) 대한축구협회 미디어담당관은 “선수들이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도록 혼자 방을 쓰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헌터스 레스트는 4성급 호텔이지만 방 안의 인터넷 시설은 만족스럽지 않다. 남아공에서는 주로 무선 인터넷을 쓴다. 유선 인터넷은 좀도둑이 많아 선을 잘라가기 때문. 방 밖으로 나와야 인터넷이 잡히고 휴대전화도 터지기 때문에 1월 전지훈련 때 선수들이 어쩔 수 없이 방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선수들은 훈련시간을 제외하고는 8~10시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호텔에는 수영장, 산책로, 피트니스센터 등 다양한 시설이 있지만 보통 선수들은 방에서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주로 한국에서 가져간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거나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한다. 달콤한 낮잠도 빠지지 않는 일과 중 하나다. 점심식사를 마친 뒤엔 1시간여 낮잠을 통해 체력을 보충하며 긴장감을 달랜다.

    연포탕에서 순댓국밥까지

    1인당 1억 원 장비, 유니폼 20벌 300가지 반찬으로 입맛 챙겨
    대표팀은 짧게는 한 달, 길게는 50일 정도 외국에서 지낸다. 잇따른 평가전과 훈련을 소화하려면 체력이 필수인 만큼 먹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대한축구협회(이하 협회)는 독일월드컵 때는 조리사를 1명만 파견했지만 이번에는 2명 파견한다. 2명의 조리사는 이번 원정길에 조리도구 외에 다른 식재료는 가져가지 않고 모두 현지에서 조달받기로 했다. 남아공에도 교민이 3000명 정도 있어서 식재료를 구하는 데 큰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필수 반찬인 김치는 이미 교민들에게 부탁해 대표팀이 남아공에 도착하는 시점에 맞춰 준비해놓았다. 전지훈련지인 오스트리아에서는 독일 교민사회를 통해 김치를 공수할 예정이다. 아침은 호텔 뷔페식으로 하지만 점심과 저녁은 2명의 조리사가 메뉴를 책임진다. 보통 찌개와 메인 요리 2~3가지에 반찬 5~6종류가 식탁에 오른다.

    50명에 이르는 대표팀과 스태프를 위해 준비하는 음식의 종류는 다양하다. 김형채(37)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 조리실장은 “국과 메인 요리 70가지에 300여 가지의 반찬을 내놓을 생각이다. 매일 다른 음식이 나온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음식 종류는 한국에서도 먹기 힘든 것이 많다. 연포탕, 꽃게탕, 순댓국밥, 청국장, 부대찌개, 해물전골, 양고기전골, 베트남 쌀국수, 콩비지, 킹크랩 칼국수, 돼지갈비, 조개전복전골, 야채전골, 애저(새끼돼지) 요리 등 다양하다.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는 기본적으로 매일 제공한다. 그리고 음식의 양은 50명이 식사를 하지만 늘 60인분 정도를 준비한다. 모자라는 것보다는 남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김 실장은 “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는 잘 먹지 않던 선수도 해외에 나가면 잘 먹는다. 한국 음식만큼 힘을 내는 데 좋은 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아공월드컵에 나서는 선수들은 유니폼과 함께 각종 장비를 지급받는다. 유니폼은 기본으로 받고, 최신 축구화에서부터 가방까지 30가지가 넘는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1인당 1억 원에 가깝다. 이번 월드컵은 다른 월드컵보다 장비가 늘었다.

    남아공의 6월은 계절상 가을이다. 특히 아르헨티나와의 경기가 열리는 요하네스버그는 고지대여서 일교차가 심하다. 반팔부터 겨울 점퍼까지 필요하다. 협회가 지급한 장비는 유니폼 20벌, 패딩 점퍼 1벌, 겨울용 점퍼 1벌, 바람막이 점퍼 4벌, 레인재킷 1벌, 폴로 티셔츠 4벌, 태클복 5벌, 신가드(shin guard) 2개, 훈련복과 트레이닝복 각 4벌, 조깅화와 슬리퍼 각 1족, 여행용 가방 2개 등이다.

    유니폼이 20벌이나 되는 이유는 경기 도중 찢어져 교체해야 하거나, 비가 와 전반전을 마치고 후반전에 갈아입어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경기를 마친 뒤 상대 선수와 유니폼을 교환하므로 넉넉하게 지급하는 것이다. 반면 협회에서 선수들에게 지급하는 축구화는 딱 1족이다. 대부분의 대표선수가 개인 후원 계약을 맺고 직접 축구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대표팀을 위한 12번째 전사인 지원 스태프도 남아공 길에 함께 오른다. 23명의 태극전사가 월드컵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게 의무, 행정, 통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원 업무를 하는 협회 소속 스태프는 모두 19명이다. 이들은 5월 16일 에콰도르와의 평가전부터 월드컵 본선까지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하도록 총력 지원한다.

    1인당 1억 원 장비, 유니폼 20벌 300가지 반찬으로 입맛 챙겨

    음지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는 스태프가 없다면 대표팀의 선전을 기대하긴 어렵다. 최주영 재활트레이너(아래)를 비롯해 김세윤 비디오분석관, 송준섭 주치의, 김형채 조리실장, 이원재 미디어담당관(왼쪽부터) 등 19명의 지원 스태프가 함께 남아공으로 떠난다.

    19명의 지원 스태프 동분서주

    지원 스태프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최주영(58) 재활트레이너 팀장은 1994년부터 대표팀 선수들의 재활과 부상 치료를 도맡아왔다. 2006년 독일월드컵 때 지원팀에 합류한 황인우(37), 임현택(33), 공윤덕(30) 재활트레이너가 선수들의 부상 예방과 피로 회복을 돕는다. 생업을 접고 한 달 넘게 선수들의 건강을 책임질 대표팀 주치의 송준섭(41·유나이티드병원 원장) 박사도 든든한 버팀목이다. 무릎 재활 전문의인 송 박사는 월드컵 기간 선수들의 부상을 점검하고 치료를 담당한다.

    1인당 1억 원 장비, 유니폼 20벌 300가지 반찬으로 입맛 챙겨
    궂은일은 대표팀지원부의 주무 조준헌(37) 과장과 행정팀장인 전한진(40) 차장이 맡는다. 이들은 숙소·항공편 예약부터 차량 확보, 훈련장 섭외 등 행정업무 전반을 처리한다. 한 달 넘게 선수들에게 한국 음식을 제공하는 김형채 조리실장과 신동일(27)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 조리사도 빼놓을 수 없다.

    상대국 전력을 탐색하는 김세윤(44) 비디오분석관과 미디어담당관인 이원재(48) 축구협회 홍보부장과 언론담당 박일기 씨, 통역을 맡은 동명이인 송준섭(29) 씨와 차윤석(31) 씨, 그리고 장비를 담당하는 김호성(26) 씨 등도 선수들을 뒷바라지한다. 마이클 쿠퍼스(38) 물리치료사와 프란스 레페버(53) 분석관도 나라는 다르지만 대표팀의 선전을 위해 발로 뛸 예정이다. 이들을 총지휘하는 노흥섭(63) 선수단장은 선수들이 불편하지 않게 꼼꼼히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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