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23

2010.02.09

‘아바타’ 기술, 코앞에 와 있네

무리한 공상 아닌 과학의 진보 … 전투 로봇, 첨단 장비 조만간 상용화될 듯

  •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입력2010-02-04 14: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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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바타’ 기술, 코앞에 와 있네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고도 머릿속 생각을 전하는 교감통신 기술, 인간과 가장 유사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조작하는 기술이 등장했다. 혼다에서 개발한 ‘아시모’.

    외화로는 처음 국내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아바타’의 흥행이 연일 화제다.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화려한 입체(3D)기술과 탄탄한 스토리가 흥행 배경으로 거론된다. 이 영화에는 물리학과 중퇴생 출신인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과학 전문지식과 미래에 대한 혜안이 숨어 있다. ‘에이리언2’ ‘터미네이터’ ‘심연(The Abyss)’ 같은 공상과학(SF) 영화를 꾸준히 만들어온 감독의 노련미가 입체영화라는 신선한 형식을 빌려 더 빛을 발한 것이다.

    ‘아바타’는 미래의 이야기다. 동시에 리얼리티가 넘치는 현재진행형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30년 가까이 이어온 작가의 상상력이 입체로 구현된 것이라고나 할까. ‘아바타’에는 감독 자신을 향한 몇 가지 오마주(거장의 영화에서 특정 장면을 본떠 그의 업적을 기리는 행위)도 들어 있다. 1986년 개봉한 ‘에이리언2’의 여전사 시고니 위버(어거스틴 박사)가 나온다거나, 건십(무장 헬리콥터) 또는 로봇이 비슷한 형태로 재등장했다는 점이 그렇다. 흥미로운 사실은 20년 전에는 상상 속의 기술이 지금은 현실에 매우 가까워졌다는 점이다. 아바타와 주인공을 잇는 ‘링크’(아바타와 접속장치)는 첨단 뉴로사이언스, 뇌과학의 현재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주인공 제이크 설리는 해병대 출신 퇴역군인으로 전투 중 중상을 입어 다리를 영영 못 쓰는 몸이다. 우연히 만난 어거스틴 박사의 도움으로 첨단 신경과학과 생명공학의 조합으로 만든 아바타를 통해 새 삶을 시작한다. 영화 속 현실에선 불구의 몸이지만 자신의 뇌와 접속해 있는 아바타를 통해 마음껏 달리고 뛰고 하늘을 날게 된 것.

    현실 속 아바타 꿈꾸는 첨단 신경과학

    실제로 현실에서도 척수 손상을 입거나 신경이 마비된 환자에게 새로운 삶을 찾아주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뇌파나 뇌 전기자극을 이용해 근육 또는 인공관절을 동작시키는 신개념 방식이다. 이미 개와 고양이, 원숭이를 이용한 실험은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



    2008년 미국 워싱턴대 에버허드 페츠 교수팀은 신경 손상으로 팔이 마비된 원숭이의 뇌와 팔을 전극으로 이어 움직이게 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원숭이 뇌에 전극을 연결하고 팔운동에 관련된 신호를 감지했다. 이어 뇌 신호를 망가진 신경계 대신 직접 근육에 전달해 팔을 움직이게 했다. 이보다 훨씬 앞선 2002년에는 캐나다 앨버타대 연구진이 고양이 뇌에 전극을 꽂아 모터를 작동시키는 데 성공, ‘생각만으로’ 기계나 근육을 동작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다. 최근에는 직접 뇌에 전극을 연결하지 않고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이나 뇌파(EEG)를 통해 뇌의 명령을 읽는 기술도 활용되기 시작했다.

    로봇, 우주여행 현실감 한층 가까워

    ‘아바타’ 기술, 코앞에 와 있네

    미국방연구계획청은 로봇팔과 로봇다리, 각종 첨단 통신장치가 부착된 헬멧을 결합해 터미네이터 병사를 만들려고 한다.

    최근 사람과 기계를 연결하는 기술인 ‘인간기계 인터페이스(BMI)’ 연구는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다.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고도 머릿속 생각을 전하는 교감통신이나 인간과 가장 유사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조작하는 기술도 이미 등장했다. 생각만으로 사람의 동작을 95% 가까이 재현할 수 있다. 물론 인공손이 느끼는 외부의 감각을 뇌에 전달하는 기술도 개발이 끝났다. 문제는 제아무리 첨단 기술이라도 사람의 뇌와 신경이 인지하는 속도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뇌와 신경은 외부 자극에 대해서 찰나의 순간에 반응하는 매우 정교한 네트워크이기 때문이다.

    전기 장치로 뇌의 순간적인 변화를 읽고 이를 순간적인 명령어로 처리하는 데는 그만큼 시간차가 날 수밖에 없다. 또 영화 속 아바타처럼 사람을 완벽하게 대체할 인공생명체를 만드는 것도 요원하다. 게임 속 캐릭터였다면 지금의 기술 수준으로도 충분히 제어가 가능하다. 물론 인간과 외계생명체의 유전자를 재조합해 새 생명체를 만드는 작업은 쉽지만은 않다. 과학자들은 지난해에야 381개의 DNA 조각을 이어붙이는 방식으로 인공 박테리아의 게놈(유전체)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를 이용해 세포를 만들고, 나아가 신진대사 기능은 물론 아바타처럼 인간 수준의 고등 사고를 하는 생명체를 만드는 것은 요원한 문제다.

    ‘아바타’는 각종 전투 로봇과 항공기, 첨단 통신장비로 갖춰진 볼거리를 제공한다. 인간들이 자신보다 신체조건이 훨씬 좋은 나비족을 몰아내기 위해 타고 다니는 로봇(AMP 슈트)은 사람 손과 다리에 연결돼, 조종석에 앉은 사람이 주먹을 휘두르면 로봇도 따라서 주먹을 휘두른다. 영화 ‘에이리언2’에서 외계생명체 에이리언과 일전을 벌인 로봇과 왠지 닮았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2004년부터 사람 다리의 외골격 기능을 할 수 있는 인공 로봇다리를 개발 중이다. 이 로봇다리를 장착한 사람은 최대 82kg의 짐을 지고 다닐 수 있지만 실제 느끼는 중량은 2kg에 그친다. 영화에서처럼 병사는 그저 걷기만 하면 된다. 전투 중 부상병을 이송하거나 산악지역에서 군수물자를 나르기 위해 개발된 로봇다리는 현재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는 4kg의 물체를 드는 힘으로 2200kg 상당의 짐을 들어 올리는 로봇팔을 개발했다. 미국방연구계획청(DARPA)은 이 로봇팔과 로봇다리, 각종 첨단 통신장치가 부착된 헬멧을 결합해 터미네이터 병사를 만들 계획이다. 2020년쯤이면 AMP 슈트처럼 군인과 로봇이 결합한 형태의 신개념 전투로봇이 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바타’에 등장하는 우주여행 방법도 리얼리티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 주인공 제이크 설리는 과학자였던 형이 죽자 그를 찾아 머나먼 행성 판도라까지 6년을 날아간다. 감독은 왜 순간 이동이란 상황 설정을 하지 않았을까. 실제 우리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별 ‘프록시마 센타우리’는 4.22광년이나 떨어져 있다. 빛의 속도로 4년3개월 이상을 날아가야 도착할 수 있다는 것. 사람이 만든 가장 빠른 유인우주선 아폴로 10호를 타고 가면, 초속 11km로 날아도 12만년 뒤에야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과학자들도 별과 별 사이를 여행하기 위해 액체나 고체연료를 태우는 전통적인 방법 대신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다. 예를 들어 핵분열이나 핵융합, 블랙홀, 암흑물질 등 새로운 에너지원이 그것이다. 과학자들은 원자폭탄 위력을 이용하는 핵분열 로켓을 타고서는 46년, 미니블랙홀에서 뿜는 복사에너지나 우주에서 흔한 암흑물질이 소멸할 때 발생한 엄청난 에너지를 이용하면 수십 년 정도면 ‘프록시마 센타우리’로 갈 수 있다고 본다. 수십 년간 사용할 연료나 여행객들이 먹을 식량, 공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별 여행을 현실화하는 데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시간과 공간의 지름길인 웜홀(wormhole)을 이용해 빛보다 빠른 속도로 여행하는 방법도 있기는 하다. SF 시리즈 스타트렉이나 스타워즈의 ‘워프 드라이브’도 빛보다 빨리 우주를 여행하는 기술이다. 과학자들은 웜홀이나 암흑에너지를 이용한 여행 방식은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본다. 과학에 정통한 감독은 이 점을 놓치지 않았고, 결국 좀더 현실적인 측면에서 우주여행에 걸린 시간을 6년으로 설정한 것은 아닐까. 나비족처럼 고등 사고를 하는 외계 지적생명체를 만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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