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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세바스치앙 살가두 아프리카展

뜨겁고 강한 생명력, 가슴에 들어왔다

  • 이설 기자 snow@donga.com

세바스치앙 살가두 아프리카展

세바스치앙 살가두 아프리카展

마타 차밭에서 일하는 아이. 르완다, 1991.

일요일 오후, 10명의 남자가 만났다. 풋풋한 청년 아홉과 마음만 풋풋한 아저씨 하나. 서울 동북고 2학년 13반 담임 강방식(40) 교사와 그의 제자들이다. 학교 담장 밖에서 만난 이들이 향한 곳은 경기도 고양시 아람누리 아람미술관. 다큐멘터리 사진의 거장 세바스치앙 살가두의 ‘아프리카전’을 보기 위해서다.

“오옷, 아프리카 꼬마 사진이다!” “저기 세바스치앙 살가두 사진도 있다!”

미술관에 도착하니 굴러떨어질 듯 큰 눈망울의 아프리카 동생이 일행을 맞는다. 재빈, 동호, 관희, 훈범, 종인, 현우, 준호, 준형, 영규. 아이들도 반가운 마음에 얼른 동생 사진 옆에 가 선다. 살가두 할아버지 앞에서도 한 컷, 물소들 앞에서도 한 컷. 모처럼 신난 아이들의 모습을 연신 렌즈에 담아내는 강 교사는 ‘찍사’ 처지에도 흐뭇하기만 하다.

이번 나들이는 강 교사의 미안한 마음에서 마련됐다. 맑은 눈에 더 큰 세상을 담지 못하는 아이들. 끓는 에너지를 책상 위에서만 쏟아내는 아이들이 늘 안타까웠다. 곧 고3이 되는 아이들에게 다른 시간을 선물하고 싶었다. 사진이 전하는 메시지가 시야를 넓히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아프리카 사진에는 종종 파리가 등장해요. 그곳의 비참함을 강조하는 거죠. 하지만 살가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어떠한 상하관계도 인정하지 않으며, 동정심을 철저히 경계해요. 동정심이 아닌 동료애가 진정한 사랑이라 생각하는 거죠.”_강 교사



세바스치앙 살가두 아프리카展

강방식 교사의 설명을 듣는 동북고 2학년 학생들.

남을 돕는 봉사활동을 요즘 아이들은 어떻게 이해할까. 시간을 재고 점수를 따지면서 청소년 봉사활동은 본연의 의미를 잃어갔다. 인맥을 동원해 경쟁적으로 눈속임 인증을 받고, 경제력 있는 부모들은 앞 다퉈 먼 곳으로 해외봉사를 보냈다. 지난해 서강대가 수시모집에서 해외봉사를 인정하지 않고 국내봉사도 20시간까지만 점수에 반영하기로 한 것도 ‘봉사 분칠’을 걷어내기 위해서였다.

그럼에도 봉사활동은 여전히 중요하다. 입학사정관제 전형이 늘면서 비교과 영역의 비중이 더 커졌다. 마음으로 느낀 봉사활동만 인정하겠다는 대학들의 주문. 평소 사진을 좋아하는 강 교사는 이번 전시가 여러모로 좋은 기회임을 알아봤다.

“‘사랑’ ‘생명’ 등을 보여주는 살가두의 작품이 아이들의 이타심을 자연스레 일깨울 거라 생각했어요. 작가 역시 소아마비 박멸, 아프리카 어린이 돕기 등 몸소 봉사정신을 실천하고 있죠. 유니세프와 소비자시민모임에서 진행하는 관련 활동도 눈길을 끌었고요.”_강 교사

사진 보고 봉사활동, PIE 공모전도 참가

동정심을 버리고 사진을 보라는 선생님 말씀. 하지만 동호는 간질간질 유혹을 느낀다. 말라버린 젖을 안간힘을 쓰고 빠는 두 아기는 누가 봐도 “이웃돕기 방송 프로그램에 바로 ARS를 해야 할 장면”이었다. 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니 다른 게 보였다. 핏대를 세워가며 젖을 무는 아이와 아이를 살리려는 엄마는 강한 생명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살가두는 브라질 출신으로 파리에서 경제학 박사를 마쳤다. 1971년 국제커피기구에 근무하다 아프리카를 방문한 뒤 독학으로 사진을 공부, 감마통신과 매그넘에서 활동했다. 그의 사진에는 ‘메시지가 생명’이라는 다큐 정신이 펄펄 살아 있다. 브라질 세라페다 금광의 노동자, 분쟁과 재해로 고향을 떠난 난민 등 30년 넘게 소외된 이들을 렌즈에 담아왔다. 아프리카에 천착한 것도 아프리카 문제가 전 지구적이라고 생각해서다. 유니세프와 소비자시민모임(이하 소시모)도 이런 면에 주목해 후원을 맡았다.

“살가두는 ‘아프리카의 문제는 우리의 문제’라고 말해요. 아프리카의 가뭄은 지구 온난화와 관련이 있고, 그것을 유발하는 것은 도시 사람들의 무분별한 에너지 소비 때문이라는 거죠. 학생들이 사진을 보며 이 점을 깨닫길 바라는 마음에 연계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어요.”_소시모 송보경 대표

사진전을 본 아이들은 ‘소시모’와 ‘유니세프’의 부스로 발길을 옮겼다. 유니세프 부스에서는 동갑내기 기후대사인 친구에게 기후변화에 대한 설명을 들었고, 소시모 부스에서는 에너지 절약에 대한 다짐을 적었다. 이후 이들 단체에서 진행하는 봉사활동에 참가하면 16시간까지 봉사활동 시간을 받을 수 있다. 유니세프의 ‘지구 지킴이 탄소 다이어트’와 소시모의 ‘e-천사 봉사은행’ 워크북에 에너지 절약과 기후변화에 대한 감상과 실생활의 실천을 기록해 제출하면 된다.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PIE(Photography in Education) 공모도 진행한다. 살가두전에 대한 감상을 인터뷰, 편지 등의 형식으로 2월28일까지 인터넷으로 제출하면 된다(문의 동아일보 PIE 공모전 사무국, 02-361-1423, www.salgado.co.kr).

세바스치앙 살가두 아프리카展
1 땅을 파는 노동자들이 점심을 이용해 기도하는 모습. 말리, 1985.

2 나미비아 중서구 구릉지대에서만 서식하는 얼룩말 하트만. 나미비아, 2005.

3 나일강의 물로 가득 찬 겔 운하에서 고기를 잡는 아이. 남부 수단, 2006.

4 파가라우 방목 캠프의 딩카족. 남부 수단, 2006.

5 키붐바 넘버원 캠프 병원의 고아원. 콩고민주공화국, 1994.

세바스치앙 살가두 아프리카展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2월28일까지/오전 10시~오후 6시/

입장료 어른 8000원, 청소년 7000원, 만 3세 이상 미취학아동 5000원

문의 031-960-0180



주간동아 2010.02.09 723호 (p62~63)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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