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23

2010.02.09

다양한 어깨 질환 ‘오십견’으로 싸잡지 말라!

어깨통증 중 90%가 회전근개 파열 … 관절내시경, 체외충격파로 말끔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10-02-04 13: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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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깨관절은 100개가 넘는 관절 중에서도 독특한 관절이다. 관절 중 유일하게 상하좌우 360도 회전이 가능하다. 움직임의 범위가 넓지만 그만큼 불안정하다는 단점이 있다. 그 결과 어깨 질환을 호소하는 사람이 꾸준히 늘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연도별 어깨 질환 외래환자 수’를 보면, 어깨 질환자는 2005년 115만9140명에서 2008년 138만5657명으로 19.5% 증가했다. 환자 증가속도 면에서 단연 1위다. 어깨관절 질환 중에는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퇴행성 질환이 가장 많다. 고령화와 노인인구 증가가 환자를 양산해온 것. 최근에는 운동을 즐기는 젊은이 사이에서도 이 질환이 느는 추세다. 팔을 어깨 위로 올리는 동작이 많은 보디빌딩이나 골프, 수영, 야구, 배드민턴, 테니스 등이 어깨 질환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운동이다.
    쌀쌀한 겨울철 불청객 오십견

    다양한 어깨 질환 ‘오십견’으로 싸잡지 말라!
    서울 용산구에 사는 이모(58) 씨는 평소 어깨가 불편해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팔을 90도 이상 올리기조차 힘들어지자 병원을 찾았다. 겨울이 되면, 쌀쌀한 날씨 탓에 근육이 굳어지면서 어깨통증을 호소하는 이가 많다. 흔히 이 같은 증세를 ‘오십견’이라고 부른다. 50대에 주로 발생한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나 젊은이들 중에도 비슷한 증상을 앓는 이가 많다. 오십견은 독립된 질환이 아니라, 통상 명확한 원인은 없지만 어깨관절의 운동 범위에 제한이 따를 때를 지칭한다. 정확한 명칭은 ‘유착성 관절막염’.

    연세사랑병원(강북점) 어깨·상지관절센터 김성훈 부원장은 “오십견의 원인으로는 노령, 당뇨병, 외상 등이 있다. 대개는 회전근개 힘줄 손상으로 발병하며 석회화 건염이나 견봉 쇄골 관절염 등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는 만큼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뇨병이 있으면 오십견 발병 가능성이 5배 이상 증가한다. 그대로 방치하면 염증으로 관절 통증이 심해져 어떤 방향으로 팔을 움직여도 어깨 전체가 아프다. 또 아프다고 해서 어깨를 사용하지 않으면 어깨관절의 운동 범위가 더욱 좁아진다. 팔을 위로 들어 올리는 전방거상 운동, 팔을 바깥쪽으로 회전하는 외회전 운동, 팔을 뒤로 해 등 쪽으로 이동시키는 내회전 운동 등 적당한 운동이 필요하다.

    오십견은 예방이 중요하다. 틈나는 대로 스트레칭을 해 근육과 힘줄을 튼튼히 하고 유연하게 해야 한다. 오십견은 대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낫기도 하지만, 그 사이 통증을 참기가 쉽지 않다. 김성훈 부원장은 “오십견은 재활 및 물리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약 3개월간의 재활치료로도 증세가 호전되지 않으면 관절내시경 수술을 한다. 간단한 수술로 어깨통증을 없애고 자유자재로 팔을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십견? 알고 보면 회전근개 파열

    다양한 어깨 질환 ‘오십견’으로 싸잡지 말라!
    주말마다 회사 동료들과 골프를 즐기는 김모(54) 씨. 그는 골프채를 잡고 스윙을 하다가 어깨에서 ‘뚝’ 소리와 함께 통증이 오는 것을 느꼈다. 주변에서는 ‘오십견’이라며 며칠 참으면 나아진다고 했지만, 간단한 팔 스트레칭도 할 수 없어 병원을 찾았다. 김씨는 ‘회전근개 파열’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50세를 전후해 팔을 움직일 수 없을 만큼 심한 어깨통증을 호소하는 이들은 흔히 오십견을 의심한다. 하지만 중년 이후 어깨통증의 90%는 어깨 근육의 힘줄인 회전근개가 파열돼 생긴다. 회전근개 파열이란 어깨를 들고, 돌리는 4개의 힘줄(극상건, 극하건, 견갑하건, 소원건)이 끊어진 상태를 말한다. 회전근개가 파열되면 초기엔 팔을 들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통증이 줄어들고 팔도 들어 올릴 수 있다. 이 때문에 단순 염증이나 타박상으로 오인하고 그냥 지나치기 쉽다.

    하지만 회전근개 파열은 1년 이상 방치하면 파열 부위가 커지고 만성화된다. 또한 근육조직이 지방조직으로 변하면서 수술로도 완치가 힘들어진다. 간혹 파열된 힘줄이 신경에까지 말려들어가 팔을 아예 못 쓰게 되기도 한다. 연세사랑병원(강남점) 어깨·상지관절센터 성창훈 원장은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나 평소 어깨를 과도하게 움직여야 하는 사람이 어깨를 다쳤다면, 곧바로 전문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찰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파열이 작으면 환자의 상태에 맞춰 보존적 치료를 한다. 보존적 치료에는 진통소염제, 국소 스테로이드 투여 및 온열 치료 등이 있다. 보존적 치료로도 증상이 회복되지 않으면, 끊어진 힘줄을 원래의 뼈 부착부에 다시 연결하는 수술을 한다. 예전에는 회전근개 파열이 큰 경우 절개 수술을 해야 했으나, 관절내시경 수술 기술이 발달하면서 파열 크기에 관계없이 내시경 수술이 가능하다.

    1 연세사랑병원(강북점) 어깨·상지관절센터 김성훈 부원장이 관절내시경으로 회전근개 파열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2 오십견 어깨관절을 둘러싼 관절막이 노화로 변화를 일으키면서 염증을 유발하는 질환.

    3 회전근개 파열 어깨 깊숙이 자리한 4개의 힘줄(극상건, 극하건, 견갑하건, 소원건)이 끊어져 생기는 질환.

    극심한 통증 발생 땐 석회화 건염

    다양한 어깨 질환 ‘오십견’으로 싸잡지 말라!

    연세사랑병원(강남점) 어깨·상지관절센터 성창훈 원장이 어깨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왼쪽 아래) 석회화 건염 - 어깨의 힘줄에 석회(돌)가 생기는 질환. 일단 석회가 생기면 어깨 통증이 대단히 심한 것이 특징.

    옷을 입을 때마다 어깨통증을 느꼈던 정찬수(49) 씨는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해 밤늦게 응급실을 찾았다. “어깨 부위에서 열이 나는 것 같다”고 호소하자 의사는 어깨에 석회질이 쌓여 돌처럼 굳었다고 말했다. 정씨처럼 갑자기 응급실을 찾아올 정도로 극심한 어깨통증이 발생했다면 석회화 건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탤런트 김민정이 앓아 유명해진 석회화 건염은 비정상적으로 석회(칼슘)가 힘줄에 침착해 통증, 운동장애 등을 일으키는 병이다. 대개 50세 전후에 발생하며, 아직까지 석회가 힘줄에 침착하는 이유는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다. 증상은 석회가 형성되는 전 단계인 ‘석회 전기’, 석회질이 침착되는 ‘석회화기’, 침착된 석회질이 소실되는 ‘석회질 소실’ 3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석회질이 소실되는 마지막 단계에 이르면 어깨마루(견봉) 아래쪽 점액낭에 염증이 생겨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석회화 건염은 X-레이 검사로 질환 유무와 석회의 크기, 위치 등을 확인한다. 하지만 어깨 힘줄의 상태를 정확히 알려면 초음파와 MRI 검사를 해야 한다. 석회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위험한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염증치료만으로 증상이 호전된다. 김성훈 부원장은 “급성이거나 석회의 크기가 작으면 이를 제거하지 않고 2주 정도 물리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한다. 통증이 심하면 약물을 주입하거나 주사기로 석회를 뽑아내는 방법을 시도한다”고 말했다.

    한편 체외충격파는 강한 충격파로 손상된 조직을 자극해 조직 손상을 치유한다. 만성적인 통증은 관절내시경을 이용한 수술로 석회와 염증을 제거한다. 김성훈 부원장은 “석회화 건염은 통증이 나타나기 시작했을 때 되도록 빨리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석회를 제거하면 해당 부위에는 잘 재발하지 않지만, 다른 부위에 다발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30세 이하 운동남녀 단골손님 슬랩

    새내기 대학생 김성환(19) 씨는 얼마 전 친구들과 야구를 하다가 어깨를 접질렸다. 공격을 하던 도중 팔을 짚고 넘어진 것이 화근이었다. 통증을 참으며 지내기를 며칠. 지속되는 어깨통증에 병원을 찾게 됐다. 김씨의 병명은 ‘상부관절와순 파열’로, 슬랩(SLAP: Superior Labrum Anterior to Posterior)으로 불린다.

    슬랩은 어깨관절 위쪽의 이두박근 힘줄과 이어진 연골판이 손상돼 찢어진 것을 말한다. 10여 년 전만 해도 야구 등 공을 다루는 운동선수에게 주로 발생했다. 레포츠와 몸짱 열풍을 타고 운동을 즐기는 젊은이가 늘면서 30세 이하에서 빈번하게 나타난다. 성창훈 원장은 “20대 젊은이 중에서 어깨를 많이 쓰거나 장기간 치료에도 어깨통증이 지속되고, 특정 자세를 취했을 때 팔에 찌르는 듯한 통증이 있다면 슬랩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슬랩은 운동 등 외부 충격으로 인한 외상이 주된 원인이다. 떨어지는 무거운 물건을 잡으려고 할 때 어깨에 가해지는 압력, 팔이 갑자기 잡아당겨지거나 공 같은 것을 세게 던지려 할 때 생기는 견인력 등도 한 요인이다. 손을 뻗은 상태로 넘어지면서 어깨 부분이 압박을 받아 발생하기도 한다. 웨이트트레이닝도 마찬가지.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반복적으로 잡아당기는 운동을 하기 때문에 어깨에 큰 무리가 간다.

    슬랩은 진단만 정확하게 이뤄진다면 치료는 어렵지 않다. 관절내시경을 이용해 찢어진 부위를 꿰매거나 붙이는 등 비교적 간편한 시술로 치료할 수 있다. 시술 시간도 30분 정도로 짧다. 문제는 슬랩 진단이 쉽지 않다는 것. 성창훈 원장은 “회전근개 파열 등 다른 어깨 질환과 구분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MRI 같은 정밀검사를 해도 잘 나타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엉뚱한 치료를 받기 일쑤”라고 지적했다.

    연골 약한 10, 20대 노리는 습관성 탈구

    스포츠를 즐기는 직장인 이모(28) 씨. 지난가을 야구 경기를 하던 중 잘 쓰지 않던 오른쪽 팔을 순간적으로 사용하다 어깨가 탈구됐다. 그 후로 작은 동작만 취해도 쉽게 어깨가 빠진다. 옷을 입거나 갑자기 뒤를 돌아볼 때, 엎드리고 자는 도중에도 어깨가 빠진다. 심지어 재채기를 하다가 어깨가 빠지는 바람에 병원을 찾기도 했다.

    어깨 탈구란 어깨와 팔꿈치 사이의 큰 뼈인 상완골이 어깨관절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말한다. 주로 10대와 20대에게 생긴다. 이때가 움직임이 활발해서이기도 하지만, 어깨뼈를 감싸고 있는 연골이 약해서 작은 충격에도 탈구되기 쉽다. 어깨 탈구는 빠지는 방향에 따라 전방, 후방, 다방향으로 나뉘는데, 외상으로 몸 앞쪽으로 어깨가 빠지는 전방 탈구가 80% 이상이다.

    어깨가 탈구되면 다급한 마음에 자신이 또는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아 빠진 어깨를 끼우는 경우가 있다. 성창훈 원장은 “임의로 어깨를 끼울 경우, 자칫 인대 및 신경이 손상되거나 골절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반드시 전문가에게 어깨 교정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병원에 가면 빠진 어깨를 끼워 맞춘 뒤, 통증이 남아 있는 경우 진통소염제를 처방한다.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더라도 2~3개월은 어깨에 무리를 주지 않아야 한다. 한 번 일어난 탈구는 습관성으로 재발하기 쉽다. 특히 10, 20대는 연골이 굳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제자리에 어깨뼈를 맞춰놓더라도 사소한 외부 자극에 의해 계속적으로 탈구될 수 있다.

    2번 이상 탈구가 반복되면, 수술을 해 차후 발생될 어깨 질환을 예방한다. 과거에는 겨드랑이 부분을 절개해 시술했지만, 요즘에는 관절내시경을 통해 절개 없이 수술한다. 관절내시경 수술은 CT나 MRI 같은 특수촬영으로도 파악하지 못하는 병의 진행 상태까지 진단해준다. 감염이나 합병증 위험도 상대적으로 적다.

    ‘테니스 엘보’ 혹은 ‘주부 엘보’

    팔꿈치 혹사 주부 환자가 상당수


    다양한 어깨 질환 ‘오십견’으로 싸잡지 말라!

    연세사랑병원(부천점) 문홍교 과장이 테니스 엘보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식당을 운영하는 최순자(42) 씨는 3년 전부터 왼쪽 팔꿈치 통증으로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 처음에는 쉬고 나면 통증이 가라앉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점차 통증이 발생하는 횟수와 강도가 증가해 결국 병원을 찾았다.
    최씨의 병명은 ‘주관절 외상과염’. 주관절은 팔꿈치를 가리키는 의학 명칭이며, 외상과는 팔꿈치 왼쪽에 튀어나온 뼈를 지칭한다. 팔꿈치 관절의 외상과에 발생한 염증이라는 뜻이다. 실제로는 뼈에 생긴 염증이 아니라 외상과 주변에 있는 근육의 부착부에 발생한 염증이 주원인이다. 이 근육의 이름은 ‘단 요 수근 신전근’으로 손목을 펴는 기능을 담당한다.
    이 질환은 테니스 선수에게 자주 발생한다고 해서 ‘테니스 엘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주부 엘보’라고 할 만큼 주부 환자가 상당수를 차지한다. 설거지, 걸레질, 밥상 옮기기, 세탁기 돌리기 등 가사노동을 하면서 팔꿈치를 혹사한 탓이다. 테니스 대신 프라이팬을 많이 들어서 나타난 증상이라 ‘팬 엘보’라는 별칭을 지닌다.
    치료를 위한 첫걸음은 팔, 특히 손의 사용을 줄이는 것. 일하는 동안 팔꿈치 보조기를 착용해 충격이 아픈 근육에 전달되는 것을 막는다. 스테로이드 국소 주사는 외상과염의 통증을 극적으로 줄일 수 있으나 보통 몇 개월이 지나면 재발한다. 스테로이드 주사 자체가 근육의 변성을 가져오기 때문에 단기간 반복사용은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에는 체외충격파를 이용한 치료의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근골격계 질환이 발생하면 근육이나 힘줄에 염증이 생겨 신경종말세포가 통증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근육 위축으로 혈액량이 감소해 통증 유발 물질이 다량 생산된다. 체외충격파는 신경종말세포의 민감도를 떨어뜨리고, 신생 혈관 생성 및 혈류량 증가를 가져온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공인을 받았으며 일주일에 1회 20~30분씩, 3~4회 치료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90% 이상의 환자가 보조기와 체외충격파로 완치 혹은 호전될 수 있다. 다만 스테로이드 주사를 반복적으로 맞은 환자에게는 다른 치료가 잘 반응하지 않는다. 이때는 2cm 정도 피부를 절개하는 최소 절개 수술을 하는데, 보통 수술 당일 퇴원이 가능하다.
    테니스 엘보 역시 예방이 중요하다. 평소 팔꿈치, 손목의 스트레칭 운동과 근력강화 운동을 한다. 손목 아래에 수건을 받치고 2~3kg의 아령을 쥔 상태로 손목을 펴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도움말 : 연세사랑병원(강남점) 어깨·상지관절센터 성창훈 원장, 연세사랑병원(강북점) 어깨·상지관절센터 김성훈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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