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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혹, 나도 ‘섹스 중독증’ 아닌가요?

“또 하고 싶어, 온통 그 생각뿐” … 우즈 파문 이후 한국인도 증세 호소 급증

  • 이혜민 기자 behappy@donga.com

혹, 나도 ‘섹스 중독증’ 아닌가요?

혹, 나도 ‘섹스 중독증’ 아닌가요?
“자위를 좀 지나치게 해요. 케겔 운동도 하루에 6시간 정도 하고요. 그걸 하면 흥분상태가 지속되는데…. 여기에 몰두하다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20대 여성 A씨)

“직업상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데 그때마다 여자 생각이 납니다. 클럽에서 ‘원 나이트’를 즐기는 편이고, 하룻밤에 평균 5회 이상 합니다. 클럽 가느라 월급의 반을 날리니 스스로 한심할 뿐이죠. 머릿속에 온통 섹스 생각뿐인 저, 어떻게 해야 하나요?”(30대 남성 B씨)

골프 황제에서 ‘바람 황제’로 전락한 타이거 우즈(35)가 6주 과정의 강도 높은 섹스 중독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섹스 중독증(Sexual Addict)’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인터넷 게시판 상담코너에는 위와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엄밀히 말해 ‘섹스 중독증’은 의학용어가 아니다. 연세대 의대 정신과 신의진 교수는 “섹스 중독증은 현상은 비슷해보일지 몰라도 그 원인이 복합적이기 때문에 ‘인터넷 중독’과 마찬가지로 의학용어가 될 수 없다”고 설명한다. “광적으로 섹스에 집착해 그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을 편의상 ‘섹스 어딕트’라고 부를 뿐”이라는 것. 사전에는 섹스 중독증을 ‘성적 모험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정신병적 증상’이라고 정리해 놓았는데, 미국에서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추문 문제에 견줘 ‘클린턴 신드롬’이라고도 부른다.

섹스 중독증은 여러 유형으로 나타난다. 타이거 우즈나 클린턴처럼 외도를 하는 경우가 있고, 포르노 등을 탐닉하면서 자위만 하는 유형이 있는가 하면, 한 사람에게 과도한 성적 요구를 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심리상담센터 강용 원장은 “가학증, 피학증이 강하게 나타나거나 ‘시체 애호증’ 등 변태 성욕을 드러내는 경우도 섹스 중독증”이라고 설명한다. 한편 성의학클리닉 설현욱 박사는 섹스 중독증 환자의 범주를 동시에 여러 사람을 만나는 사람, 시간순으로 상대를 만나 성관계를 통해 정복욕을 느끼는 사람, 맺어질 수 없는 상대에게 스토커처럼 매달리는 사람으로 분류한다.



그러나 이런 증상을 보이는 사람의 수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성관계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병원 문을 두드리지만, 반대로 활발히 성관계를 하는 사람들은 꼭꼭 숨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 정신분석학자 제롬 레빈의 연구 결과(미국 남성 가운데 5~8%가 성 중독에 시달리고 있음)를 빌려 대략 성인의 5~8%가 섹스 중독증일 것이라 짐작할 따름이다.

70%가 어린 시절의 문제

그렇다면 섹스 중독증에 빠지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어린 시절의 가정문화를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한다. 한국심리상담센터에서 섹스 중독 심리치료를 받는 사람들의 70% 정도가 이에 해당한다. 구강기 때 엄마 젖을 못 먹었거나 갈등이 있었던 경우 상대의 가슴 등 신체에 집착하는 것으로 불안을 해소한다는 얘기. 도박을 좋아한 엄마와 알코올 중독자인 계부 사이에서 성장한 클린턴도 받지 못한 사랑을 채우기 위해 섹스를 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부모가 외도한 적이 있는 경우, 아들딸이 외도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한편 부모의 섹스 장면을 목격한 아이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성에 탐닉하는 수도 있다.

성폭행 등 성적 충격이 성적 갈급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14세 C양이 그런 예다. 엄마가 집을 나간 뒤 할머니와 단둘이 살던 C양은 채팅으로 외로움을 달랬다. 그리고 채팅으로 만난 남성과 처음으로 섹스를 했고, 인터넷 사이트를 넘나들며 상대를 찾아 섹스에 탐닉했다.

C양을 치료한 의사는 “첫 섹스의 충격으로 신경회로에 문제가 생겨 조절력이 사라진 경우”라면서 “상처를 치유하지 않은 채 같은 상처로 문제를 덮는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인간관계에 친밀감을 느끼지 못할 때도 섹스에 중독될 수 있다. 정신적으로 관계를 맺지 못하니 몸으로라도 관계를 맺는 것. 신 교수는 “유명선수나 배우에게서 섹스 중독증이 많이 나타나는 이유는 그만큼 친구 사귈 기회가 적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같은 맥락으로 남편에게 친밀감을 느끼지 못하는 여성일수록 다른 남성을 탐닉할 수 있다.

섹스 중독증을 해결하기 위해 심리적 접근법이 필요한 이유도 그래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폐쇄적인 성문화 탓에 섹스 중독증 치료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집단 섹스, 스와핑 섹스 등 성 문제가 불거져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섹스 중독 치료 프로그램으로는 한국심리상담센터가 운영하는 성중독 치료과정이 유일한데, 이마저도 부부 상담 등의 방법으로 간략하게 진행된다. 정신과에서 개별로 치유할 수 있지만 활성화돼 있지 않고, 국가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는 성폭행 가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인간존중 프로그램’이 유일하다.

성에 대해 열린 생각을 가진 미국과 유럽에는 섹스 중독 클리닉이 많이 개설돼 있다. 이탈리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에게 섹스 중독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해보라는 권유가 뉴스에 나올 만큼 섹스 중독 클리닉 문화가 조성돼 있다.

전문직 남성들의 비율 증가

혹, 나도 ‘섹스 중독증’ 아닌가요?

전문가들은 섹스 중독증을 해결하려면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문제는 한국사회에도 섹스 중독증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강 원장은 “관계 맺기가 어려워지면서 반대급부로 섹스에 탐닉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말한다. 특히 섹스 중독증의 여러 유형 가운데 외도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전문직 남성이 절대적으로 많은 수를 차지한다. 실제로 제롬 레빈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에게 섹스 중독증이 나타날 확률이 20%에 달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영화 ‘펜트하우스 코끼리’에서 전문직 종사자가 섹스에 탐닉한다는 설정이 비현실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물론 문명화할수록 다양한 오락거리가 있어 섹스가 아닌 다른 것에 관심 두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다는 견해도 있다.

전문가들은 섹스 중독증을 해결하려면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며, 약물 치료를 주장하기도 한다. 설 박사는 “섹스 중독증 역시 일종의 강박증이기 때문에 대뇌가 관장하는 충동을 조절하기 위해 약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편 공개적인 망신이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사회적으로 처벌이 가해지면 그만큼 충격을 받아 조심하게 된다는 것이다.

소설 ‘즐거운 사라’ 등으로 우리 사회의 ‘성 담론’을 이끌어온 연세대 마광수 교수는 해결책으로 이혼을 꼽는다.

“나는 바람피우려고 이혼했습니다. 결혼한 뒤 다른 사람을 탐닉해선 안 되죠. 결혼은 서로간의 약속이니까요. 차라리 이혼하세요. 강박증이니 물론 치료도 받아야죠.”

섹스 중독증 자가진단법

1 섹스 욕구로 인해 인간관계에 금이 간 적이 있다.

2 너무 자주 섹스를 요구해 부부간 다툰 적이 많다.

3 하루라도 섹스를 하지 않으면 잠을 못 잔다.

4 술자리를 하면 반드시 섹스로 끝나야 한다.

5 섹스만 할 수 있다면 상대가 누구든 상관없다.

6 옆에 배우자가 있는데도 자꾸 다른 이성에게 눈길이 간다.

7 섹스를 못하면 자위행위라도 하고 자야 직성이 풀린다.

8 자신이 변강쇠라고 느낀다.

9 친구의 애인에게도 연애감정을 느낀다.

10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섹스 욕구를 느낀다.

11 혼자서라도 섹스를 하기 위해 안마시술소나 사창가 등을 찾는다.

12 변태적인 섹스에 강한 충동을 느낀다.

13 자신이 섹스를 너무 밝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문득문득 든다.

14 하고 싶을 때 섹스를 하지 못하면 불안해 견디기 힘들다.

15 간접적인 섹스(인터넷, 포르노 등)를 즐기는 시간이 거의 매일 있다.

성인 기준으로 앞의 15개 질문 가운데 4개 이하에 해당하면 아직은 안전한 수준이고, 5~8개이면 문제가 있는 섹스 지상주의자이며, 9~11개이면 본격적인 섹스 중독자로 주의가 필요하다.

12개 이상에 해당하면 섹스 중독증 말기로, 위험한 상태라고 본다.





주간동아 2010.02.09 723호 (p58~59)

이혜민 기자 behapp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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